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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인간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신다’는 말을 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벌컥 화를 낼 것이다. 그동안 기도하면서 자신의 기도가 응답되기를 간절히 원했는데 기도에 응답하는 하나님이 아니시라면 그동안 기도한 것이 모두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님께서 인간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기도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분명히 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기도하는 이유를 자기 소원을 하나님께 구하고 응답을 받는 것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곰곰이 생각하면, 그런 하나님은 스스로의 뜻이 없이 인간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여 주는 하나님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일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자신에게 유익이 되는 쪽으로 흘러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 일이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면 원망하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이 기도를 한다면 그 기도는 당연히 자기가 중심된 기도일 수밖에 없다.


내가 죽고 고통을 받는 길로 가더라도 이 세상에 하나님의 뜻과 영광이 나타나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내가 영광된 존재가 되어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하나님의 뜻이나 계획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이 자기 멋대로 기도를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하나님의 응답 같은 것은 관심이 없이 기도하기도 한다.가령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응답이 되든 안되든 신경 안쓴다’는 식으로 기도하기도 한다. 이것은 기도가 무엇인가를 아예 알지 못한 채 다만 기도하기 위해 기도하는 것 밖에 안된다. 기도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기도가 세계의 평화까지 염두에 둔 사랑의 범위가 큰 기도라는 것을 그러한 말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기도는 자기의 뜻과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을 부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세상이 하는 기도일 뿐이다. 하나님께서 이런 인간의 기도에 응답하신다면 앞서 말한 대로 하나님께는 자기의 뜻이 없이 인간의 뜻과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것이 된다.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의 기도를 보면 그 누구도 자신의 뜻과 목적의 성취를 위해 기도한 적이 없다. 사도들이 자신이 개척하여 세운 교회 부흥을 위해 기도한 것을 본적이 있는가? 그래서 현대 교회가 자기 교회의 부흥을 하나님의 뜻으로 고정하고 교회를 부흥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들이 하나님과 상관이 없는 기도인 것이다.


왕상 18:37절을 보면 엘리야가 “여호와여 내게 응답하옵소서 내게 응답하옵소서 이 백성으로 주 여호와는 하나님이신 것과 주는 저희의 마음으로 돌이키게 하시는 것을 알게 하옵소서 하매”라고 기도한다.


엘리야는 단에 불이 붙는 것을 통해서 자신이 능력이 있는 참된 선지자임을 증거하려고 하지 않았다. 바알을 선지자를 이기려고 단에 불을 붙여 달라는 기도를 한 것이 아니라 다만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스라엘의 하나님만이 참된 여호와라는 것을 단에 불이 붙는 것을 통해서 알게 되기를 원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엘리야 개인의 뜻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었다.


결국 단에 불이 붙은 것은 엘리야의 기도 때문이 아니라 뜻을 가지고 일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였던 것이다.
그래서 신자는 기도를 통해서 이 은혜를 깊이 깨달아 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하나님은 우리를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가기도 하시는 것이다.


세상이 나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의해 흘러감을 보게 하시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실감하게 하기 위해서다.  


(200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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