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헬과 레아는 자신들의 몸종까지 야곱의 첩으로 제공하면서 자식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의도는 분명 선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들에게 자식을 낳게 하십니다. 그리고 라헬과 레아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자식을 주셨다는 것을 근거 삼아 하나님을 각기 자기편으로 여깁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자식으로 경쟁을 하는 그들을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식을 주시는 것일까요?
선악과를 먹은 인간은 선악 개념을 기준으로 하여 선한 것은 취하고 악한 것은 버리는 것을 가장 합리적인 행동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합리적 사고가 하나님의 일에 대해서까지 선악을 기준하여 판단하게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상선벌악이라는 도덕개념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선한 것은 상을 주고 악한 것을 벌한다는 개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하는 합리적 사고가 아니겠습니까? 만약 어떤 일에서든 이 상선벌악 체계를 벗어나면 그것을 부당하다고 외치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서까지 반발을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즉 악한 자들이 권력과 힘을 누리며 약자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악인들을 왜 그냥 두시느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30장에서 레아와 라헬이 자식을 두고 경쟁하는 것을 볼 때 한가지 의문이 들게 됩니다. 그것은 분명 레아와 라헬이 자식 문제로 경쟁하는 것은 좋지 못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들에게 아들을 주시는 것 때문입니다. 자식을 원할 때 자식이 주어진다면 십중팔구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으셨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자기편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레아나 라헬이 자식들의 이름을 하나님이 자신을 복주고 기쁘게 하고 내편임을 염두에 둔 의미로 짓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분명 우리의 생각으로는 자식 경쟁이 나쁜 것이라면 자식을 주지 않으시는 것이 레아나 라헬 모두에게 유익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합리적 사고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일하십니다. 오히려 자식을 주심으로써 그들의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듯한 느낌을 주시는 것입니다. 가령 두 사람이 서로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 되려고 애를 쓰는데 하나님이 그들을 돈을 안겨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왜 이렇게 일하실까요?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인간의 죄성입니다. 만약 하나님이 레아와 라헬에게 아들을 주지 않으시고 그들의 행위를 꾸짖으셨다면 그들은 과연 자신들의 허물을 깨닫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겠습니까?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만으로 인간이 자신의 악을 깨닫고 피조물인 인간의 자리로 되돌아 갈 수 있느냐는 의미의 물음입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만약 하나님의 책망만으로 인간이 고침을 받는다면,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은 의미가 없고 필요 없는 헛된 일에 불과할 뿐입니다.
인간이 선악과를 먹기 전부터 이미 말씀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말씀을 거역한 것은 이미 인간은 말씀에 대해 바르게 반응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인데, 이러한 인간이 하나님이 책망하셨다고 해서 죄를 버리고 인간다운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일일 뿐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아들을 주시지 않고 레아와 라헬의 잘못됨을 책망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아들을 주시는 것입니다. 아들을 주심으로써 이들이 더욱 더 아들로서 경쟁하도록 만드시는 것입니다. 즉 인간의 악한 속성을 낱낱이 드러내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장차 이 아들들로 인해서 이스라엘이 형성됩니다. 다툼과 경쟁 속에서 형성된 이스라엘이기에 이들 역시 죽어야 할 존재이지만 이들이 어떻게 생명을 얻게 되는가를 보이시고자 하신 것이 아들을 주신 하나님의 일입니다. 쉽게 말해서 악함이 드러나게 하심으로써 악함에서 어떻게 생명을 얻고 구원받는가 그 길을 가르치시고자 하시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레아나 라헬에게 자식을 주신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복이 아닌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들 편인 것도 더욱 아닙니다. 이것은 오늘날 내가 원한대로 되어지고 부하게 되는 것들을 복으로 여겨서는 안되는 이유를 가르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복은 부함이 주어진 가운데서도 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이러한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부하게도 하시고 가나하게도 하시고 원한 것을 주시기도 하시고 거절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2. 라헬과 레아가 자식들의 이름을 짓는 것을 보면 모두가 하나님과 자신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식을 주신 것을 두고 하나님을 자기편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라헬과 레아의 경쟁인 것입니다. 오늘날도 신자들 사이에 이러한 경쟁은 존재합니다. 이처럼 자식을 두고 경쟁하는 라헬과 레아의 모습에서 오늘 우리들의 잘못됨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2번 물음에서 말씀드린 대로 라헬과 레아는 서로 하나님이 자신에게 자식을 주신 것을 자기 원통함을 들으셨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내편이기 때문이라고 여깁니다. 하나님을 사이에 둔 이러한 경쟁이 교회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생각하기를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에게 좋은 것을 주시는 분’으로 여깁니다. 물론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에게 좋은 것을 주십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좋은 것은 누가복음에서 말한 대로 성령입니다. 죄인된 우리의 본성을 다스리며 우리를 이끌어 가지 않으시면 천국갈 수 없는 우리들이기에 성령이 오셨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선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마음이 집중된 사람들에게 좋은 것은 성령이 아니라 세상의 것입니다.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켜줄 수 있고, 힘을 실어주는 것을 좋은 것으로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잘남을 위해 좋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필히 경쟁이 존재하게 되어 있습니다.
신자의 경쟁은 하나님이 누구편이고 누구를 사랑하느냐로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증거는 ‘누가 더 잘되는가?’에 있습니다. 잘되는 것이 곧 하나님이 함께 한 증거이고, 하나님이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부흥되는 교회가 하나님의 능력이 함께 하고, 부흥되지 못한 조그마한 교회는 마치 하나님이 안계신 것처럼 여기는 것들이 경쟁인 것입니다.
이러한 경쟁 속에 있는 우리의 잘못됨은 경쟁하는 것 자체가 악임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형제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과 희생과 봉사의 대상임을 알지 못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오셨는가를 모르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성도와 성도를 경쟁하는 자로 만나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몸으로, 한 지체로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상의 조건과 환경 등등으로 경쟁하고 다투는 관계에 머물고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된 관계를 허무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신앙은 경쟁이 아니라 내가 죽는 것입니다.
3.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라헬과 레아는 자식을 주신 것을 하나님이 자신을 선대한 것으로 여기고 자신을 선대한 하나님을 자기편으로 간주합니다. 현대인들도 신에 대해서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근거 삼아 하나님을 내 편이라고 하는 것이 옳지 못한 것이라면 왜 옳지 못한 것일까요?
일단 하나님은 인간의 편이 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편이 되어주시려면 인간에게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인간에게는 하나님 마음에 부분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과연 하나님이 내 편이 되어주실 수 있을 만한 사람인가?’를 먼저 생각하지 못하고, 단지 세상의 것이 남들보다 많이 주어졌다는 것으로 하나님을 내 편이라고 여긴다면 부자로 사는 불신자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느냐라는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불신자 편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정작 그들이 믿는 자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편안한 환경에 거하고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하나님은 인간의 편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편들어 줄 만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오직 하나님편일 뿐입니다. 하나님 스스로의 일을 위해 일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을 성취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일을 이끌어 가십니다. 라헬과 레아에게 자식을 주신 것도, 그들의 경쟁과 싸움을 통해서 인간의 악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지 레아나 라헬이 예뻐서가 아닌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근거 삼아 하나님을 내편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계획과 뜻에 관심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고 하나님 앞에서 인간은 결코 살 수 없는 악한 존재임을 간과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부자로 산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보다 신앙이 좋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한 생각은 오히려 하나님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위해 누군가에게는 부자의 역할을 맡기시고 누군가에게는 가난한 자의 역할을 맡기실 뿐입니다.
따라서 신자에게 필요한 것은 저 사람은 얼마나 받았는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앞서 가신 주님의 길이 어떤 길인가를 살피면서 부지런히 그 길을 좇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누리고 어떻게 살았든 신자가 도착할 곳은 동일합니다. 그곳에서는 세상에서 맡았던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랑이 아니라, 나를 살리신 그리스도의 은혜만 자랑할 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천국입니다. 이 천국을 지금 미리 누리며 사는 것이 그리스도의 몸의 관계로 모이는 교회입니다.
4. 25-43절까지의 내용은 라반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야곱의 계략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야곱을 도와서 결국 많은 양을 차지하도록 하십니다. 그러나 이것은 야곱의 행위가 정당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행위가 정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도우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반의 재산을 차지하는 야곱의 계략은 분명 정당치 못한 것입니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기술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라반의 재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야곱의 행위가 정당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야곱의 계획이 이루어지게 하십니다. 이것은 레아와 라헬에게 자식을 주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을 하셨습니다. 이처럼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을 받은 상태에서 야곱이 세운 계략대로 되어지게 하시는 것은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그 뜻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오해를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의 일이 계획대로 잘되면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인도하신 것으로 여기지만 하나님의 진짜 일은 은혜를 알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의 죄에서 그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야곱의 악한 본심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그의 계획을 이루어주시는 쪽으로 일하시는 것입니다. 즉 야곱의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님의 함께 하심이 아니라 야곱의 악한 본성이 드러나게 하심으로 은혜를 깨닫게 하시는 것이 함께 하심의 진정한 의미인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 같은 죄인을 주님이 용서하셨습니다’라는 고백을 이끌어 내시는 것이고, 이 고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동원하신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하나님이 우리의 악함을 드러내기 위해 우리의 잘못된 뜻과 계획이 성취되게 하신 것을 두고 하나님의 일이며 하나님의 뜻이라고 오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분명히 나의 욕망이고 세상을 향한 계획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성취된다면 그러한 성취를 통해서 우리의 악함을 드러내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아는 것이 놀라운 지혜일뿐입니다.
5. 37-38절의 내용은 자신의 장래를 대비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보여줍니다. 모든 인간은 이처럼 자신의 장래를 대비하는 삶을 힘써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장래는 무엇이며, 무엇을 대비하며 살아갑니까? (여러분의 머리에 있는 지식을 꺼내놓지 말고 자신의 삶을 두고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신자의 장래는 오직 그리스도일 뿐이며, 그리스도가 오심을 대비하며 살아가는 것이 참다운 지혜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의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지 마십시오. 세상에서의 장래를 생각하게 되면 현재의 형편과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불안함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결국 세상에서의 장래를 튼튼히 하기 위해 애쓰는 삶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세상은 영원하지 못합니다. 영원한 분은 그리스도고 그의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신자가 바라볼 것은 그리스도뿐임을 다시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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