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들이 금식하고 있는지라 혹이 예수께 와서 말하되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의 제자들은 금식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아니하나이까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혼인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때에 금식할 수 있느냐 신랑과 함께 있을 동안에는 금식할 수 없나니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이르리니 그 날에는 금식할 것이니라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기운 새것이 낡은 그것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되느니라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하시니라 (마가복음 2:18-22)
<설교>
예수님을 찾아온 문둥병자가 깨끗하게 되고, 중풍병자가 네 죄사함을 받았다는 말씀과 함께 일어나 걸어가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당시 유대 사회가 갖고 있었던 잘못된 종교적인 모습들을 지적하는 내용들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사고방식은 인간의 거룩한 종교행위로 말미암아 거룩하게 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보존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방식이 오히려 하나님과의 단절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거룩은 종교행위와 상관없이 하나님이 베푸시는 용서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것처럼 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예수님이 세리의 집에서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는 것을 보고 제자들에게 ‘어찌하여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라고 책망하는 것도 종교행위를 기준하여 인간을 구분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율법을 지키고 안식일을 지키며 철저한 종교생활을 유지하는 그들에게 세리와 같은 사람들은 상종할 수도 없는 부정한 죄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 비해 자신들은 아주 건강한 거룩한 존재로 간주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예수님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씀을 하심으로써 무엇이 예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가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즉 신앙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종교 행위가 실상은 예수님과의 관계 단절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은 종교 행위 자체를 거부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 행위가 인간을 거룩하게 한다는 생각을 거부해야 함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어떤 종교행위를 얼마나 하든 상관없이 인간은 병든 자이고 의원으로 오신 예수님이 아니면 고침 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에 보면 종교행위를 중요시 하는 사람들의 예수님에 대한 반응이 또 다시 등장합니다. 18절에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들이 금식하고 있는지라 혹이 예수께 와서 말하되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의 제자들은 금식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아니하나이까”라고 말하는 것처럼, 금식의 날로 정한 유대인의 규례를 따라 요한의 제자와 바리새인들은 금식을 하고 있었는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금식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저들은 금식을 하는데 왜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을 하지 않는가?라고 말하면서 제자들의 잘못을 지적을 하는 것입니다.
이 지적에 대해 예수님은 “혼인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때에 금식할 수 있느냐 신랑과 함께 있을 동안에는 금식할 수 없나니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이르리니 그 날에는 금식할 것이니라”(19,20)고 답하시면서 그 유명한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기운 새것이 낡은 그것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되느니라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하시니라”는 말씀을 이어서 하신 것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금식이라는 것은 중요한 신앙의 행위와 덕목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금식의 의미보다는 금식하는 것 자체를 신앙으로 여기는 오류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안식일의 의미, 십일조의 의미, 제사의 의미 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단지 안식일을 지키고, 십일조를 하고 제사를 드리는 행위 자체를 중요시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안식일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 라는 구별을 하는 것처럼 행위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시각으로만 신앙을 판단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판단에 의해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금식을 하지 않는 것은 신앙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예수님께 그러한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지금은 금식할 때가 아니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 예를 혼인집을 들어서 말씀하시는데, 혼인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때는 금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쁨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금식이란 애통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음식을 끊을 정도로 애통하다는 마음을 음식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예수님이 하시는 일들은 그 하나하나가 신랑이 함께 있을 때 일어나는 생명의 능력에 대해 증거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귀신을 쫓아내는 일이나, 열병과 각종 병든 자를 고치시는 일, 문둥병자를 깨끗하게 하시고 중풍병자에게 죄사함을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것 하나하나가 신랑이 함께 함으로써 나타나는 생명 현상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쁨의 날이기 때문에 금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이르면 그 날에는 금식하라고 합니다. 신랑을 빼앗길 날은 세상이 신랑을 제거하는 날입니다. 이 날은 애통해야 하고 금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지 신랑이 죽었다는 것을 슬퍼하고 금식하라는 것이 아니라 신랑을 죽이는 일에 나 자신도 역시 동참했음을 깨닫고 심히 애통해 하며 금식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너희들 왜 나의 신랑을 죽였느냐?’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신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였습니다. 내가 죄인이고 나는 밥 먹을 자격도 없는 존재입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금식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금식의 의미가 됩니다. 즉 실제로 음식을 끊는다는 것이 금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음식을 끊는 것이 참된 금식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이라면 자신의 종교 행위가 자신을 거룩하게 할 것으로 간주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죽인 자가 바로 난데 그 죄가 금식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고는 감히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행위로도 그 죄는 덮을 수가 없고, 오직 예수님의 은혜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구원자로 오신 그리스도만을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새 포도주로 오신 예수님께 함께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새 포도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이 새 포도주로 오셨다는 것은 예수님이 오시기에 전에 있었던 것은 모두 옛것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옛것과 새것은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생베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면 새것이 낡은 것을 당기어 헤어짐이 더하게 된다고 말씀합니다.
이 비유는 예수님의 말씀은 옛것의 상태 그대로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성령에 의해 새롭게 되지 아니하면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를 못한다는 것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세상적인 욕심과 소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그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대인들처럼 인간의 종교행위에 기대고, 종교행위로 자신을 거룩하게 만들어 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말씀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는다는 것은, 옛 성품 그대로의 사람으로서는 예수님의 복음에 함께 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옛 성품 그대로 복음을 듣게 되면 복음을 들을 때는 마치 복음을 받아들이고 복음으로 살 것 같은 표정을 하다가도 막상 세상에 나가게 되면 복음이 아니라 옛 성품을 따라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즉 복음을 증거하고 나타내는 복음의 증거자가 아니라 옛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제자들은 왜 금식하지 않습니까?’라는 책망 또한 옛 성품의 흔적일 뿐입니다. 우리 또한 이러한 옛 성품의 흔적들을 수시로 드러내지 않습니까? 복음을 듣고 복음을 안다고 하면서도 막상 복음을 듣는 자리를 떠났을 때는 복음에 의해 다스림 받는 성품이 아니라 옛 성품을 드러냄으로써 복음을 훼손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현실일 수 있습니다.
복음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음을 받는 우리가 옛 성품 그대로인지 아니면 복음에 의해서 깨어지고 고침 받은 새로운 심령으로 복음을 간직하고 복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복음을 듣고 알았다면 그 복음에 의해 내 자신이 깨어지고 고침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는 것이 됩니다.
사람이 제 아무리 그럴듯한 종교행위를 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신자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종교 행위도 나를 사람답게 만들지 못합니다. 무엇을 한다고 해도 인간은 죄인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행위로도 그것으로 자신을 정당화할 수 없고 타인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고침을 받아야 할 더러운 자고, 용서를 받아야 할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알게 하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 복음입니다.
복음에 의해 깨어지고 고침 받아야 할 사람이 바로 여러분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과연 새 부대로 새 포도주로 오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가 정직하게 생각해 보십시오. 복음을 듣고, 복음을 아는 여러분에게서 과연 옛 성품의 흔적이 나오는지 아니면 복음에 의해 고침 받은 새로운 성품의 흔적이 증거되는가를 살펴 보십시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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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강) 마가복음 2:23-28 안식일의 주인
(13강) 마가복음 2:13-17 죄인을 부르러 오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