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1 16:59

중국 방문기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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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를 구경하고 돌아와 잠시 있으니 시간이 12시다. 점심을 먹기로 하고 메뉴가 뭐가 있는지 물어 보니 밥도 있고 국수도 있단다. 기내식과 차를 많이 마셔서인지 밥 생각이 별로 없어서 목사님과 나는 국수를 주문하고 자매는 밥을 주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머릿속에는 멸치 육수에 계란 지단 그리고 김 가루와 어묵과 함께 쫄깃한 면이 들어 있는 우리나라의 그 흔한 국수 그림이 그려졌다. 국수는 어디를 가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중국 국수를 내 멋대로 상상하게 했던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자기 생각대로 하나님을 상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엄청난 착각이었음이 잠시 후에 내 앞에 자리한 그 희한한 국수를 맛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오 분쯤 되었을까 종업원이 자매가 주문한 밥을 먼저 가져온다. 대접 같은 그릇에 밥이 담겨 있고 그 위에 쇠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자그마한 고기 몇 덩어리가 얹혀 있는 것이 전부다. 반찬은 달랑 한가지인데 감자를 채로 썬 것과 같은 것에 다른 채소가 조금 섞여 있는 것이었다(물어 보니 감자는 아니었는데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음).

조금 있으니 국수를 가져오는데 일단 육수의 색깔부터 상상했던 국수와는 거리가 멀다. 고기를 푹 삶았을 때 우러나는  물처럼 진한 갈색의 육수와 함께 자매의 밥에 얹어져 있는 것과 같은 작은 고기 덩어리 몇 조각, 삶은 계란이 통째로 한 개, 작은 토마토 조각 한 개와 데친 것 같은 상추 잎 하나가 들어 있다. 그리고 반찬으로는 자매 앞에 있는 것과 같은 것 하나가 전부였다.

일단 국수에서 풍겨오는 고기 특유의 진한 누린내가 나의 코를 자극한다. 이 냄새로 맛에 대한 기대는 포기한 채 국수를 한 젓갈 먹는데 씹는 순간 ‘앗 이게 뭐야!’라는 생각과 함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다.

면은 마치 오래되어 불은 것처럼 힘없이 흐물거렸고 육수의 짠 맛과 함께 누린내가 내 입안 가득히 퍼지면서 뱉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한다.

물론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자매는 내 표정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처음 먹는 중국 국수의 맛은 정말 희한했다. 중국의 국수가 지역에 따라 종류도 많고 맛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공항에서 먹은 그 국수만큼은 정말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함께 한 목사님은 중국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맛있다며 잘 드신다. 한국에서 온 손님이라며 자매가 비싼 국수를 주문한 것이란다. 그 말에 차마 맛없는 티를 낼 수 없어서 계속 젓가락으로 국수를 집어 먹는데 먹었다는 것보다는 퍼 넣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반찬으로 준 것은 또 어떤 맛인지 탐색을 하기로 하고 조금 집어 먹었는데 거기서는 또 뭔가 처음 맛보는 역겨운 듯 하면서 거북스러운 향이 내 혀와 코와 입을 자극한다. 이게 무슨 향인지 물어 보니 중국의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향채인데 중국말로 샹차이라고 부른다면서(한국에서는 ‘고수’라고 한다고 함) 채에 섞여 있는 파란 잎사귀를 가리킨다.

중국에 여행가는 한국 사람들이 맛있는 중국 음식을 샹차이 때문에 먹지를 못한다는데 중국 사람은 샹차이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니 사람의 입맛이 문화의 다양함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렇게 중국의 샹차이를 처음 경험하면서 국수를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속이 편치 못하고 니글거린다. 그때 생각나는 것이 김치였다. 신 김치 한 조각만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찻물로 속을 달래고 있는데 버스 시간이 되었다기에 가방을 끌고 약 세 시간 만에 공항을 나선다. 알지 못한 미지의 그곳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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