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시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저희 앞에서 변형되사 그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만큼 심히 희어졌더라 이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저희에게 나타나 예수로 더불어 말씀하거늘 베드로가 예수께 고하되 랍비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하니 이는 저희가 심히 무서워하므로 저가 무슨 말을 할는지 알지 못함이더라 마침 구름이 와서 저희를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 하는지라 문득 둘러보니 아무도 보이지 아니하고 오직 예수와 자기들 뿐이었더라 (막 9:2-8)
<설교>
오로지 자기 생존을 목표로 하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복음을 위해 생존을 포기하라는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35절)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세상이 추구하고 목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복음에 너의 인생을 몽땅 집어넣으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자 하는 것은 자기 인생에 예수님을 끌어 들여서 원하는 복을 얻고 싶은 속셈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러한 속셈이 무색하게 예수님을 위해 우리의 인생을 모두 집어넣으라고 합니다.
과연 여러분은 그 말씀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까? 아니면 그냥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 중 하나로만 간주하겠습니까? 복음을 위해 목숨을 잃는다고 해서 그 대가로 엄청난 세상의 것이 축복으로 약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복음을 위해 목숨을 잃는다면 그냥 그것이 전부입니다. 세상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이름이 높여지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이 볼 때는 오히려 바보 같은 모습이고 다만 예수에 미친 자 중 하나로만 바라볼 것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예수를 위해 목숨을 잃는다면 말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향해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자신의 수중에 있을 때입니다. 그런데 복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세상이 볼 때는 어리석은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에 이미 흥미를 잃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에 말씀은 다만 듣는 것으로 멈춰버리고 말씀이 나에게 역사하여 복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길로 자신을 인도해 달라는 소원은 팽개친 채 예수를 찾는 것입니다. 이것을 과연 신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의 말씀을 보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입장 같은 것은 도무지 생각하지 않으심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자기 목숨을 구원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런 우리의 입장을 헤아리신다면 ‘목숨을 구원하기 위해 힘을 내라 도와주마’라고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반대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는다니요 도대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혹 이런 마음의 불편은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자신을 천국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신자란 천국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인데 천국을 보지 않고 세상만 보기 때문에 항상 세상 살 일만 걱정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을 것이요’라는 말씀 앞에서 제일 먼저 ‘그런 식으로 살면 세상에서의 내 인생은 엉망이 되지 않습니까?’라는 불편함만 드러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우리를 붙들어서 산으로 데려가십니다. 그리고 신자의 진짜 현실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십니다. 그것이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을 데리고 산에 가셔서 보여주신 영광의 세계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 제자를 데리고 갑자기 산으로 가신 것이 단지 영광의 체험을 시켜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로 하여금 참된 현실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즉 눈에 보이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데, 그 세상이야 말로 장차 완성된 나라로 주어질 영원한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산에서 목격한 것은 예수님의 변형이었습니다.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심히 희어진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나타나 예수님과 더불어 말씀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제자들이 목격한 것은 충격적이고 놀랍고 신비스러운 자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주 황홀한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세분을 위해 초막 셋을 짓고 거기 그대로 살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엘리야나 모세는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엘리야는 비록 그 몸이 죽지 않고 하늘로 올라갔지만 세상에는 없는 사람입니다. 모세 역시 죽은 사람입니다. 즉 제자들에게는 이미 과거의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 앞에 과거는 이미 지나가고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그것이 바로 엘리야와 모세가 예수님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자들이 몸담고 살아가는 세상이 장차 영광의 나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자로 간주되어 있는 모세와 엘리야가 살아서 예수님과 대화하는 그 세계가 곧 죽음이 없는 영원하고 계속되는 생명의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장면들은 허상이 아닙니다. 잠시 보이다가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가 아닙니다. 분명히 참된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생명의 나라인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세상을 보고 살 것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하는 생명의 나라를 보고 그 나라에 속한 자로 살아갈 것을 가르치고자 하신 것입니다. 그럴 때 예수님과 복음을 위해 목숨을 잃는 길도 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많은 신자들은 세상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삽니다. 그리고 천국은 세상에서의 육신의 시간이 끝나면 들어갈 영혼의 세계로 준비되어 있는 곳쯤으로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육신이 살아있을 때 보이는 것은 오직 세상 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전부일 뿐입니다. 그러니 자기를 부인하라는 말씀이나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는다는 말씀에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국이야 말로 참되고 영원한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허상이고, 보이지 않는 생명의 나라가 곧 실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목격했던 영광의 나라를 우리에게 말씀하시면서 그 나라를 보고 믿으며, 그 나라에 속한 신자로 살아갈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신자에게는 복음을 위해 목숨을 잃는 길에도 순종하게 하는 놀라운 능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명의 나라를 보지 않고 세상만 보게 되면 불신자와 똑같이 돈이 많은 것이 최고로 다가오게 됩니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돈 많고 높은 자리에 앉은 자들이 부러워지며, 낮은 자리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됩니다.
그러나 생명의 나라에 앉은 자로 세상을 보게 되면 예수님의 의를 알지 못한 세상은 모두 사망에 처한 죽은 자로 보이게 됩니다. 돈이 많고 높은 지위를 가졌다는 것도 헛된 것으로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생명의 능력이 되지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신자는 세상이 어려워지고 살기가 힘들어진다고 해도 전혀 흔들림이 없게 됩니다. 다만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살고자 할 뿐이고, 힘들면 오히려 그것을 기회 삼아 천국을 더욱 소망할 뿐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산으로 데리고 가셔서 세상의 마지막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냥 살고 싶다고 하는 제자들을 데리고 산 아래로 내려가십니다. 그것은 세상의 마지막을 본 자로서 세상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무엇이 참된 복이고 무엇이 저주인가를 증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지막 때를 믿는 신자의 삶이어야 합니다.
7절을 보면 “마침 구름이 와서 저희를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 하는지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할 이유는 제자들이 목격한 생명의 나라에 속한 자는 예수님을 떠나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의 나라를 바라보는 신자에게는 그 무엇보다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을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일로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아가지만 생명의 나라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다만 죽음의 나라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영원한 저주에 속한 어둠의 세계일뿐인 것입니다. 이 어둠의 세계에서 돈을 자랑하고 권력을 자랑한들 그것은 헛된 것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때가 주어지면 결국 그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신자는 바로 그것을 미리 바라보는 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천국을 보여주시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 참된 생명의 나라가 있으니 그 나를 소망하는 자로 살아라는 것입니다. 그럴 때 신자에게는 저주에 속한 우리를 건져내서 생명의 나라에 속한 자로 거듭나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가장 소중한 보배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세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길 수가 있어지는 것입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좇는 것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보고 믿는 신자에게만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생명의 나라에 두게 되면 가장 존귀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믿는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믿음으로 살아가는 그가 복된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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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강) 마가복음 9:9-13 산 위와 산 아래
(47강) 마가복음 9:1 하나님의 나라를 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