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신앙적 의미(1)
성경에 의하면,
인간은 고난을 당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즉 고난을
당하는 존재로 태어난다(창3:17-19).
다시말하면 인간은 고난을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다(욥5:7, 마6:34).
그렇다면, 인간에게 주는 고난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은 고난을 긍정해야 하는가?
부정해야 하는가? 고난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불행하게 하는 것일까?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인생관이 상반되는 근본 요인이 바로 이 물음의
해답에 있다 하겠다.
하나님이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시려고 이 땅에 보내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삶은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그 순간부터 십자가에 달리시어 운명하시기까지
온전한 고난의 삶이었다. 이는 그로 인하여 구원받는 죄인들로 하여금 죄의 삯인
고난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아울러 고난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므로 잘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한다(요16:33, 히2:18).
예수님이 지고 가신 고난은 과거, 현재, 미래를 포함하는 전 인류의 고난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인 그리스도인이 당하는 고난의 현장에는 언제 어디서나
예수님이 함께 하심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진리를 추구할 때 받는 수욕의
자리에는, 공의를 위하여 일할 때 되돌아오는 핍박 속에는 항상 예수님이 함께
하시므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는 분명 고난이 행복의 씨앗이 아닐 수 없음으로
용기와 인내로 고난을 긍정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마10:40, 25:40).
"내가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 (골 1:24)
욥기에 보면, 욥은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고
하나님으로부터 인정받은 사람이었지만 사단의 간사한 꾀로 인하여 까닭 없는
고난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추호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그 엄청난 고난을
잘 감당하고 있다. 따라서 욥기는 고난이 없을 때의 믿음은 진실한 믿음이 아님을
우리에게 시사해 주고 있다. 즉 사단의 간사한 꾀는 욥과 그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물을 산울로 두르심이 아니니이까? 라는 인간들의 잘못된 인본주의적 하나님
경외의 이유를 암시하고 있다(욥1:9-10).
그리고 누가복음 16장에는, 이 세상에 살았을 때 고난을 받은 거지 나사로는
천국에서 위로를 받고, 이 세상에서 좋은 것을 받은 부자는 음부에서 고민을 받는
이야기가 있다. 하나님을 믿지 못한 부자는 나사로의 고난을 외면했지만 하나님을
믿은 나사로는 고난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저주하지 아니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고난은,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으로 깨어진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다시 정상화시킬 수 있는 회복제로 결국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유일한
긍정적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세상에서의 삶은 비록 고난의 십자가를 져야하는
삶이지만 그 고난을 외면하거나 피하지 않고 잘 받아 죽는 날 까지 감당했을 때
드디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놀라운 축복을 받게 되는 것이다(히11:24-26).
그리스도인이 져야할 고난의 십자가란? 하나님의 뜻대로
공의롭게, 정직하게, 선하게 살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이 세상의
공중권세를 장악하고 있는 마귀의 훼방과 도전으로 받는 핍박과 환난을 말하는
것이다(마5:10, 막10:30, 요15:20, 행14:22, 롬8:17, 빌1:29, 살후1:5, 계1:9).
누구든지 형제를 향하여 바른 말을 해 보라.
그들은 바른 말을 하는 그대를 미워하리라.
그대의 가정에서 하나님의 공의를 외쳐 보라.
같은 식구들일지라도 그대를 싫어하리라.
직장에서 동료의 불의한 행위를 지적하고 정직한 행위를 요구해 보라.
그대는 따돌림을 받는 사원이 되리라.
친구들에게 선행을 권고해 보라. 그들은 그대를 멀리 하리라.
이렇게 받는 고난은 대인관계의 정신적 고난이다.
한편, 직장인은 때를 따라 윗분에게 선물을 아니하면 승진할 수 없고
기업인은 정치인에게 떡값을 주지 않으면 기업을 키울 수 없고
사업자는 관공서에 성금을 주지 않으면 모든 인허가를 받기 어렵고
부당한 세금을 추징 당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담배값이나 술값이 없으면 각종 공사 수주는 물론 물품 납품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선물, 떡값, 성금, 담배값, 술값 등
불의한 뇌물을 거부하는 신앙인은 경제적 고난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 뿐이랴,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촌지를 무시하거나
등한히 하면 사랑하는 아들, 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고
값비싼 불법과외를 거절하면 원하는 대학진학도 포기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든든한 배경이나 뭉치돈이 없으면 직장조차 보장받을 수 없고
병역도 돈과 줄이 없으면 최일선지구에서 남들보다 배나 힘든 복무를 감당해야 한다.
그러기에 바울 사도는 '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하는 자는
핍박을 받으리라'고 했다(딤후3:12).
성경적 고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그리스도인들은 고난을 인간의 불행으로,
인생의 비극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으로 전력을 다해 불의, 부정, 부조리 등을
행하므로 고난을 피하려 하거나 또는 고난을 초월해 보려는 정신적 시도를 하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사회에 부정과 불의가 난무하고 폭력과 전쟁이
끊이지 않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난을 부정적으로 받아 들여 가능한 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만이 소유하고 있는 거룩하고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을 잊어버리고 약육강식의 동물적 본능으로 이기적인 고난
없는 삶을 살아 보려는 어리석고 저속한 인생관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인간이 고난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은 일부분의 사람들,
소위 철학자나 지식인들은 나름대로 고난을 초월해 보려는 형이상학적 시도로
논리상 난해하고 고차원적인 초월 방법을 고안해 내어 우매한 일반 대중을
미혹하고 있다. 그 한 예를 불교에서 볼 수 있다. 서기전 500년경 석가는 왕자의
신분으로 놀랍게도 고난(生老病死)에 대한 번민을 하면서 고난으로 인한 인간의
불행을 어떻게 하면 초월할 수 있을 것인가의 대명제를 품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신분을 미련 없이 버리고 출가한다.
세속을 떠난 석가는, 처음에 고난을 초월하기 위하여 고행 위주의 수도 방법을
택했으나 곧 방법상의 잘못을 깨닫고 비고비락(非苦非樂)의 방법으로 바꾸어
수도하므로 드디어 고난의 굴레에서 해탈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후 석가는
고난을 해탈한 자유인으로 환속하여 중생을 고난에서 제도하는 불교의 교주로서
생애를 마치고 81세를 일기로 열반에 들어 불타가 되었다는 것이다.
불교도가 아닌 필자가 고난의 해탈을 논함은 인간에게 주어진 고난을 어떻게
수용하는 것이 기독교적인가를 말해보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인간에게
숙명적으로 주어진 고난을 초월하려는 것은 고난을 지니고 태어난 인간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논리나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난을 피하려는 것과
그 결과가 동일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난을 피하려는 자나,
고난을 초월하려는 자나 별 수 없이 모두 자의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병들고 늙고 죽지 않을 수 없으며 사후에는 여하한 고난의 의미, 고난의
흔적이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인생관은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무의미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석가는 절대신을 부인하고 인간의 능력, 즉 자력으로 인생고를 해결했다고 보므로
자신을 가리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무신론자들은 이론적으로, 석가의 해탈이 육신적 고난을 실제로 제거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석가와 같은 차원 높은 수행을 할 수 없는 중생들에게는
정신적 위로나 기복적 신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고난의 해탈이란 고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무시해 버리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 관념적 사고로 일반
중생과는 거리가 먼, 극히 소수의 특별한 수도자나 종교인의 인생관이요 인간의
한계상황에 불복하고 도전하는 철학적 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경적 의미의 고난은, 피하는 것도 초월하는 것도 없애려는 것도
무시하려는 것도 아닌, 당하는 것이며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두려워하고 슬퍼하면서 그 고난과 더불어 이의 없이
죽음에까지 이르는 것을 인간의 본분으로 보는 것이다. 전도서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름이 보배로운 기름보다 낫고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으며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 슬픔이 웃음보다 나음은 얼굴에
근심하므로 마음이 좋게 됨이니라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자의
마음은 연락하는 집에 있느니라(전7:1-4).
그리스도인이 고난과 함께 죽음에 이르면서도 그 고난을 피하려하지 않고 초월하려
하지 않음은 그 죽음 넘어에 있는 내세의 영생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현세의 인간에게 부과된 필연의 고난을 당하는 자에게, 그 고난의 과업을 감당하는
자에게 천국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행7:55).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이,
병든 자가 의원을 의지하듯이 고난을 당하는 자라야, 아니 고난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임을 깨닫는 자라야 비로소 하나님을 찾게 되고 하나님을 의지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세의 고난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장차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보증서이며 티켓임에 틀림없다.
인간에게 현세의 삶뿐이 아닌 내세의 삶이 있음을 확신할 때 내세의 삶을 위하여
고난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므로 고난의 의미를 실감하게 되고 그 고난이야말로
인간에게 유익한 조건이 됨을 이해하게 된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시119:71).' 만일 내세의 삶이 없다면,
고난과의 싸움은 실로 어리석은 일일 것이며 고난을 피하는 요령도 없이 당하는
자는 불쌍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 고난을 감당하려는 생활 태도보다는 차라리
고난을 피하려는 동물 본능적인 삶이 더욱 현명한 삶이 될 것이다.
'만일 그리스도안에서 우리의 바라는 것이 다만 금생뿐이면 모든 사람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리라(고전15:19).'
-jc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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