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서가 사백 인을 거느리고 올 때 야곱은 에서가 반가웠기 보다는 두려웠습니다. 에서가 자신을 치기 위해 오는 줄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위기라 여겨지는 상황에서는 두려워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믿음을 기준으로 볼 때 이러한 두려움은 인간의 어떤 잘못된 생각에서 오는 것입니까?
두려움이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사람은 누구나 어둠이나 죽음, 또는 자신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위급한 상황 등에서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러면 선악과를 먹기 전의 인간에게는 두려움이 있었을까요?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악과를 먹기 전의 인간이나 세상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 있었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위해를 가하는 적대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해를 가하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위태로움을 느낄 필요가 없고 따라서 두려움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인간의 두려움은 선악과를 먹은 아담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반응에서 최초로 등장합니다. 아담은 하나님이 부르실 때 두려워 숨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왜 두려웠을까요? 아담은 그것을 자신이 벗었기 때문으로 말하지만, 단순히 벗은 것 때문이라면 ‘두려움’보다는 ‘부끄러움’을 나타내는 것이 타당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담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벗었다는 것에 대한 하나님의 책망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즉 벗은 것을 옳지 않은 행동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옳지 않음에 대한 하나님의 책망을 두려워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아담이 두려워하여 숨은 것은 자신의 보호 본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선악과를 먹은 인간의 타락한 본성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자신의 보호 본능에서 기인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자신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대상이나 환경, 상태 등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선악과를 먹은 인간의 악함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것에 있습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다스림을 벗어나서 자신의 세계를 자기 스스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본성으로 태어난 인간에게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야곱이 에서를 두려워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야곱은 에서를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존재로 여겼습니다. 에서에게 잘못한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에서가 보복할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당시 자신보다 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는 에서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물음대로 야곱의 두려움은 믿음을 기준으로 볼 때 어디서 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성경에 보면 ‘두려워 말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근거로는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함께 하신다는 것 때문입니다. 가령 신명기 31:8절에 보면 “여호와 그가 네 앞서 행하시며 너와 함께 하사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시리니 너는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인도하시기 때문에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는 말씀이 성경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신자에게 있어서 두려움은 하나님의 함께 하심과 인도하심을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편 23편에 보면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결론은 두려움은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믿지 못하는 연약한 믿음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곱은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 하실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을 들었으면서도 에서에 대해 두려워합니다. 이것이 곧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두려움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함께 하심과 인도하심에 대해 못미더워 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신자를 결코 두려움에 머물지 않게 합니다.
2. 에서가 사백 인을 거느리고 야곱에게 오는 것은 야곱을 치기 위함이 아니라 반대로 야곱을 반기고 환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에서가 거느린 사백 인을 보고 자신을 치기 위해 오는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불안해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역시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스스로 지레 짐작함으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상황을 스스로 지레 짐작했던 여러분의 경우를 얘기해 보시고 이것은 어떤 불신앙의 모습인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은 말씀하시기를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일의 일은 하나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의 일을 염려한다는 것은 장차 되어질 상황을 미리 짐작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나쁜 상황에서 내일의 일을 지레 짐작함으로써 두려움과 염려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야곱의 경우도 같은 것입니다. 사실 에서가 사백 인을 거느리고 야곱에게 오는 것은 야곱을 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반기고 환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에서의 마음을 지레 짐작함으로써 불안해 한 것입니다. 에서에게 잘못한게 있는데다가 사백 인을 거느리고 오는 것을 보고 분명히 자신을 치기 위한 것으로 단정해 버린 것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실수를 많이 범하지 않습니까?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지레 짐작을 함으로써 쓸데없는 오해를 하기도 하고, 염려와 불안함에 빠지기도 하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는 하나님을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멋대로 많은 상상을 해버립니다. 누군가에 대해서도 내 멋대로 상상하고 판단함으로써 큰 실수를 범하기도 합니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이 아닌데도 불안해합니다.
내일의 일은 하나님이 책임지십니다. 내가 아무리 염려하고 불안해 해봐야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뜻하신 대로 이루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항상 앞서 나갑니다. 지금의 일에 머물기보다는 내일의 일까지 미리 계산을 하고 판단을 하려고 합니다. 그 생각이 하나님께 머물도록 해야 합니다. 내일의 일은 내 생각대로 되어지는 것이 아님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혹 어떤 일에 대한 염려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면, 차라리 염려하는 일이 주어질 때 이길 수 있는 믿음을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이것이 염려와 불안에 빠져 있는 것보다 더 유익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3. 에서를 만난 야곱은 몸을 일곱번 땅에 굽히고, 주라 칭하면서 자신의 소유로 예물을 바칩니다. 야곱의 이러한 행위를 25:23절에 있는 “큰 자는 어린 자를 섬기리라”는 말씀에 비춰 볼 때 결국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큰 자는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야곱이 에서를 섬기는 상황에서 큰 자는 결국 야곱으로 드러남을 생각하시고 하나님이 야곱을 어떤 사람으로 바꾸어 가시는가를 생각하십시오)
세상의 자연적 질서를 따른다면 어린 자가 큰 자를 섬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긴다는 말씀을 하심으로써 세상의 질서와 맞지 않는 말씀을 하십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자가 되고자 합니다. 이유는 섬기기보다는 섬김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면 섬김 받는 것을 원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누구나 크고자 하고 높아지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세상에 전혀 다른 질서를 세우시는 말씀을 하시고 그것을 야곱과 에서를 통해서 보이시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세상의 질서로 볼 때 야곱이 몸을 굽히고 에서를 주라 칭하는 것은 동생이 형을 예우하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에서를 두려워 하는 야곱이 에서에게 굴복하는 내용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미 에서와 야곱이 태어나기 전에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긴다는 말씀을 하셨고, 실제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게 된 사건은 본문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긴다는 말씀은 본문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혈통적으로 야곱은 동생이기에 야곱이 에서에게 절을 하는 것을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긴 것과 연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서가 장자권을 팥죽 때문에 야곱에게 넘겨준 사건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혈통적으로 에서가 장자이지만 에서는 장자권 자체를 소홀히 여긴 존재입니다. 그리고 야곱은 큰 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배가 고픈 에서의 약점을 이용하여 장자권을 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혈통으로서의 장자가 뒤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장자권에 대해 소홀히 생각하는 에서의 잘못됨이 드러났던 것입니다.
야곱은 장자라는 의미를 축복의 개념에서 생각했습니다. 즉 장자가 복의 중심에 있다고 여겼기에 장자권에 대한 집착을 나타낸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미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긴다는 말씀을 하심으로써 큰 자, 즉 장자의 의미가 어떤 것인가를 나타내셨습니다. 장자는 어린 자의 위에 서는 것도 아니고, 힘을 가진 자도 아니고, 오직 섬기는 자가 진정한 장자라는 것입니다.
야곱은 씨름을 통해서 지금까지 자신이 축복이라고 여겼던 모든 것이 허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에서에게 절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전의 야곱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이런 사람으로 만드신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 야곱을 인도하셨고 야곱과 싸우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자기 백성을 이렇게 인도하십니다. 섬김을 받는 위치로 인도하시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자로 만들어 가십니다.
4. 4번의 물음에서 세상이 생각하는 큰 자와 하나님이 세우시는 큰 자가 어떻게 다른지 말씀해 보시고, 결국 신자가 크고자 한다면 어떠한 사람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생각해 보십시오.(마 20:26-28 예수님은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러 오셨다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진정한 큰 자로 오셨음을 의미합니다.)
크고 작음에 대한 세상의 판단 기준은 모두가 외형적인 것에 있습니다. 섬김을 받는 위치에 있는 존재를 큰 자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상에 예수님은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 오셨다고 말합니다. 이것으로 진정한 큰 자, 즉 장자는 오직 예수님이심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마태복음 20:26절에서도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라고 말씀합니다. 이것이 하늘 나라의 질서입니다. 크고자 하는 자가 없고 오직 섬기는 자만 있는 그곳이 하나님 나라인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는 모두가 큰 자입니다.
오늘날 교회에 있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타인의 위에 힘으로 군림함으로써 ‘크다’ 일컬음을 받고자 하는 야곱 수준일 뿐입니다. 진심으로 예수님을 만난 자는 오직 섬기는 자리에 있고자 할 뿐입니다. 하나님은 그를 크다 하실 것입니다.
5. 20절에 보면 야곱은 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라고 합니다. 야곱은 하나님에 대해 무엇을 깨닫고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요?
야곱이 단을 쌓고 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고 이름한 것은 하나님의 함께 하심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란 이스라엘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함께 하신다는 이 의미를 야곱처럼 새롭게 이해해야 합니다.
대개 사람들은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어떻게 이해를 합니까?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시고, 형통의 길로만 인도해주시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데 어떻게 내 일이 잘못될 수 있느냐?라는 의식이 팽배한 것입니다. 이것이 예전의 야곱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나는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미암아 염려와 불안감이 몰려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염려와 불안은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잘못될 것에 대한 염려입니다. 결국 잘못된 축복관은 인간에게 염려와 불안감만 남김을 생각해야 합니다.
잘못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하나님의 함께 하심에 대해서도 오해를 가져오게 합니다. 자신을 잘못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도와주시는 것을 하나님의 함께 하심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야곱도 에서에 대해서 예전에는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의 계책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에서를 만났을 때 에서는 자신을 크게 환대 하였습니다. 결국 야곱의 두려움은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믿지 않은 결과였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믿는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인도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삶으로든 하나님이 인도해 주실 것을 믿고 사는 것입니다. 즉 나의 소망과 욕구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되어진 일이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인도하신 결과임을 믿는 것입니다. 이것이 평안입니다. 그런데 항상 자신의 뜻을 담고 하나님께 나오기 때문에 ‘내가 원한 대로 되어지지 않으면 어쩧게 하는가?’라는 불안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하나님이 함께 하신 흔적들이고 결과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설사 눈물이 흐르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신 현장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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