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또 가라사대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하며 또 무슨 비유로 나타낼꼬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나물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 예수께서 이러한 많은 비유로 저희가 알아 들을 수 있는대로 말씀을 가르치시되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아니하시고 다만 혼자 계실 때에 그 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해석하시더라 (마가복음 4:30-34)
<설교>
본문의 겨자씨 비유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의 외적 성장과 연관하여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는 대표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겨자씨는 아주 작은 것인데 이 겨자씨가 나중에 새가 깃들일 정도로 크게 된다는 것을 교회는 점점 크게 확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을 해 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교회가 외적으로 크게 성장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교회의 외적 성장에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은 아니란 것입니다. 교회의 외적 성장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면, 결국 교회가 외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모든 책임은 하나님께 있다는 말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뜻은 인간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외적인 성장 자체가 의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복음과 상관없이 오로지 외적으로 크게 성장한 교회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교회다운 교회라는 말도 가능해지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은 교회의 성장을 이야기 하려고 겨자씨 비유를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30절에서 “또 가라사대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하며 또 무슨 비유로 나타낼꼬”라는 말씀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말씀하려고 겨자씨 비유를 말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교인수가 많은 교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겨자씨 비유를 교회의 외적성장의 의미로 해석을 하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아닌 가시적인 교회만을 바라보고 있는 인간의 욕망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에 불과할 뿐인 것입니다.
11,12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이르시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너희에게는 주었으나 외인에게는 모든 것을 비유로 하나니 이는 저희로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며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여 돌이켜 죄 사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고 증거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 나라를 봐도 알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를 못합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과 생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선악과를 먹은 것은 자신의 확장을 원하는 욕망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선악과를 먹은 인간은 성장되고 확장되는 것을 선으로 간주하고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긴 들어도 깨달을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말씀은 어느 것 하나도 인간의 욕망에 부합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겨자씨 비유를 교회의 외적 성장을 의미하는 내용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도 결국 인간의 욕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성장과 확장을 선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겨자씨 비유 또한 작은 것을 크게 성장시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 것으로 왜곡하게 해 버리는 것입니다.
31,32절을 보면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나물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30절에서 말씀한 것처럼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유이지 교회에 대한 비유가 아닙니다.
겔 17:22,23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또 백향목 꼭대기에서 높은 가지를 취하여 심으리라 내가 그 높은 새 가지 끝에서 연한 가지를 꺾어 높고 빼어난 산에 심되 이스라엘 높은 산에 심으리니 그 가지가 무성하고 열매를 맺어서 아름다운 백향목을 이룰 것이요 각양 새가 그 아래 깃들이며 그 가지 그늘에 거할지라”
여기서 각양 새가 백향목 아래 깃들이고, 그 가지 그늘에 거한다는 내용은 겨자 나무에 새들이 와서 그 그늘에 깃들인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에스겔에서는 백향목으로 본문에서는 겨자나무로 다르게 말하고 있을 뿐이지 의미하는 바는 같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에스겔에서 말하는 백향목은 새 가지 끝의 연한 가지로 시작을 하고 있고, 본문에서는 겨자씨로 시작을 하기 때문입니다. 즉 둘 다 연약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출발을 하는 것입니다.
에스겔에서 말하는 내용은 이스라엘의 회복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가장 연약할 것 같은 새 가지 끝에서 연한 가지를 꺾어 심어서 큰 나무가 되게 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연한 가지처럼 약한 이스라엘을 큰 나라가 되게 하실 것임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이스라엘의 현재의 조건만을 보고 무시하고 억압한다면 장차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것이 천국이라는 것을 겨자씨를 등장시켜서 비유로 말씀하는 것입니다. 천국을 설명하시면서 겨자씨를 비유로 등장시키는 것은, 천국이 세상이 보기에는 겨자씨처럼 작고 하찮다는 것을 말씀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적어도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천국은 세상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고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천국을 보여줘도 알지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세상을 둘러보면 천국이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까? 교회를 보면서 천국을 실감할 수 있습니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기대하고 생각하는 천국은 살기 좋은 나라일 것입니다. 살인, 강도와 같은 흉악한 범죄가 없고 전쟁이 없이 편안하게 행복하게 사는 곳을 천국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을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천국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를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온 교인이 서로 다투지 않고 시기하지 않으며 서로 돕는 화목한 좋은 관계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교회다운 교회로 기대하는 것도 그런 모습의 교회일 것이고, 따라서 그런 교회를 천국이라고 일컫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여러분들이 교회를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천국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다니는 교회에 실망을 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예수님이 보여주고자 하시는 천국일까요? 문제없는 교회는 없습니다. 심지어는 서로 재산을 통용했던 초대교회에서도 구제문제로 인해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것은 천국이 깨어진 것으로 봐야 합니까?
예수님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것은 이미 천국이 만인이 볼 수 있게 임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그 천국을 보지를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꿈꾸는 크고 영광된 모습의 천국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 앞에 선 예수님은 크고 영광된 모습이 아니라 낮고 아주 천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러니 그런 자를 왕으로 믿고 의지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세상에 세우신 하나님의 나라는 낮고 천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주로 섬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러한 하나님의 나라가 유대인들의 눈에는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줘도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천국은 회개한 자만이 알 수 있습니다. 회개했다는 것은 그 심령이 새롭게 고침 받았음을 뜻합니다. 세상에서 높임 받고 영광된 존재가 되는 것을 선으로 여기는 것이 욕망에 불과했음을 깨닫고 낮고 천한 자리에 오신 그리스도가 진정한 주되시는 분임을 깨닫고 주를 의지하게 되는 것이 회개입니다.
이러한 신자는 이제 세상의 높은 자리를 복으로 간주하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비록 낮고 천한 자리에 처한다고 해도 주님을 알게 되고, 주님의 인도하심에 참여하게 된 것을 복으로 여기고 감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천국은 이러한 신자에게 보이는 것입니다. 마 5:8절의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라는 말씀처럼 말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주님만으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분명 세상이 보기에는 하찮은 것입니다. 세상에 내 놓을만한 것이 되지 못하고, 자랑거리도 되지 못하고, 세상에서 힘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때가 되어서 세상의 마지막 때가 이르게 되면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가 진심으로 크고 영광된 나라였음이 확실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신자는 그리스도만을 믿고 의지할 뿐입니다. 예수님에게서 세상에서 영광된 존재가 되는 복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십자가에 흘린 피의 은혜 아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할 뿐입니다. 주님으로 인해서 설사 고난에 부딪힌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이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나라이며, 비록 지금 보기에는 주의 십자가만을 믿고 소망하는 겨자씨처럼 지극히 작고 하찮게 보인다고 해도 장차 하나님의 때가 이르면 이 나라야 말로 크고 영광된 나라로 온 세상 위에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 안에 거하면서 십자가의 은혜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신자에게 하나님의 나라는 장차 크게 되는 나라가 아니라 이미 큰 나무가 되어서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는 나라인 것입니다.
주를 믿는 믿음의 삶은 하찮은 것이 아닙니다. 장차 여러분을 영원한 생명에 거하는 존귀한 자로 세상에 우뚝 서게 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세상이 하찮은 것으로 보는 것을, 가장 귀하고 복된 것으로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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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강) 마가복음 4:35-41 어찌 믿음이 없느냐
(24강) 마가복음 4:21-29 들을 귀 있는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