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예수께서 배를 타시고 다시 저편으로 건너 가시매 큰 무리가 그에게로 모이거늘 이에 바닷가에 계시더니 회당장 중 하나인 야이로라 하는 이가 와서 예수를 보고 발 아래 엎드리어 많이 간구하여 가로되 내 어린 딸이 죽게 되었사오니 오셔서 그 위에 손을 얹으사 그로 구원을 얻어 살게 하소서 하거늘 이에 그와 함께 가실쌔 큰 무리가 따라가며 에워싸 밀더라 열 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는 한 여자가 있어 많은 의원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있던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 예수의 소문을 듣고 무리 가운데 섞여 뒤로 와서 그의 옷에 손을 대니
이는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얻으리라 함일러라 이에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마르매 병이 나은 줄을 몸에 깨달으니라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시니 제자들이 여짜오되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을 보시며 누가 내게 손을 대었느냐 물으시나이까 하되 예수께서 이 일 행한 여자를 보려고 둘러 보시니 여자가 제게 이루어진 일을 알고 두려워하여 떨며 와서 그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여짜온대 예수께서 가라사대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찌어다 (마가복음 5:21-34)
<설교>
본문에 보면 회당장 야이로가 예수님을 찾아와서 어린 딸이 병들어 죽게 되었으니 살려달라고 간구합니다. 예수님은 회당장의 간구를 들으시고 그의 집으로 가시는데 그 도중에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은 여인이 예수님께 와서 그 옷을 만짐으로 고침을 받는 것이 본문의 내용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여인의 믿음의 내용을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4절을 보면 예수님은 여인에게 “예수께서 가라사대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찌어다”라고 말씀합니다. 이처럼 예수님이 말씀한 그 여인의 믿음이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러한 말씀을 통해서 믿음이 무엇인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개 보면 여인의 믿음을 열심과 간절함으로 해석합니다. 옷만 만져도 낫겠다는 간절한 믿음과, 많은 무리가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무리를 뚫고 예수님께 다가가서 옷을 만지는 열심을 여인의 믿음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여인처럼 간절한 믿음과 열심을 가지고 예수님께 나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믿음이 과연 우리의 간절함과 열심으로 충족이 되는 것입니까? 간절한 믿음과 열심을 가지고 예수님께 나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오히려 우리가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은,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여러분도 인정하실 것입니다.
믿음이 신자의 간절함과 열심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 동일한 간절함과 동일한 열심에 대해서는 역시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야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해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떨 때는 간단히 기도했을 뿐인데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즉 신자의 기도의 간절함이나 열심에 의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혈루증을 앓은 여인이 보여주는 믿음은 그런 인간적인 것이 아닙니다. 물론 예수님의 옷만 만져도 낫겠다는 믿음이 있었다면, 예수님의 옷을 만져야 산다는 간절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그 간절함이 예수님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무리를 뚫고 예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열심을 이끌어 내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믿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흔적인 것이지 믿음 자체는 아닌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혈루증 영인을 통해서 믿음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수님이 이 여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말씀하신 것은, 혈루증 여인의 믿음이 우리를 구원하는 능력이 되는 참된 믿음이라는 뜻이 됩니다. 또한 이 여인의 믿음과 같지 않으면 모두 가짜라는 말도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이 여인을 통해서 믿음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본문의 여인이 앓고 있던 병은 피가 멈추지 않는 혈루증입니다. 아마 부인병으로 짐작해 볼 수 있는데, 12년간 그러한 병을 앓았으니 그 고통은 무척 컸을 것입니다.
그런데 율법에서는 여인의 몸에서 피가 흐르는 것은 부정한 것으로 정죄하고 남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그러니 이 여인은 이웃과 어울릴 수가 없고 항상 혼자 생활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병으로 인한 고통과 함께 이웃과 함께 할 수 없는 외로움까지 겹쳐서 그 고통은 참으로 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인이 병을 낫고자 하는 열망은 자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12년간 앓았으니 병을 낫기 위해서 해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을 것입니다. 유명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갔을 것이고, 좋다는 약도 모두 먹어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26절에서 “많은 의원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있던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라고 말하는 것처럼 여인은 12년간 병을 낫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결국 있던 재산만 모두 날리고 아무 효험도 보지 못한 채 오히려 병만 깊어졌을 뿐입니다.
이제 이 여인이 희망을 둘 것은 세상에는 없습니다. 많은 의원을 찾아갔지만 도리어 괴로움을 받았을 뿐입니다. 결국 재산만 허비한 상황에서 뭘 또 기대하겠습니까?
결국 여인은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찾아가서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얻을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손을 댄 것입니다.
이 내용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여인이 예수님께 나와 옷을 만지는 마음입니다. 여인이 옷을 만지는 것은 예수님이 입고 있는 옷이 병을 고치는 효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입고 있는 옷이었으니 보통 사람이 입은 옷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 어린아이들의 생각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예전에 전도관의 박태선은 자신이 세수한 물도 병이 낫는 효능이 있는 것처럼 선전하여 박태선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성수라고 하면서 그 물을 얻으려고 아우성을 쳤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러한 것들이 예수님에게는 관심이 없고 옷에만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여인이 옷만 만져도 구원을 얻겠다고 한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희망을 예수님에게만 두고 있는 여인의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여인의 구원은 여인의 열심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12년간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재산을 다 허비하고 고통만 겪은 여인의 심정을 생각해 보십시오. 여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은 더 이상 없습니다. 누군가가 용한 의사가 있다고 귀띔을 해준다고 해도 이제는 돈이 없어서 갈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그에게 예수님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예수님이 행한 수많은 이적들에게 대한 소문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대한 소문을 듣고 여인은 이제 자신에게 남은 희망은 예수님 밖에 없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에게만 모든 희망을 두고 예수님께 나온 것입니다. 이것이 여인의 믿음이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믿는 믿음입니다. 철저하게 자기 무능력을 깨닫는 것입니다. 온전히 항복한 자로 예수님께 나오는 그것이야 말로 참된 믿음인 것입니다.
믿음은 능력이 주께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인간은 무능력한 존재일 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아는 것입니다.
30절에서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시니”라고 말씀하는 것처럼 여인을 고친 능력은 예수님에게서 나왔습니다. 여인의 열심이나 간절함이 예수님의 능력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여인은 단지 예수님을 찾아가 옷을 만졌을 뿐입니다.
우린 이것을 두고 여인이 예수님을 찾아간 것과 옷을 만진 행위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예수님을 찾아간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인이 예수님을 찾아간 것은 여인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인이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다고 해도 자신의 노력으로 병이 나아지고 있었다면 예수님을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을 해도 소용이 없었고 재산까지 다 허비해 버린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예수님에 대한 소문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더 이상 나을 희망이 없기 때문에 예수님에게 희망을 두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생각한다면 여인으로 하여금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찾아가게 한 것은 여인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허비하게 하고 의지할 것이 없게 하신 하나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를 예수님에게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믿음은 주님의 능력만이 나를 살린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이 믿음은 인간의 열심, 또는 간절함 노력 등의 모든 것을 부인하게 합니다. 열심과 노력 등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행하는 그 어떤 것도 주님의 능력을 이끌어 낼 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능력이 되시고 위로와 은총을 베푸실 분은 오직 하나님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야 지금 되어진 모든 것이 온전히 하나님의 은총과 능력으로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이 사방이 막혀서 캄캄해진 것 같은 현시에서도 주님을 구주로 고백하며 주를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믿음은 하나님의 전지전능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능을 철저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것이 믿음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를 믿음의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신다면 분명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도 해도 안되는 상황으로 이끌어 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만 바라보게 하시는 것입니다.
믿음은 신자로 하여금 ‘하나님 한분으로 충분하고 만족합니다. 주님을 아는 것 외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라는 고백이 있게 합니다. 예수님이 그 고백만이 인간에게 가장 큰 축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신자를 그러한 축복의 자리로 이끌어 가시기 위해 일하시는 것입니다.
인간의 연약함과 무능을 절감하시고 주만 바라보십시오. 희망이 주께만 있음을 믿으십시오. 그럴 때 여인의 믿음을 여러분에게서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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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강) 마가복음 5:35-43 죽음과 잠
(28강) 마가복음 5:9-20 귀신과 예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