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예수께서 홀로 계실 때에 함께한 사람들이 열 두 제자로 더불어 그 비유들을 묻자오니 이르시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너희에게는 주었으나 외인에게는 모든 것을 비유로 하나니 이는 저희로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며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여 돌이켜 죄 사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 하시고 (마가복음 4:10-12)
<설교>
본문에 보면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를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고,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참으로 이상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예수님이시라면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무리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들의 깨달음과 구원을 위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말씀하는 것이 옳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예수님이시라면 단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진리를 깨닫게 하시고 구원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 힘쓰시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로서는 “이는 저희로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며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여 돌이켜 죄 사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12절)는 말씀은 사실 생소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은 모든 사람을 향한 것은 아닙니다. 즉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비유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11절을 보면 “이르시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너희에게는 주었으나 외인에게는 모든 것을 비유로 하나니”라고 말씀합니다. 이처럼 세상에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허락된 자가 있고 허락되지 않은 자들이 있습니다. 허락되지 않은 그들을 예수님은 외인이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한 외인이라는 것은 단지 이방인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방인은 아예 진리를 외면한 자들이기 때문에 진리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진리를 듣고 진리를 따른다고 하면서도 정작 진리 밖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유대인들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유대인 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속에는 진리를 알고 깨닫도록 허락된 예수님이 말씀하신 ‘너희’라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 6:9-10절을 보면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가서 이 백성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하여 이 백성의 마음으로 둔하게 하며 그 귀가 막히고 눈이 감기게 하라 염려컨대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 다시 돌아와서 고침을 받을까 하노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을 보면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를 이스라엘로 보내시는 이유가 이스라엘을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고침을 받지 못하도록 그들의 마음을 둔하게 하고 귀가 막히고 눈이 감기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이사야 선지자가 이스라엘로 보냄 받은 이유며 이사야의 사명이었습니다.
그러면 이사야 선지자의 사명은 어떻게든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고 귀가 막히게 하고 눈이 감기게 해서 몽땅 지옥가게 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선지자의 사명에는 그러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에게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은 13절의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오히려 남아 있을찌라도 이것도 삼키운바 될 것이나 밤나무,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는 구절에 등장하는 ‘남은 자’를 찾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즉 하나님께는 모든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라 ‘남은 자’에 해당하는 그들이 하나님의 참된 백성이었던 것이고, 그들을 찾기 위해서 선지자를 이스라엘로 보내시는 것입니다.
남은 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남겨진 자들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심판 속에서 은혜로 말미암아 남겨진 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이 남은 자들이 하나님이 의도하시고 목적하신 인간상인 것이고 이들이 어떤 사람인가는 하나님의 말씀이 이스라엘에 떨어짐으로써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없고,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이 없으며, 하나님의 일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실상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비밀, 즉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졌을 때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졌으나 그 말씀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이 둔하고 귀가 막히고 눈이 감긴 자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말씀으로 말미암아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되는 자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들은 인간의 의와 힘이 무능함을 깨달으면서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는 자들입니다. 이들이 바로 남은 자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사야의 사명이었고, 그래서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증거해야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외인에 해당되는 그들은 마음이 둔하고 들을 귀가 없고 눈이 감긴 자들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비유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들은 바로 자신의 힘으로 천국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여러분은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천국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천국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만 허락되는 나라라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이 말은 천국은 인간의 의로는 들어갈 수 없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외적인 조건은 그 어떤 것도 우리를 천국으로 들어가게 하는 능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슨 선행을 하고, 그로 인해서 세상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고 해도 그것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의도, 능력도 되지 못합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피의 은혜만을 의지하는 그 믿음이 능력이 되어서 천국에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조차도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은 잘 아시죠? 이처럼 천국은 인간의 것은 먼지만큼의 것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아는 것이 믿음이고, 이러한 믿음의 사람은 오직 하나님이 세상에 남긴 자들에게서만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에게는 그들이 굳건히 붙들고 있는 그들 나름대로의 의가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으로서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라는 것, 하나님의 율법을 받은 민족으로 그 율법을 성실히 지키고자 노력한다는 것, 절기를 지키고 제사를 지내고 하는 이런 모든 것들이 그들의 의로 구축이 되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은 당연히 구원은 자신들에게만 해당된 것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보시기에 그들은 들을 귀가 없고 볼 수 있는 눈이 없는 자에 불과했습니다. 길가밭, 돌밭, 가시떨기가 무성한 밭에 불과해서 말씀이 떨어져도 결실할 수 없는 쓸모없는 땅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실상을 그들은 전혀 눈치 채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그들의 상태가 예수님의 말씀으로 인해서 확연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말씀을 들어도 깨닫지를 못하고 보기는 보아도 알지를 못하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비유로써 드러내신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말씀은 인간의 의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은 뭔가를 파헤치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은 모두가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실상을 깊이 깨달을 수 있어야 참된 회개가 있게 되는 것이고, 그리스도의 은혜가 어떠함을 알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인간이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로 말미암아 멸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말씀을 들을 때 무엇을 느끼십니까? 예수님의 말씀이 여러분이 붙들고 있던 것들을 하나하나 빼앗아 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의를 빼앗아 가고, 여러분의 공로를 빼앗아 가고, 여러분의 자존심을 빼앗아 가고, 여러분의 믿음을 빼앗아 가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말씀을 제대로 들으셨다면 그러한 느낌이 들어야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싶어 하는 우리의 것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리고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고스란히 주님의 것만 남기고자 하시기 때문입니다.
나의 공로가 있던 자리에 주님의 공로만 남기시고, 나의 의가 있던 자리에 주님의 의만 남기시고, 내 믿음이 있던 자리에 주님의 믿음을 남기십니다. 그래서 결국 주님의 공로와 의만 자랑하고, 내 믿음이 아니라 주님의 믿음이 나를 천국으로 인도한다는 고백을 하는 자로 만들어 내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이들이 바로 이사야서에서 말씀한 남은 자이고, 11절에서 말씀한 너희에 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바로 말씀이 결실하는 옥토이고, 이 옥토 또한 예수님의 고치심으로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인 것은 자신들의 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눈이 감기고 들을 귀가 없는 자들이었고 마음이 둔한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그러한 실상이 예수님의 말씀으로 발각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자신들의 실상을 깨닫지 못한 이것이야 말로 말씀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인이었다는 것이 증거된 것입니다.
신자로서 열심히 헌신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경계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열심과 헌신이 공로가 되고 의가 되어서 자신의 마음을 덮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서 심판 받아 마땅한 자신의 실상을 보지 못하게 되고, 결국 자기 의와 공로에 대한 보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경계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말씀입니다. 여러분이 말씀에서 항상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앞서 말씀한 것처럼 여러분의 것을 빼앗기는 것입니다. 말씀은 여러분의 마음을 덮고 있는 공로와 의를 벗겨 버립니다. 그리고 불의함과 악함의 실상을 드러내십니다. 그럴 때 회개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보면 죄사함은 자신을 덮고 있던 자기의 공로와 의가 모두 벗겨지고 그 아래 있던 불의함을 보게 된 신자에게 해당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말씀에 대해 반발한다는 것은 빼앗기기 싫은 자기의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공로와 의를 빼앗기기 싫고,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을 빼앗기기 싫기 때문에 반발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뭐가 하려고 해봐야 결국 결실은 없습니다. 사단과 환난과 유혹 욕심 등은 인간의 힘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옥토는 주님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마음입니다. 그 땅에는 인간의 공로나 의는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열심히 헌신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자’는 것도 없습니다. 다만 인간의 무능함을 바라보면서 십자가에 피 흘리신 예수님만 바라볼 뿐입니다. 그러한 땅에 말씀은 결실하게 됩니다. 이들이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이 허락된 남은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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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강) 마가복음 4:21-29 들을 귀 있는 자
(22강) 마가복음 4:1-9 네가지 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