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베드로는 아랫뜰에 있더니 대제사장의 여종 하나가 와서 베드로가 불 쬐고 있는 것을 보고 주목하여 이르되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 하거늘
베드로가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겠노라 하며 앞뜰로 나갈새 여종이 그를 보고 곁에 서 있는 자들에게 다시 이르되 이 사람은 그 도당이라 하되 또 부인하더라 조금 후에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이 다시 베드로에게 말하되 너도 갈릴리 사람이니 참으로 그 도당이니라 그러나 베드로가 저주하며 맹세하되 나는 너희가 말하는 이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 닭이 곧 두 번째 울더라 이에 베드로가 예수께서 자기에게 하신 말씀 곧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기억되어 그 일을 생각하고 울었더라 (막 14:66-72 개정)
<설교>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때 사람들은 나름대로 결심이라는 것을 할 때가 있습니다. 설교가 마음에 감동으로 다가올 때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지’라는 결단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결단을 하는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의 결단대로 행하고 살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형편에 따라 그 마음이나 행동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기 사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자신이 어떤 결단을 했는가를 생각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래서 항상 환경에 따라 생각도 마음도 말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사람이 ‘절대’라는 말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절대라는 말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환경과 형편에 매이지 않고, 설사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예상된다고 해도 자신의 처음 생각과 말 그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기 때문에 ‘절대’라는 말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자신은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서 그저 큰소리만 치는 헛된 자신감이었습니다. 인간이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붙들어 온 제사장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선포하신 것으로 인해 자기 옷을 찢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형을 받을 자로 정죄 하고 침을 뱉고 주먹으로도 칩니다. 이런 광경을 대제사장의 집 뜰에서 불을 쬐고 있던 베드로도 목격을 했을 것이고,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사장의 비자 하나가 베드로를 보고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이 사형을 받아 마땅하다는 정죄가 내려진 상황에서 예수와 함께 있었던 제자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대제사장, 장로들은 예수님의 무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베드로를 잡아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베드로는 말 한마디에 의해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부딪히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베드로는 예수님이 기적을 베푸시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상황에 있지 않습니다. 만약 예수님이 기적을 베푸신 현장에서 누군가가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나는 기적을 행한 예수님의 제자다’라고 큰소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능력의 행하시고 사람들에게 놀라움 주는 예수의 제자라는 것이 자랑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수의 제자라는 것 때문에 죽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버리지 않고는 예수의 제자가 맞는다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세 번 부인합니다. 세 번째 부인할 때는 저주까지 하면서 “나는 너희의 말하는 이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고 맹세까지 합니다. 그리고 72절을 보면 “닭이 곧 두번째 울더라 이에 베드로가 예수께서 자기에게 하신 말씀 곧 닭이 두번 울기 전에 네가 세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기억되어 생각하고 울었더라”라고 말씀합니다. 이것을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할 때는 예수님의 말씀도 잊었고, 자신이 한 말도 잊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에만 마음이 집중되었을 뿐입니다.
사람은 성경을 많이 알고, 복음에 대한 지식이 있고, 예수님을 안다고 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복음을 알고 예수님의 뜻을 안다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예수님의 뜻을 생각하고 그 뜻대로 행동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큰 착각인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예수님을 부인한 베드로처럼 행동합니다. 베드로처럼 예수님을 부인하며 살고 있습니다. 매일의 삶에서 예수님의 뜻보다는 내 유익을 위해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깨달아야 하는 것은, 도저히 신자 될 수 없는 우리를 신자 되게 하신 분이 예수님이시고, 도저히 진리의 길을 갈 수 없는 우리를 붙들어서 진리의 길로 밀어 넣기 위해 예수님이 우리에게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탄한 삶만 원하지만 하나님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힘들게 하시고, 때로는 조금 나아진 삶을 살게도 하십니다. 하나님이 왜 이렇게 하실까요? 이왕이면 근심 걱정 없는 편안한 삶을 살게 하시면서 예수님을 믿게 해 주시면 좋겠는데 왜 항상 우리의 삶을 흔드실까요?
여러분은 만약 편안한 삶이 주어진다면 예수님만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아무 근심걱정이 없으니 마음 편하게 신앙생활에만 몰 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장담하건데 그렇지 않습니다.
삶이 편하면 사람은 자신의 편한 삶에 취하게 됩니다. 근심 걱정이 없는 풍족한 삶이라면 남은 것은 그 삶을 즐기는 것밖에 없습니다. 근심 걱정이 없이 풍족하게 사는데 예수님에 대해 갈급해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사람은 편하면 편한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항상 자신을 위해 살아갈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때로는 편하게 하시고, 때로는 힘들게도 하시면서 우리 마음을 예수님께 붙들어 놓기 위해 일하시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라는 고백을 했었고, 예수님의 수많은 이적을 목격을 했고, 변화산에서의 놀라운 광경을 체험까지 했습니다. 우리 생각대로라면 그런 베드로는 세상 누구보다 예수님만 철저하게 믿고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는 강력한 신앙을 증거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자기 목숨을 위해서 저주하고 맹세까지 하면서 예수님을 부인한 것은, 인간은 자기 육신에 매어 있는 연약한 존재라느 것이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러한 베드로가 우리들의 모습이고, 모든 인간은 베드로의 나약함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왜 이런 상황으로 밀어 넣으셨을까요?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할 것을 아셨으면서도 굳이 예수님을 부인하게 되는 상황을 베드로로 하여금 겪게 하시는 것일까요?
만약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는 상황을 겪지 않았다면, 베드로는 인간의 연약함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간이 하는 장담이나 결심 등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은 얼마든지 실천하면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을 것입니다. 이러한 베드로는 장차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하늘로 가신 예수님이 자신에게 함께 한다는 의미를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는 상황으로 밀어 넣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예수님을 부인하는 상황에 밀어 넣으심으로써 베드로에게 남기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닭 울음소리입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이밤 닭이 두번 울기 전에 네가 세번 나를 부인하리라”(30절)는 말씀이 베드로에게 현실이 되어 평생 남게 하신 것입니다.
베드로는 닭이 두 번째 울자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울었습니다. 아마 통곡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닭울음소리는 ‘베드로 너는 자기 한 몸 살기 위해서 예수님 부인한 인간 밖에 안된다’는 것을 외치는 소리로 남게 됩니다. 베드로가 무엇을 한다고 해도 닭울음소리가 베드로를 주를 부인하는 인간 밖에 안된다는 본래 자리로 되돌려 놓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서 베드로가 반석이 되는 것은 예수님이 함께 하심으로 되어진 주님의 일이라는 것을 증거하시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주를 위해 죽는 길도 마다하지 않고 가게 된다면 그것은 베드로의 실력이 아니라 베드로에게 함께 하신 예수님이 이루신 일입니다. 베드로는 닭울음소리로 인해서 이와 같은 사실을 잊지 않고 말씀의 노선에 참여된 자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신자가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 역시 베드로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주를 부인하고 배신하면서 내가 사는 길로만 달려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외치고 있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베드로의 닭울음소리가 되어서 우리에게 들려져야 합니다. 말씀을 들으면서 ‘나 역시 예수님을 부인하며 살았던 인간 밖에 안되구나’라는 사실을 절감해야 합니다. 그리고 울음, 즉 애통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예수님의 함께 하심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게 됩니다.
내 힘으로 사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믿음의 길을 가는 것도 예수님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신자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은혜로만 산다는 것을 매일 자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신자는 말씀이 닭울음소리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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