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저희가 다시 예루살렘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성전에서 걸어다니실 때에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나아와 가로되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느뇨 누가 이런 일 할 이 권세를 주었느뇨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도 한 말을 너희에게 물으리니 대답하라 그리하면 나도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는지 이르리라 요한의 세례가 하늘로서냐 사람에게로서냐 내게 대답하라 저희가 서로 의논하여 가로되 만일 하늘로서라 하면 어찌하여 저를 믿지 아니하였느냐 할것이니 그러면 사람에게로서라 할까 하였으나 모든 사람이 요한을 참 선지자로 여기므로 저희가 백성을 무서워하는지라 이에 예수께 대답하여 가로되 우리가 알지 못하노라 하니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도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이르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막 11:27-33)
<설교>
세상에는 권세가 있습니다. 그 권세는 세상을 다스릴 힘으로 작용하면서 자연히 권세를 가진 자가 세상의 중심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권세를 갖기를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권세 없는 자신의 나약한 현실에 대해 실망을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세상의 그 어떤 권세도 멸망에 처한 죄인을 구출하지를 못합니다. 대통령에게는 사면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교도소에 갇힌 죄인을 사면하고 끄집어 낼 권세가 있지만, 멸망에 갇힌 죄인을 사면하고 구출한 권세는 세상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께만 그 권세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신자는 하나님의 권세 아래서 멸망에서 구출된 하나님의 백성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신자는 세상의 권세가 아닌 하나님의 권세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록 세상에서는 아무런 권세도 없는 나약한 존재일지 몰라도 그리스도 안에서는 놀라운 하나님의 권세를 받은 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천국은 하나님의 권세를 받은 사람만이 들어간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럴 때 신앙의 삶이 풍성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권세 이야기를 대제사장과 서기관 장로들이 예수님께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신 후 밖으로 나가셨다가 다시 성전에 가셔서 걸어 다니실 때 이들이 예수님께 와서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느뇨 누가 이런 일 할 이 권세를 주었느뇨”라며, 예수님이 성전에서 하신 일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를 하는 것입니다. 즉 장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관은 자기들에게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성전은 이스라엘이 거룩하게 여기는 곳입니다. 그러한 성전에서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장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성전을 관리하는 대제사장, 서기관, 장로, 이런 사람들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가능하지 않았겠습니까? 제물로 팔 짐승을 데리고 들어올 때도 그들에게 검열을 받았을 것이고, 그 일에는 오고가는 뇌물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장사꾼을 내어 쫓으신 것은 그들의 이익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일이었고, 또한 그들이 볼 때 예수님은 성전에 대해 간섭할 권세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느냐?’라고 항의를 한 것입니다.
결국 이들은 세상의 권세 차원에서 예수님의 일을 바라본 것이고, 세상의 권세라는 시각으로 예수님의 일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 예수님의 행동은 부당한 것이었고, 세상이 허용하지 않은 권세를 행한 월권이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제사장, 서기관, 장로라는 직책만이 성전에서의 일을 다스릴 수 있는 권세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것은 마치 오늘날 교회에서 목사라는 직책이나 장로라는 직책을 권세라는 시각에서 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의 모든 일을 결정하고 다스릴 권세가 목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예수님에게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는지 따져 묻는 것과 다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권세를 지키려고 했던 것처럼 목사가 목사라는 권세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사들은 하늘로부터 주어진 권세라는 것도 하나님이 목사에게 부여한 권세라는 시각으로 이해해 버립니다. 그리고 권세의 맛에 길들여지면서 교회를 마치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생각해 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자에게는 다른 권세가 있습니다. 그것은 섬김이라는 권세입니다. 세상의 권세는 섬김을 받는 것이지만, 하늘의 권세는 섬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과 전혀 다른 세계의 질서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를 살아가는 신자의 모임인 교회에서는 세상의 권세가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형제를 섬기는 하늘의 권세가 나타나고 증거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이러한 권세를 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세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쁨이고 천국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권세 문제로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한 말을 너희에게 물으리니 대답하라 그리하면 나도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는지 이르리라 요한의 세례가 하늘로서냐 사람에게로서냐 내게 대답하라”(29,30절)고 말씀합니다.
요한의 세례는 유대인들이 갖고 있던 기존의 구원관을 허무는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율법 안에서 율법에 충실한 자로 살면 구원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한의 세례는 그들의 그러한 구원을 허무는 것이고, 누구든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참된 세례를 주시는 분으로 오신 예수님을 믿지 아니하면 구원과 상관없는 자임을 선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요한의 세례가 하늘로부터 주어진 권세로 인한 것임을 믿는다면 그것은 곧 요한이 증거한 참된 세례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이것이 요한의 세례로 인해서 세상에 나타난 다른 권세입니다. 죄있는 자를 죄없다 선언하시고 생명의 나라에 들어가게 하실 수 있는 하늘의 권세를 가진 분의 세계가 이 세상에 펼쳐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요한의 세례가 하늘로서인지 사람에게로서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하늘로부터라면 그것은 곧 하늘의 권세가 역사하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음을 믿는 것이고, 사람에게서라면 요한의 세례를 단지 사람이 행하는 의식으로만 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모르겠다고 답합니다. 왜냐하면 요한의 세례를 하늘로부터라고 인정하게 되면 그것은 요한이 증거한 성령세례 주시는 예수님은 당연히 하늘의 권세를 받은 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사람에게서라고 하면 당시 요한을 선지자로 여겼던 군중들의 분노를 살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르겠다’는 답으로 자신을 지키고자 한 것입니다.
이처럼 하늘의 권세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제사장, 서기관, 장로라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권세를 보존하고자 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갑니다. 무엇이 정당한 하나님의 말씀인가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생각까지 그 말씀 앞에서는 무너져야 함을 생각하고 다만 말씀이 말씀으로 드러나는 것만 생각하지를 않고 자기 생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일 뿐인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본모습입니다.
즉 예수님께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느냐?’고 항의한 그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고, 하나님의 말씀을 말씀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내 생각을 지키고 고수하기 위해 말씀도 말씀이 아닌 것으로 거부하려고 하는 우리의 고집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예수님은 권세를 가진 분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신 것처럼, 나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면서 오직 나를 지키는 일에만 급급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심령을 정화시키고 세상을 향한 욕망을 다스리면서 생명으로 이끌어 가시는 권세를 가지고 일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님의 하늘의 권세 앞에 복종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권세는 결코 약한 권세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고집과 완악함 하나하나 점령하시면서 결국 예수님의 권세 앞에 항복한 심령으로 나오게 할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이 멸망에 처한 모든 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인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을 유일한 희망으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야 말로 하늘의 권세로 인한 것이고, 이것이 곧 세상의 그 어떤 복과도 견줄 수 없는 하늘의 참된 복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복으로 감사하고 기뻐하면서 자신을 진심으로 복된 자로 바라보는 사람이 곧 성령이 역사하는 신자인 것입니다.
목사의 권세라는 것은 없습니다. 장로의 권세라는 것도 당연히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목사 장로의 권세는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만들어 진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 장로의 권세를 언급하는 것은 목사를 자신의 생계 수단으로 삼기 때문이고, 장로 또한 자기 이름을 위한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권세에는 복종할 필요가 없습니다. ‘목사에게 순종하지 않으면 저주 받는다’는 말도 무시하면 됩니다. 그러한 말은 전형적인 사단의 말입니다.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의 권세 안에 이끌려 들어와 있는 신자의 복됨을 무시하는 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죄인된 우리를 멸망에서 구출할 권세는 예수님께만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이것은 세상의 어떤 권세도 참된 권세가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신자에게 세상의 권세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져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세상의 권세를 가진 자로 사는 것보다, 예수님의 권세 아래 생명을 누리는 것을 더 큰 은혜요 복으로 여기는 것이 성령이 함께 하는 신자인 것입니다.
하늘의 권세는 우리를 생명으로 이끌어 갑니다. 이 권세 앞에서 우리는 그 어떤 것도 권세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만 주님의 권세 앞에 복종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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