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5 13:47

중국 방문기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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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띄엄띄엄 집이 보이긴 한데 사람이 기거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허름하다. 공식적인 중국 인구가 13억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 많은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인적이 없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약 두 시간쯤 지났을까 버스가 도로 옆으로 벗어나더니 한 건물 앞에서 멈춘다. 휴게소인 듯 한데 우리나라처럼 안내방송이 없다. 목사님께 몇 분 쉰다는 안내방송을 안하는가 물었더니 중국 버스는 휴게소 정차 시간을 정하지 않고 승객이 볼일을 마치고 모두 타면 출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시간에 신경을 쓰면서 볼일을 보지 않아 좋긴 한데 역시 시간에 대해서 자유로운 중국인의 문화를 다시 한 번 접할 수가 있었다.  

휴게소에는 이상하다 싶을 만큼 정차해 있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도로를 운행하는 차가 없는 것도 아닌데 휴게소가 이용객이 전혀 없이 그처럼 썰렁한 것은 참으로 의외였다.

휴게소 내부는 우리나라의 간이 휴게소만한 크기였는데 출입문 안쪽 입구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가판대에 계란과 과일을 올려놓고 팔고 있었고, 안쪽에는 진열장이 있었는데 몇 종류의 과자가 서너 개씩 진열되어 있었다.

과일은 사과와 방울토마토 같은 것을 작은 봉지에 넣어서 팔고 있었는데 다 팔았는지 아니면 준비한 것이 그것 밖에 안되는지 두세 봉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계란은 솥 안에서 정체불명의 시커멓고 뜨거운 물에 잠겨 있었는데 온갖 종류의 먹을 것으로 넘치는 우리나라의 휴게소에 비하면 말 그대로 대형마트와 시골 구멍가게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별로 구경할 것도 없고 날씨도 춥고 해서 버스에 오르자 자매가 계란을 샀는지 한 개씩 준다. 껍질을 까니 색깔이 마치 우리나라의 찜질방에서 주로 먹을 수 있는 맥반석 계란처럼 약간 거무티티하다.

국수처럼 이상한 맛이 아닐까 생각하며 조심스레  베어 먹는데 약간 이상한 맛이 나긴 하지만 맥반석 계란과 그 맛이 거의 흡사했다. 승객들이 한 둘씩 올라오기 시작하고 조금 있으니 기사가 올라와 승객들을 대충 확인하는 듯 하더니 버스가 다시 출발한다.  

5시쯤 되자 창밖도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것 같더니, 조금 지나자 벌건 빛으로 물든다. 뭔가 하고 내다보니 내 눈 앞에서  해가 지고 있는 것이다. 말만 들었을 뿐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의 일몰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김제평야에서 지평선의 일몰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 광경을 생애 처음 중국에서 그것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보게 된 것이다. 일초 일초 시간이 지나면서 붉게 타고 있는 몸을 서서히 땅에 맞대어 가며 온 광야를 벌겋게 물들이는 일몰의 광경은 말 그대로 황홀했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그 광경을 놓칠세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만 달리는 버스 안에서 그것도 창유리를 사이에 두고 찍은 거라 너무 아쉬웠다.

우리나라 같으면 버스를 세우고 그 광경을 구경할 법도 한데 정작 다른 승객들은 무관심이다. 그들에게는 지평선의 일몰이 감탄할 광경도 아니었고 그저 매일 또는 자주 접하는 일상이었기 때문이리라.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감탄과 황홀함을 안겨주는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식상함과 함께 무관심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 마치 복음에 대한 우리들의 반응과도 같았다. 늘 듣는 복음이기에 새로움보다는 식상함과 함께 무관심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몇 분의 시간만 허락된 일몰의 광경이 눈에서 사라지면서 광야는 완전히 어둠에 물들고 드디어 버스가 목적지의 톨게이트를 지나더니 얼마 후에 도로가에 차가 멈춘다. 우리나라처럼 터미널이 아니라 그냥 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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