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답게 사는 그리스도인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의하면
인간은 모두 죄인이다(전7:20, 롬3:9-18).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죄인답게
사는 것이 본분이다(요일 1:8-10).
죄인이기에 의인으로는 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인들 중에는
의인으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더우기 자신의 삶이 자칭 의인의 삶이라는 것을 모르고
"나는 죄인"이라고 말하는 맹목적인 신앙인들도 많이 있다.
인간은 죄인이기에 예수님께서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마 4:17)."고
복음사역의 제일성으로 외치셨다. 그리고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 9:13)."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진정으로 죄인임을 깨닫고 죄인답게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입으로는 죄인이라고 시인하면서 행위로는 죄인답게 사는 자들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야고보서는 '행함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했다(약 2:26).
성경에서 의미하는 행함이란, 의인이 되기 위한 인위적이고 가시적인 행위가
아니라(눅 18:11-12) 죄인임을 자복하고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를 간구할 때,
성령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말한다(갈 5:22).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율법의 행위로는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느니라(갈 2:16)" 고 하였던
것이다. 행함의 구체적인 모습은 축복 받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받는
현세의 삶,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을 위하여 인내하는 삶인 것이다(롬 8:18).
죄인답게 살려고 하면 사회의 밑바닥을 헤매지 않을 수 없고, 세상 사람들
보기에 볼 품 없는 삶을 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인내와 절제의 삶은 죄인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죄인이 아닌 의인으로서 성경공부를 하다보니
천만원짜리 호피 무늬 밍크 코트가 생기고, 입시를 위한 특별 기도회를 하다보니
일류 대학에서 떨어지면 해외로 유학가게 되고, 출석하는 교회에 절대 순종하다
보니 장로되고, 장로되니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되고, 작정 헌금 하다보니 IMF도
타지 않는 사업 번창을 누릴 수 있다니 누가 죄인답게 살려고 하겠는가?
인륜과 도덕을 거론하는 사람들일수록, 유명한 종교인들일수록 죄인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들은 드물다. 의인이 아니면 세상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지
못하므로 죄인임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복음전도 사역자들에게
가짜 박사 학위증서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서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따라서
선생이나 지도자라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죄인답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
죄인들이 사는 곳에는 당연히 범죄가 존재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입고 사는
믿음 좋은 성도라 할지라도 역시 죄인이기에 때로는 정욕에 눈이 어둡거나
무의식적인 상황에서 죄를 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범죄가 노출되어 깨달았을 때, 하나님의 말씀(성경)에 의지하여
즉시 자신의 범죄를 회개하는 사람이 죄인답게 사는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서로 신뢰할 수 있으므로 성도간의 교제도 외식이 아닌 거짓 없는
교제가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회개하는 사람은 일흔번씩 일곱번까지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마 18:22). 회개란, 범죄한 사실을 입으로만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행위가 아니라 구부러진 길이나 삐뚤어진 방법을 곧고 올바르게
변화, 개조, 반전(反轉)시킨다는 원어(메타노이아)의 뜻과 같이 그 열매가
수반되는 사죄 행위이다(마 3:8). 국어 사전에서도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것'
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잘못을 뉘우치기만 하는 것을 `회개'로 인식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의외로 많은 것은, 기도, 헌금, 찬양, 성경공부 등 의인다운
행위로 자신의 범죄 행위를 상쇄시키려는 왜곡된 신앙관이 그 원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율법적인 행위도 성도의 준수 사항이다(마 5:18). 그러나
율법적인 행위가 의(義)와 인(仁)과 신(信)의 결핍을 보상할 수는 없다(마 23:23).
소위 성직자라고 일컫는 지도자라고 해서 의인일 수는 없다.
성경에서 말하는 의인이란 회개하는 죄인, 곧 죄인답게 사는 그리스도인을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범죄를 은폐하려는 사람들이 무식한 사람들보다
유식한 사람들에게,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유한 사람들에게, 서민들보다 지도층
인사들에게, 일반 교인들보다 직분자들에게 더욱 많다.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사람은 하나님보다는 사람을 더 두려워하는 거짓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각각 재능과 능력에 따라 맡은 바 역할이
다르다. 다시 말하면 사람마다 적성에 맞는 할 일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이 세상에 태어날 수는 없다. 오직 하나님의 섭리로 태어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의 역할도 하나님의 섭리하에 수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타고난 적성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모든 면에서 명예와
소득이 큰 것을 추구하고 권세을 위하여 걸림돌이 되는 자신의 약점과 범죄를
은폐하려는 것은 죄인답게 사는 삶이 아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약점을,
자고(自高)를 예방하는 하나님의 은혜로 자랑한다고 고백하고 있다(고후 12:9).
적성을 무시하고 남의 역할을 탐내는 것은 우상숭배다(골 3:5).
예를 들면, 교회의 지체적 기능으로서의 설교는 신학을 했다고 해서 또는 안수를
받았다고 해서 아무나 전담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다. 그리고 장로, 권사, 집사
등은 재정 후원자라고 해서 감당할 수 있는 직분이 아니다. 그것은 개교회적
규례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적 자격일 뿐이며 적성에 따라 수행하는 지체적
역할이 될 수 없다.
제도적으로 부여된 일률적인 자격자들의 설교는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토론과 검증에 의한 수정(修正)을 불허하는 일방적인 발언이기에
집단이기주의 신앙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교는 핍박과 환난을 전제로
하는 진리의 말씀을 대언하는 것이므로(딤후 3:12)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적성과
행위를 소유한 자만이 가능한 것이다.
설교는 의인이 죄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이 죄인을
대상으로 서로 죄를 고백하고 애통하면서 회개를 촉구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설교는 듣는 것만으로 은혜의 늪에 빠져 몽롱한 꿈에 취했다가 깨어나는 약물이
아니라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벗어버리지 못하고 지니고 있는 죄악의 뿌리를
뽑아내는, 죄악된 마음을 찔러 쪼개는 성령의 검의 역할이어야 한다.
뼈에 사무치는 애통함을 느끼지 못하는 설교는 하는 자나 듣는 자나
모두 죄인이 아닌 의인이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권면과 훈계와 경책과 징계를 외면해서도 안되고(딤후 4:2)
직분자들은 죄인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의인연(義人然)해서는 안 된다.
다 같은 죄인으로서 영적 성장과 질적 믿음을 위하여 숨김없이 솔직한 모습
그대로 어울려야 하고 먼저 죄를 고백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뿐 아니라 초신자
들의 영적 보호자로서 또는 그들의 심부름꾼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설교자의 명설교나 직분자의 사회적 위상에서 얻는 인기나 명예는 세상적
사치이며 인본주의 신앙의 극치인 것이다. 아울러 은혜로운 설교만을 찾아
헤매는 자는 병든 신앙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을 소망하면서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뢰하는 삶에서
오는, 현세의 고난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감사하는 자는 죄인답게 사는
그리스도인이며 세상에서의 영광을 소망하면서 현세의 축복을 추구하는 자는
의인답게 살려는 그리스도인이다. 죄인답게 사는 그리스도인은 제사보다 공의를,
의인답게 사는 그리스도인은 공의보다 제사를 중히 여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그리스도인들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일반적으로 로마에
있는 가톨릭 교황청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상
최고의 의인들로 주목받고 있기에 지상 최고의 범죄 은폐자들일 가능성도 크다.
'루이기 마리넬리'라는 신부가 쓴「바티칸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in the Vatican).」라는 책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교황청 관료들의 부패와 음모, 동성애 등 치부를 들춰낸 책으로 온통 바티칸을
들쑤셨다는 소식이다. 교황청 당국에서는 책자의 판매 금지는 물론이고 저자에게
종교재판소에 출두할 것을 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신부는 "교황청도 나처럼
죄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이라는 것을 지적하기 위하여 책을 썼다"고 했다.
세인들에게 위대한 존경의 대상인 유명인사들의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면모가 숨겨져 있음이 예사다. 측문(側聞)에 의하면, 어린이 교육의 사도(使徒)로
알려진 루소(Rousseau, 1712-1778)는 자신의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낸 비정한
아버지였고, 노동자의 해방을 부르짖은 마르크스(Marx, 1818-1883)에게는
평생동안 임금 한 번 받지 못한 가정부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상 천국을 건설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던
톨스토이(Tolstoy, 1828-1910)는 지순한 여인 소냐를 세기적인 악처로 만들었고,
악성(樂聖)으로 불리는 베토벤(Beethoven, 1770-1827)은 작곡료만 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모순이 어디 이들에게만
있었겠는가? 인간은 모두 죄인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의인으로 살기를 원하는 자들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덕(德)이 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이 유익하다'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라'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다'하는 등등의
합리적 변명과 역공으로 자신의 범죄를 부정하거나 고백하기를 거부한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은폐가 미덕인 셈이다.
백성 앞에서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실수로 가나안에
못 들어간 이스라엘 민족 최고의 지도자 모세, 유부녀 간통과 의도적인 살인을
지시한 성군 다윗, 천명의 후궁을 두고 우상숭배를 자행한 전무후무한 지혜의
왕 솔로몬, 목숨이 두려워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한 수제자 베드로,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고 고백한 사도 바울, 그러나
그들은 모두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므로 죄인답게 살다가 간
그리스도인들이었다.
죄인이 죄인답게 살기를 권면하거나 그 죄상을 거론하면 이를 아니꼽게 보고
도리어 음해하는 무리들이 바로 대다수의 종교 지도자들임을 우리는 각성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성직자, 목회자, 성도라고 하면서 의인답지 살려는,
종말론적 신앙을 상실하고 복락을 추구하는 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형무소에 갇힌 죄수는 다 같은 수의(囚衣)를 입고 수인(囚人)에게 매겨진
번호만이 있듯이, 죄인에게 무슨 명예나 권세가 있다는 말인가? 죄인에게 무슨
기득권이나 특혜가 있다는 말인가? 지도자라는 위치에 있다고 해서 기득권이나
특혜를 누리려 한다면 이는 마치 감방에 먼저 들어온 죄수가 나중에 들어오는
죄수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죄인인 신분에 하나님의 특사로서, 죄인중의 의인으로,
수평적인 죄인들의 대열에서 벗어나 수직적인 위상으로 존재하려는 것은 하나님을
만홀히 여기는 이단자들이다. 이는 주인에게 일만 달란트의 빚을 탕감 받은 자가
일백 데나리온 빚진 동관으로부터 빚을 받아내려고 그를 옥에 가둔 자와 같은
인간이다(마 18:21-35).
하나님의 일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창세전에 예정하신대로 주관하시고
섭리하시는 것이다. 감히 죄인의 신분으로 "내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사명을 주셨다"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 라고 외치면서
세상적인 정욕으로 의인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자신의 허물과 잘못을 노출시킬
수 없음으로 범죄를 은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죄인답게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할 때, 애통할 때, 온유할 때, 그리고 의에 주리고 목마를
그 때가 가장 보람있는 때이다. 그 때야말로 진심으로 긍휼을 베풀 수 있고,
마음이 깨끗할 수 있고, 화평케 할 수 있고,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마 5:3-12).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얻지 못하느니라"
"나를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스려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마6:1.마5:11-12)하셨고 초대교회 사도들은 옥에 갇히우고 채찍질을
당하면서도 그 이름을 위하여 능욕 받은 일에 합당한 자로 여기심을 기뻐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행 5:41).
그리스도인은 죄인답게 살 때 담대하므로 평안을 누릴 수 있다.
오래 참을 수 있으므로 겸손해 질 수 있다. 그리고 가난하고 고통스러울 때
감사할 수 있으므로 고난 가운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이웃을 사랑할
수 있고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다. 내 모습 이대로 살면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라고 고백할 때, 죄악은 모든 모양이라도 버리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살 때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누가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의인답게 설려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또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이 비유로 말씀하시되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가니 하나는 바리새인이요 하나는 세리라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가로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하고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사람이 저보다 의롭다 하심을 받고 집에 내려갔느니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하시니라'
(눅18:9-14)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죄인답게 사는 그리스도인' 에서 전재한 것입니다. (2001.3 출판사 대장간)
-jc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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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갈대 (B-260)
생각하는 갈대 (B-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