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58년생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47세다. 만으로 하면 46세
비록 50고개를 향해 줄기차게 나아가고는 있지만 아직 ‘어르신’이란 칭호를 들을 나이는 분명히 아니다.
‘오빠’라는 칭호는 아예 바라지도 않지만(ㅋㅋㅋ 욕하지 마시길) 그래도 아직 ‘아저씨’로 불려질 나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40고개를 넘더니 간혹 시력 나쁜 사람들이 나에게 ‘어르신’이란 칭호를 사용하는 통에 나도 내 나이를 헷갈리게 한다.
언젠가 경산한방병원엘 갔는데 수련의 의사가 나를 보더니 ‘어르신 어디가 않좋습니까?’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내 속에서는 불이 일어난다. ‘이런 정신나간 놈’
그러다가 챠트를 보더니 하는 말 ‘58년생이시네요’
다음부터는 ‘환자분’이라는 호칭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그 의사 속으로 ‘뭐한다고 그리 겉늙었나?’ 했을지도 모를 일
그런데 나에 대한 ‘어르신’이란 호칭에 확고한 도장을 찍어 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주 월요일, 그러니까 은석교회에 온지 12년 만에 제일 긴 2주간이라는 휴가를 시작한 날이다.
오전에 고령 귀원교회에 목사로 있는 친구가 그쪽에 좋은 계곡이 있으니 놀러 오라고 전화를 했다.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가자고 한다.
뒷날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귀원으로 가서 함께 계곡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귀원에서 약 20분을 달렸을까? 눈앞에 매표소가 보인다.
계곡이 무슨 공원인지 뭔지 들어가는데 돈이 필요한 모양이다.
‘어디든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입장료를 보니 어른 1인당 1000원이다.
그리고 그 밑에 소형차 주차료 2000원이 적혀 있다.
그러면 우리 부부하고 귀원교회 목사님 부부하고 어른이 도합 넷, 내차 주차료 2000원, 모두 6000원이라는 계산을 굴리고, 배춧잎 하나를 꺼내서 직원에게 건넸다.
당연히 거스름 돈은 4000원이란 생각을 하고, 손을 내밀고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직원이 내 손에 쥐어준 돈은 5000원짜리 한 장이다.
(만원짜리는 배춧잎, 5천원짜리는 뭐라고 하지???)
5000원 지폐를 받아든 나는 당연히 의아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사천원을 받아야 맞는데 왜 오천원이지!’
순간 내 머리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정당화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이 팽팽 돌아간다.
‘혹 운전자는 안받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직원이 맘씨가 좋아서 천원 깎아 주는건가?’ ‘아님 직원의 산수 능력이 문제가 되어서 잘못 계산한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내 머리에서 굴려봐야 알 수 없는 일, 결국 직원에게 ‘왜 오천원이죠?’라고 물었다.
크~ 묻지 말고 그냥 가는건데..... 지금 생각하면 후회막심이다.
평소 100원 하나라도 계산이 틀리면 다시 돌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직원의 계산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해 물어본 것이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돌아올 줄이야 꿈이나 생각했는가?
직원 왈 ‘어른 셋, 어르신 하나, 주차료 해서 5천원입니다’
뭐뭐~ 뭐라고라고라
직원의 계산은 한마디로 메가톤급 폭탄이 되어 나의 머리를 강타했다.
‘어른 셋에 어르신이 하나라고!!!’
그 직원의 계산은 나를 어른의 대열에서 어르신의 대열로 합류시킨 것이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어르신이라면, 이건 ‘경로우대’가 아닌가?
어른에서 어르신으로.....
신분상 한단계 상승한 것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아직 58년생인데....
비록 어르신으로 보여서 1000원을 덕보기는 했지만, 만원도 아니고 십만원도 아니고 달랑 천원 한잔 때문에 어르신 소리를 감수하면서 경로 대우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오호 통제라~
도대체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여러분이 한번 당해 보라. 아마 그 직원의 면상에 내 주먹을 올려놔야 직성이 풀릴 기분일 것이다.
하긴 이미 족보상으로 ‘할아버지’가 된 마당에 ‘어르신’으로 불리는게 뭐 대수겠는가?
(처 조카가 아이를 낳아서 할아버지가 되었음)
‘어르신으로 불리든 오빠로 불리든 천국 가는데 문제 있는게 아니니 까짓것 부르는 대로 들어주지 뭐’ 이런 생각으로 충격을 받은 내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나, 그래도 기분 찝찝한 것은 도무지 해결되지를 않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그 직원을 확 명예 훼손 죄로 고발해 버려!!!’
‘아님 정신들게 하는 약을 사다 줘’
어쨌든 그 직원의 한마디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르신으로 보여진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58년 생이 어르신이라니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흰머리가 문제다. 나이에 맞지 않게 둥그런 내 둔덕에 하얀 눈이 여기저기 쌓여 있으니 아저씨로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주범은 따로 있다.
흰머리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어르신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문제는 외모다.
10-15년의 세월을 추월해 버린 내 얼굴. 이게 나를 어르신으로 만든 원흉인가보다.
과속을 해도 너무 했다.
이제 10년 넘는 세월을 초월해 버린 내 얼굴에 대해 해명하고자 한다.
그래도 학생 때는 어리게 보인 원판을 가지고 있었다.(의심나면 학생때 얼굴을 공개할 용의도 있음)
이게 군대에 가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5년의 군 생활.
1년에 4-5번의 100키로 행군. 거기다가 일년에 한번씩 천리 행군.
수시로 산을 타고 뛰고 달리고.
이런 무지막지한 훈련을 내 얼굴이 견디지를 못한 모양이다.
그래서 휴가를 나오면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왜 그리 늙었냐?’였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진짜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긴 것이 지금 이런 사태를 만들어 낼 줄이야.
어른을 어르신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분명 큰 사고다.
그것도 군 복무중 일어난 사고니 국가에 책임을 물어야 하나?
‘어른 셋에 어르신 하나’
이 말은 당분간 내 속을 슬슬 긁을 것 같다.
그리고 은석교회 여자 성도 여러분
어디 좋은 맛사지 크림 있으면 소개좀 해주세여~~
‘나~~~ 어르신에서 어른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크크
어르신 소리에 충격 먹은 탓에 그냥 주절거려 봤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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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04.08.18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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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늘 듣는 소리인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