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예수께서 일어나사 거기를 떠나 두로 지경으로 가서 한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하시려하나 숨길 수 없더라 이에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한 여자가 예수의 소문을 듣고 곧 와서 그 발 아래 엎드리니 그 여자는 헬라인이요 수로보니게 족속이라 자기 딸에게서 귀신 쫓아 주시기를 간구하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찌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여자가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의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 하시매 여자가 집에 돌아가 본즉 아이가 침상에 누웠고 귀신이 나갔더라 (막 7:24-30)
<설교>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의 실체보다는 세상에서의 현실에 더 마음을 두고 삽니다. 하나님 앞에서 악하고 더러운 자라는 인간의 본질을 두고 애통해 하는 것보다는 세상에서 남들처럼 돈이 많지 못하고 높은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것으로 더 애통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철없는 우리를 하나님은 항상 말씀 앞으로 끄집어내십니다.
그리고 말씀을 통해서 우리의 본질을 보라고 하십니다. 돈이 많든 높은 자리에 있든 상관없이 악하고 더러운 우리의 실상을 보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간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라고 하시는 것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자신을 개로 여기는 수로보니게 여인이 등장합니다. 이 여인은 처음에는 귀신들린 어린 딸을 위해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예수님을 만나서 엎드려 딸에게서 귀신을 쫓아달라고 간구하자 예수님은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찌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27절)는 말씀을 합니다. 예수님이 어떤 의도로 이 말씀을 하셨던 여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개로 간주하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자녀의 떡을 취해 개에게 던짐이 마땅치 않다는 말씀은 이방인인 자신을 개로 취급하고 있는 뜻으로 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어떤 반응이 보편적인 것입니까? 화를 내며 돌아가 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여인은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의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28절)는 대답을 합니다. 즉 자신은 주인과 같은 상에서 밥을 먹는 자녀가 아니라 상 아래에 있는 개가 맞지만 개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는 주워 먹지 않습니까? 라는 뜻입니다.
이 여인이 갈급해 하는 것은 주께로부터 주어지는 은혜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개이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주어지는 은혜는 애당초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비록 개라고 해도 상아래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주워 먹을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은, 주께로부터 떨어지는 부스러기 같은 은혜만이라도 원한다는 심정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자신은 자녀는 아니지만 불쌍히 여겨달라는 애원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우리에게는 여인의 이런 마음이 없습니다. 주께 은혜를 구할 때도 무작정 큰 은혜를 달라고 합니다. 당연히 받을 자격이 있는 것처럼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무엇이 주어지든 만족이 없고 감사가 없습니다. 이러한 사람이 사실 예수님이 말씀하는 개에 해당되는 사람인 것입니다.
29절을 보면 “예수께서 가라사대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여인이 한 말을 들으시고 기특해서 딸에게서 귀신이 나가게 하셨다는 것이 아닙니다. 여인은 귀신이 들려 있는 딸의 상황은 예수님이 아니고서는 고침 받을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개로 자처하면서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귀신에게서 해방된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딸을 고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개로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자신을 개로 여겼습니다. 예수님이 보실 때 자신은 개가 맞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개라고 해도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을 수 있지 않으냐면서 주님의 손길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예수님께 나올 때는 어떤 마음입니까? 여인에게는 딸이 귀신이 들려 있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께는 어떤 현실이 있습니까? 사업이 잘 안되는 것이 현실입니까? 아니면 자식이 공부를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건강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까? 만약 이러한 현실을 가지고 예수님께 나오는 것이라면 우리는 여인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사업이 잘 안되는 현실을 가지고 나온다면 그가 기대하는 것은 사업이 잘되는 것입니다.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돈을 많이 벌어서 편안히 살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러한 욕망이 의미하는 것은 자신을 개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돈으로써 자기 존재 가치를 높이고 싶어 하는 것이야 말로 개 같은 취급을 받은 자로 사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여인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곧 귀신 들린 자로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귀신 들린 자신의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지한 것이고 어리석은 것입니다.
신자가 자신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귀신 들린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오직 자기 존재가치를 높이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자신이야 말로 더러운 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이 곧 자신을 멸망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귀신들린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기를 위해 사는 것이 곧 멸망에 이르는 길임을 보지도 못한 채 산다면 자신이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가를 보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여인처럼 개라고 인정하면서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먹을 수 있는 은총을 구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귀신은 항상 더럽다는 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악한 생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악한 생각은 “음란과 도적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흘기는 눈과 훼방과 교만과 광패“(21,22)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이러한 악한 것들이 마음에 있는 그가 바로 더러운 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러운 귀신 들린 자는 누구겠습니까? 더러운 악한 생각이 마음에 있는 인간을 뜻하는 것입니다. 결국 더러운 귀신 들린 여인의 딸은 바로 우리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증거는 우리 속이 악한 생각으로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이 더러움은 어디에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해결의 길은 여인이 예수님을 찾아온 것처럼 오직 우리의 죄를 깨끗케 하신 예수님에게로 가는 것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벗어날 수 없는 더러운 귀신 들린 현실 때문에 예수님에게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부르며 세상 현실의 문제를 끄집어낸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말로 심각한 자기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자기 백성을 더러움에서 건져내시고 거룩한 길로 가도록 일하십니다. 그것이 더러운 우리에게 베푸시는 큰 은혜입니다. 감히 그 은혜를 받을 수 없는 개 같은 우리가 그 크신 은혜로 말미암아 죄 없다는 놀라운 선언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신자는 주님의 은혜만 꺼내 놓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장로들의 유전과 전통을 지키면서 그것으로 거룩한 백성의 길을 가고자 했지만 그 어떤 전통과 유전도 인간을 거룩의 길로 가게 하지 못합니다. 모두 무용지물이고 헛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아무리 착한 선행을 쌓는다고 해도 인간은 더럽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십자가를 얘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이 인정하시는 자녀는 여인의 마음과 자세로 예수님께 나오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위해 어떤 헌신과 봉사를 했느냐가 자녀 됨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것은 모두 세상이 갖고 있는 기준일 뿐입니다.
세상의 특징은 개처럼 무시 받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사는 것입니다. 불쌍한 자로 여김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칩니다. 그래서 돈을 벌려고 합니다. 자식을 위해 돈을 번다는 것도 결국은 내 자식만큼은 세상에서 무시 받지 않고 살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세상의 기준이 그대로 교회에 들어오게 되면 교회에서는 자신을 개로 여기며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구하는 신자는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자신의 행함과 공로와 세상의 소유를 가지고 큰소리치는 사람만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교회가 아니라 지옥입니다.
교회는 자신을 개로 여기며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존심은 여전히 살아있고 속에는 더러운 것으로 가득한 자기 현실을 바라보면서, 주님이 불쌍히 여겨주시지 않으면 멸망의 길에서 헤어날 수 없음을 고백하며 주님의 은혜를 간절히 소원하는 마음으로 모이는 곳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교회에서 천국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을 개로 여기지 않고, 자존심이 팽팽하게 살아있는 세상에서 ‘나는 개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라는 고백으로 주님만 바라보는 그 마음이야 말로 주님에게는 참된 자녀의 마음이고, 천국에서 볼 수 있는 마음인 것입니다.
우리의 더러움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귀신 들려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성실한 행동을 보려고 하지 마시고 자기 속에 있는 악한 생각을 파헤쳐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쌓아 놓은 고상함과 윤리와 도덕 그 모든 것이 무너져야 합니다. 그럴 때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베푸신 긍휼과 자비하심에 무릎을 꿇으며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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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강) 마가복음 7:31-37 열리라
(37강) 마가복음 7:9-23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