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이는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하였음이니라 그러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베드로가 여짜오되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베드로가 힘있게 말하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하고 모든 제자도 이와 같이 말하니라 (막 14:27-31 개역개정)
<설교>
신자의 신앙중심에는 내가 아니라 예수님이 계셔야 합니다. 그런데 신앙 중심에 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계신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신앙이 아니라 자기를 위한 종교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신앙 중심에 내가 있는지 예수님이 계시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이것을 말해주는 것이 본문의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고 말씀하시자 베드로가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는 말로 반응합니다. 베드로는 조금 후면 예수님께서 대제사장들에게 잡혀가고 그들에게 뺨을 맞고 종들에게 손바닥으로 맞는 수모를 당하게 될 것을 전혀 모른 상태입니다.
즉 앞일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다른 사람은 다 주를 버려도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는 호언장담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은 자기의 결단과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결단도 주어지는 상황과 형편에 의해서 얼마든지 변동되고 꺾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결단대로 실행하며 살 수 없습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사람의 의지와 결단까지 지배하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 사랑입니다.
자기 사랑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고, 지키고자하는 자기 보호본능을 일으킵니다. 어떤 일에 대해 결단을 내리고 결단대로 실천하기 위해 굳은 의지를 가진다고 해도 자신에게 해로움이 예상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결국 유리한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개는 의지가 약한 것이 문제이지 의지가 강하면 결단하고 마음먹은 대로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인간의 착각입니다. 그리고 베드로가 이러한 착각에 빠져서 호언장담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뭔가 결단하고 장담을 한다면 그것은 현재 자신의 상황과 형편에서 얼마든지 실행 가능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입니다.
가령 하루에 성경을 10장을 보겠다고 결단하고 반드시 실행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면 그것은 당시의 형편과 상황이 하루에 성경 10장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건강하고 시간도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성경 10장은 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하고 시간도 없는 형편에서는 그런 결단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면서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주어진 상황과 형편에 따라 생각과 판단이 수시로 변하면서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길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지 결단하고 각오한 후에 어떤 처지에도 굴하지 않고 결단한 대로 실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장차 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주어질지 알 수 없는 인간이 ‘하겠다’ ‘안하겠다’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베드로를 통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교회에서 ‘먼저 결단하고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라’고 외치는 것은 예수님 앞에서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고 큰소리치는 베드로만 양산할 뿐임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인간의 나약함과 무능함에 대해서는 무지한 채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자기 착각에 빠져 신앙이 아닌 종교인이 되게 할 뿐입니다.
베드로의 중심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결단과 각오대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기만큼은 주를 버리지 않겠다는 장담을 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결단과 의지가 강한 인간을 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천국 또한 자기 결단과 의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결단과 의지가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깨닫고 예수님의 능력을 구하는 그가 천국에 해당되는 것이고, 그것을 두고 그 중심에 예수님이 계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천국은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사람에게만 허용됩니다. 그런데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되는 것은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에게만 해당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선택은 인간의 결단이나 각오, 의지 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하나님의 일인 것입니다.
이러한 천국관은 인간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천국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높이는 자만 원한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생명의 주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높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앞에서 인간은 자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믿음은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 믿음에서는 ‘인간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낮아지고 무시되는 것을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주님만 높이기 위한 증인으로 세움 받았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교회가 예수님이 아닌 교회에 관심을 둠으로써 결단과 의지를 가지고 교회 일에 매진하는 교인을 원하는 것입니다. 교회 일을 위해서는 결단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 분명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베드로의 부인을 의지가 약한 자의 실패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의지가 약한 자의 실패가 아니라 자기 사랑으로 사는 인간의 실패입니다.
즉 우리 모두의 실패를 베드로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만이 아니라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친 모든 제자가 인간의 실패를 증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실패를 본받아서 너희는 실패하지 말라’는 권고를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실패하지 말라고 권고하셔도 자기 사랑으로 사는 인간은 이미 실패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인간에게 찾아오신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찾아오심에서 예수님의 은혜와 사랑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종교입니다.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베드로가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 앞에서 ‘나는 절대로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라는 호언장담으로 반응하면 안됩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주를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여러분의 솔직한 마음이고 의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주어지는 형편과 처지에 의해 변덕을 부리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임을 안다면 그러한 장담은 인간의 약함을 알지 못한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안다면 ‘예 나는 매일같이 주를 부인하며 살아가는 악한 자일뿐입니다.’라는 자기 인정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날마다 주를 부인하며 살아가는 내가 예수 그리스도만을 구원자로 고백하게 된 것은 예수님의 능력으로 인한 것임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중심에 주님이 계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7절 뒷부분을 보면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하였음이니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슥 13:7절의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칼아 깨어서 내 목자, 내 짝 된 자를 치라 목자를 치면 양이 흩어지려니와 작은 자들 위에는 내가 내 손을 드리우리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입니다.
스가랴서의 구절은 인간이 하나님이 보내신 목자, 아들을 칠 것을 예언하신 내용입니다. 목자를 쳤을 때 목자를 따르던 양들이 모두 흩어진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목자를 따르다가 목자가 죽게 되고 목자로 인해서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자 모두 도망을 쳐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을 위해 목자로부터 도망을 친 양들에게 하나님이 그 손을 드리우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도우시고 붙드시고 지켜주신 자들은 자신을 위해 목자로부터 도망을 친 사람들입니다. 그처럼 우리가 바로 항상 나를 위해 예수님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부인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이 오셔서 천국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 앞에서는 인간의 결단과 의지를 내세울 수 없는 것입니다.
결단과 의지를 버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버린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결단과 의지가 무익함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과 열심에 의해 성취되는 것임을 믿는 믿음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그 중심에 주님이 계시는 믿음입니다.
우리는 이런 믿음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다만 주님이 주신 믿음이 우리를 이런 사람으로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신자는 예수님만 찬송하고 높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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