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저희가 여리고에 이르렀더니 예수께서 제자들과 허다한 무리와 함께 여리고에서 나가실 때에 디매오의 아들인 소경 거지 바디매오가 길가에 앉았다가 나사렛 예수시란 말을 듣고 소리질러 가로되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거늘 많은 사람이 꾸짖어 잠잠하라 하되 그가 더욱 심히 소리질러 가로되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는지라 예수께서 머물러 서서 저를 부르라 하시니 저희가 그 소경을 부르며 이르되 안심하고 일어나라 너를 부르신다 하매 소경이 겉옷을 내어버리고 뛰어 일어나 예수께 나아오거늘 예수께서 일러 가라사대 네게 무엇을 하여주기를 원하느냐 소경이 가로되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시니 저가 곧 보게 되어 예수를 길에서 좇으니라 (막 10:46-52)
<설교>
본문은 소경 바디매오가 눈을 든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 앞에 예수님의 좌우편의 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제자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35절을 보면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무엇이든지 자신들이 구하는 것을 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말이 있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너희에게 무엇을 하여주기를 원하느냐”(36절)라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51절을 보면 소경에게도 “네게 무엇을 하여주기를 원하느냐”라고 물으십니다. 이처럼 똑같은 물음에 대해 제자들은 예수님의 좌우편의 자리를 달라고 하고, 소경 바디매오는 보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똑같은 물음에 대해 원하는 것이 달랐다는 것은 인간이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소경이 보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제자들은 눈이 정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보기를 원하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치적으로 생각하면 그 말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보고 보지 못하는 것은 단지 시각적인 의미로만 따진다면 그러한 생각도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보고 보지 못함의 의미를 시각적인 것으로만 따지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마 23:26절의 “소경된 바리새인아 너는 먼저 안을 깨끗이 하라 그리하면 겉도 깨끗하리라”는 말씀을 보면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바리새인을 향해 소경이라고 일컫습니다. 이것을 보면 보고 보지 못하는 것은 단지 시각적인 의미로만 해석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제자들이 보기를 원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과, 소경이 보기를 원하는 것은 각기 자신의 처지에서 당연한 반응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38절을 보면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 구하는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고 말씀합니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무지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소경과 다를 바 없는 상태임을 뜻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좌우편의 자리를 단지 자신들에게 영광이 되는 자리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자리는 예수님과 함께 고난을 받는 자에게 주어지도록 예비된 자리입니다. 신자의 영광 또한 주와 함께 고난의 길을 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의 좌우편의 자리가 이러한 것임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만 자신들이 누릴 영광에만 관심을 두었던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보지 못하는 소경과 다를 바 없는 실상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문의 중요한 구절은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52절)입니다. 소경은 보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소경의 믿음이 소경을 구원했으니 만큼 소경의 믿음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소경의 믿음과 오늘 우리의 믿음을 비교했을 때 우리가 소경이면서도 소경인줄을 모르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46절에 보면 예수님의 일행이 여리고에 이르렀을 때 소경 바디매오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나사렛 예수라는 말을 듣고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47절)라고 소리칩니다. 이것을 보면 소경은 다윗의 자손 예수에게서는 불쌍히 여기심이 나온다는 것을 바라봤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불쌍히 여겨달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현재를 불쌍히 여김을 받아야 할 처지로 바라봤다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보면 현대인이 예수님을 부르면서 ‘나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외침이 나오지 않는 것은 자신의 실상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눈이 보이지 않는 소경이거나, 우리가 처한 현실이 비참한 어려움의 상태라면 ‘불쌍히 여겨 달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불쌍함은 주어진 형편이나 환경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소경보다는 소경에다가 앉은뱅이인 사람은 더 불쌍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형편이 어렵다고 해도 차이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더 어려운 사람은 더 불쌍한 사람이라는 말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불쌍함은 모두가 동일합니다. 죄인이라는 같은 처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동일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소경에게서 인간의 실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소경은 그 인생을 두고 생각한다면 실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경제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사회에서는 자연히 뒤로 밀려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그가 다윗의 자손 예수님을 부릅니다. 불쌍히 여겨달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예수님으로부터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는 선언을 받게 됩니다. 이 소경은 과연 성공자입니까? 아니면 실패자입니까?
제자들은 자신들에게 영광이 되는 자리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그 덕분으로 영광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성공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을 부르는 이유가 예수님의 자비와 인자하심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영광을 누리기 위함인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으로 부르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윗의 자손에게서는 불쌍히 여겨주심이 나오는 것이지 세상의 영광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마지막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는가와는 상관없이 멸망의 자식일 뿐입니다.
41절을 보면 예수님에게 좌우편의 자리를 청탁하는 야고보와 요한의 말을 열 제자가 듣고 그들에 대하여 분히 여깁니다. 왜 분히 여길까요? 이것이 바로 그들이 서로 경쟁의 관계에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자신들도 야고보와 요한에 비해서 결코 모자람이 없고 예수님도 그들만큼 섬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히 여기는 마음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더 잘될 때 분히 여기는 마음이 일어나는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보다 잘된 그 사람과 비교해서 나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분히 여기면서 ‘하나님 불공평합니다’라는 불평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군다나 이웃의 불신자가 더 잘된다면 그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믿지 않는 사람도 저렇게 잘되는데 하나님은 뭐하십니까?’라는 불평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욕망과 관련된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에게서는 오직 인자와 자비하심이 나올 뿐입니다. 그 인자와 자비하심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불쌍함을 볼 수 있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낮아지게 하시고, 인간의 실상이 어떠함을 깨달을 수 있는 자리로 인도하신다면 그것은 우리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디매오도 소경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으로 부르면서 불쌍히 여기심을 구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소경이 보게 해달라고 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하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소경에게는 눈을 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나에게는 내 자식이 잘되는 것이 중요하고 당연한 문제다라는 식으로 생각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 각자 자신의 처지에서 예수님을 부르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자는 외적인 형편과 환경을 두고 생각한다면 각기 다른 위치에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한다면 모든 사람이 동일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긍휼히 여기심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죄인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을 아는 것이 눈이 뜨인 사람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이것이 믿음이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것은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불쌍한 자임을 알고 예수님께 나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돈이 없는 자신의 형편이 불쌍한 것이 아니라 참된 진리를 보지 못하는 자신이 참으로 불쌍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믿음은 하늘나라의 생명만이 참으로 귀함을 알게 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마음을 두고 세상의 것으로 자신을 치장하면서 경쟁에서 타인을 이기고 싶어 하는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불행한 것이고 비참한 상태임을 알게 합니다.
그래서 믿음이 있는 사람은 필히 자신을 보게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곧 하늘의 진리를 보지 못하고 살았던 어리석은 자요 소경이었음을 절감하면서 비로소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긍휼을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것은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하늘나라에서는 알아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것은 있다고 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이러한 세상이 것은 아무리 많이 가진다고 해도 아무것도 없는 거지일 뿐입니다. 반면에 믿음으로 구원을 얻은 소경은 모든 것을 차지한 부요한 자입니다. 예수님이 곧 세상의 전부이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보는 것이 믿음입니다. 우리가 소경임을 깨달으시고 예수님의 긍휼을 간절히 구하는 마음이 되기 바랍니다.
|
  |
|
이름검색
메일보내기
173
4
18
(63강) 마가복음 11:1-11 주가 쓰시겠다
(61강) 마가복음 10:41-45 인자의 온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