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브라함의 종이 우물에서 만난 리브가를 하나님이 택한 이삭의 아내로 단정한 것은 자신의 기도 때문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우물에서 한 소녀를 만나게 되면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부탁할 것이고, 그때 자신뿐만 아니라 약대에게까지 물을 마시게 하는 여인을 하나님이 정하신 이삭의 아내로 여기겠다고 하였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종에게 ‘우물에 가면 이러 이러한 여인을 만날 것이다 그 여인을 이삭의 아내로 삼아라’고 지시하신 것이라면 문제가 없는데 종이 ‘이러 이러한 여인을 만나면 하나님이 정하신 여인으로 알겠다’고 한 것은 뭔가 문제가 있을 법한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신자가 ‘하나님 제가 어느 곳을 갔을 때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을 만나면 하나님이 정하신 제 아내로 여기겠습니다’라는 식으로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 말씀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종이 하나님께 기도한 내용은 다분히 미신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오해를 살만한 것입니다. 물음에서 말한대로 하나님께서 종에게 ‘우물에 가면 이러한 여인을 만날 것이니까 그 여인을 이삭의 아내로 삼아라’고 계시를 하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고 또 말씀한 대로 되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종이 ‘이러한 여인을 만나면 하나님이 정하신 여인으로 알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뭔가 하나님이 종의 요구대로 행동하시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종의 이러한 기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먼저 종은 종 자신의 하나님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믿고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하나님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종이 자신의 하나님을 믿었다면, 그것은 하나님은 자기를 중심으로 일하심을 믿는 것이 됩니다. 즉 자신의 일을 위해서 자신을 도우시는 하나님으로 믿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하면, 물음에서 말한 것처럼 종의 기도를 인용해서 ‘하나님 제가 어느 곳을 갔을 때 맨 처음 만난 여인을 하나님이 정하신 제 아내로 여기겠습니다’라는 식의 기도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을 자신의 결혼을 위해서 도우시는 하나님, 즉 자신의 하나님으로 믿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이런 식으로 믿고 있습니다. 나의 일을 도우시고, 날 위해 존재하는 하나님으로 믿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하나님의 약속을 배제해 버린 믿음인 것입니다. 종이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브라함을 중심으로 일하시는 하나님으로 알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을 중심으로 일하신다는 것은, 아브라함이란 한 인간을 중심으로 일하신다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을 중심으로 일하신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후손이 바다의 모래처럼 많은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약속을 이룰 책임은 아브라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약속을 성취하시기 위해 일하시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종이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뜻이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을 성취하기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종이 믿은 것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성취였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약속은 하나님이 이루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여자를 만나면 그를 하나님이 택한 여자로 알겠다는 기도를 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분명히 약속을 성취하기 위해 일하실 것을 믿고 한 기도였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이러한 여인을 만나면 하나님이 정하신 내 아내로 여기겠다’라고 기도하는 것은, 엉터리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의 중심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되 날 위한 나의 하나님으로 믿으면 안됩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는 의미는 약속을 성취하시기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뜻합니다. 약속의 성취는 예수 그리스도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어야 할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이 곧 ‘나의 하나님’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들을 십자가에 죽게 하시고 고난에 밀어 넣으신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인 것입니다. 이 하나님만이 성경에서 계시하는 참된 하나님입니다.
2. 아브라함의 종의 말에 대답하는 라반과 브두엘의 말은(50절)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신앙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신앙은 어떤 것입니까?
50절에 보면 “라반과 브두엘이 대답하여 가로되 이 일이 여호와께로 말미암았으니 우리는 가부를 말할 수 없노라”고 말합니다. 즉 리브가를 이삭의 아내로서 멀리 아브라함에게 보내는 일에 있어서 자신들은 가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리브가는 라반에게는 여동생이고 브두엘에게는 사랑하는 딸입니다. 그러한 리브가를 종으로 온 자의 말만 믿고 멀리 타향으로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라반과 브두엘은 종이 자기들에게 오게 되고 리브가를 만나게 된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신 일임을 감잡은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 자신들은 가부를 말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즉 하나님이 하시는 일인데 자기들로서는 좋다 싫다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따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의 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신앙의 참된 모습은 과연 무엇입니까? 무엇이 하나님께 대한 진정한 복종입니까? 그것은 내 쪽에서 좋다 싫다라는 가부를 말할 수 없음을 아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있어 모든 인생은 하나님이 개입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이 개입하신 내 인생에 대해 내가 좋아하고 싫어한 것을 하나님께 내어 놓을 수 없음을 아는 것이 신앙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 언제나 하나님께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어 놓으면 그것을 주시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싫은 것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막아주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이 없습니다. 반대로 하나님이 우리의 뜻에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불신앙만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면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결코 해가 되는 길로 인도하지 않으심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되어진 모든 일은 우리에게 선한 하나님의 일입니다. 그러므로 내 쪽에서 가부를 말할 수 없으며 다만 되어진 일에서 하나님의 뜻을 묵상할 뿐입니다. 과연 이러한 신앙인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3. 리브가의 오라비는 아브라함의 종을 따라 가려는 리브가에게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미가 될찌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문을 얻게 할찌어다’라는 축복의 말을 합니다. 시집가는 동생을 축복하려면 ‘부디 잘 살아라’라는 의미의 말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라반은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생각하였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요? 성경에는 라반이 어떤 계시를 받고 그러한 말을 하는 것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라반은 분명 무엇인가를 바라보았기에 통상적인 말과 다른 말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하나님의 약속안에서 추론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60절의 내용은 시집가는 리브가를 축복하는 말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듯합니다. 시집가는 리브가에게 가장 축복된 말은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해서 사랑하는 가정을 이루고 근심 걱정 없이 평안히 잘 살아라’는 차원의 말이 아니겠습니까? 리브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축복일진대 라반은 ‘천만인의 어미가 될찌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문을 얻게 할찌어다’라는 이해 못할 말을 축복으로 하는 것입니다. 물론 천만인의 어미가 되라는 것은 후손의 번창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축복의 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네 씨로 원수의 성문을 얻게 할찌니라는 말은 단순히 육신의 번성을 의미하는 말로 이해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천만인의 어미라는 말이나 원수의 성문이라는 말은 모두 하나님의 약속과 연관이 있습니다. 물론 라반이 하나님의 약속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근거는 없지만, 이 말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이 라반의 입을 통해서 리브가를 택하여 일하시고자 하는 분명한 뜻을 드러내시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이 라반에게 뭔가 알게 하신 것이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은 리브가를 택하여 하시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신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원수의 성문을 얻게 한다는 것은, 창 3:15절의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과의 대결에 대해 말씀합니다. 여자의 후손의 원수가 곧 뱀의 후손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라반이 보게 된 것은 이것이 아니었는가 생각됩니다. 하나님은 여자의 후손을 세워서 뱀의 후손을 치실 것입니다. 그리고 악에 대한 승리를 얻을 것입니다. 라반의 축복의 말은 이것과 연관이 있는 것입니다. 리브가를 보내면서 개인적인 삶의 평안에 대해 축복하지 않음을 참고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개입된 리브가는 하나님의 원수를 치는 일에 쓰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바라볼 것도 내 개인의 삶의 유익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세워서 일하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일에 중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결혼 역시도 단지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도구로 사용하시기 위함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4. 이삭은 리브가를 아내로 삼고 사랑하여 이삭의 모친 상사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고 말합니다. 이 위로는 어떤 위로일까요? (모친을 잃은 슬픔이 아내가 생겼다고 해서 사라질까요?)
67절의 구절은 이삭이 모친이 죽음으로써 슬픔에 빠져 있었는데 리브가를 아내로 맞이함으로써 위로를 얻었다라고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내를 얻은 것 때문에 모친에 대한 슬픔을 잊게 되었다는 뜻이 되는데 과연 67절의 구절이 이런 뜻이겠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이것을 밝히기 위해 67절이 기록되어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또한 모친을 사랑했던 자식이라면 아무리 아내를 얻었고 아내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모친을 잃은 슬픔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친에 대한 사랑과 아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그 본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아들을 잃어버린 모친이 다른 아들을 얻었다고 해서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슬픔이 사라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이삭이 얻은 위로는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이삭이 리브가를 아내로 삼고 사랑하여 모친 상사 후에 위로를 얻은 것을 모친 상사에 대한 슬픔을 아내를 얻어 사랑함으로써 대신 위로를 얻었다는 것보다는 모친인 사라나, 아내인 리브가를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는 일에 개입된 한 여인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사라를 통해서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약속의 성취에 대한 하나님의 일은 이삭의 아내를 고르는 일에도 연결됨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삭은 사라의 죽음에서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위기를 느꼈을 수 있고, 아내를 얻음으로서 하나님이 계속 약속을 이어가시는 것을 발견함으로 그것이 위로가 되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가문에 있어서 하나님의 약속은 그 가문의 중심사상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모든 것이 약속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약속이 아브라함 가문의 소망이며 위로며 힘이었던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잘못으로 사라가 아비멜렉의 아내가 될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이 개입하여 약속을 보호하시고 지키시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이것이 아브라함에 이어서 이삭에게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정신입니다. 우리는 내 개인의 사정에만 국한하여 살아가지만 하나님은 내 개인의 사정에 매인 분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그 계획을 성취하시기 위해 열심히 행동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계획이 우리가 부름 받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이 우리를 지키시고 보호하신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의 일을 포기하지 않으시겠다는 의지인 것이지 나 개인을 위해서가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신자에게 위로는 무엇입니까? 모친을 잃고 부친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 있다면 그 슬픔에서 위로가 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의 약속뿐입니다. 무슨 말을 한다 해도 가족을 잃은 슬픔에 위로를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약속은 놀라운 위로로 우리의 가슴에 남게 됩니다. 약속은 곧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미래는 어떤 경우에도 포기되지 않고 실현될 것임을 하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슬픔이 있습니까? 하나님의 약속을 생각하시고 약속 안에서 하늘의 소망을 바라보십시오. 결코 끊어짐이 없고 포기되어지지 않는 약속은 여러분의 위로와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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