2012.02.19 10:18

세상을 넘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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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세속과 인연을 끊어야 한다며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깨달음이 세속과의 인연을 끊어야 가능한 것인가? 도를 깨달을 수 있는 장소가 세상 밖에 있어서 세상 안에서는 깨달음이 불가능한 것인가?

또한 세상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무작정 세상의 모든 인연을 뒤로 하고 산 속으로 들어가면 세상 밖으로 나간 것이 되는가?

물론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세상의 여러 가지 번잡한 관계에서 벗어나 삶과 존재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깨닫기 위한 집중적 수행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세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단지 장소적인 공간 이동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함께 살아가는 공간적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욕망, 즉 소유와 명예와 권력의 욕망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적이 전혀 없는 산 속에서 홀로 산다고 해도 자신을 향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다면 그는 여전히 세상 안에 있는 것이 된다. 즉 세상 밖으로 떠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보다도 세속적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 속의 절에서 생활하는 승려들을 보면 세상의 일과는 상관없이 사는 것처럼 보인다. 새벽이면 일어나 목탁을 두드리고 불경을 외우며, 참선이라는 것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끝없이 도를 알고 깨닫기 위한 구도의 길을 간다.

겉으로 보면 세상에는 마음을 두지 않은 채 지극히 종교적인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들 안에서도 자리다툼이 있고 경쟁이 있다. 즉 외적으로는 수준 높은 종교적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세속적 욕망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목사도 예외가 아니다. 스스로 거룩하고 성별된 존재라고 여기며 예배를 인도하고 새벽이면 기도를 하는 목사 역시 욕망으로 인한 경쟁과 갈등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 역시 겉보기에는 종교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세속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공간적 장소 이동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세상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기를 향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기를 향한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는 하나님을 발견하게 되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자기를 향한 욕망은 끝없는 가치향상을 추구한다. 그런데 하나님을 발견하게 되면 인간이 끝없이 추구하는 가치 향상이 곧 가장 커다란 세속적 욕망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지극히 거룩해 보이고 신앙적으로 여겨지는 종교 생활 안에도 세속적인 욕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처럼 거룩하고 경건한 종교생활을 살고자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유대인들이 볼 때 예수님의 삶은 거룩하지도 경건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삶은 유대인들이 경건의 표준으로 여기는 율법에 매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사람들 속에서 다만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셨을 뿐이다. 세상 속에서 세상을 넘어서는 것이 신앙생활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존재 가치가 아닌 하나님 뜻에 마음을 두는데 있다. 그래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하나님을 알게 된 신자만이 세상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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