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새벽에 대제사장들이 즉시 장로들과 서기관들 곧 온 공회와 더불어 의논하고 예수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겨 주니 빌라도가 묻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네 말이 옳도다 하시매 대제사장들이 여러 가지로 고발하는지라 빌라도가 또 물어 이르되 아무 대답도 없느냐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으로 너를 고발하는가 보라 하되 예수께서 다시 아무 말씀으로도 대답하지 아니하시니 빌라도가 놀랍게 여기더라 명절이 되면 백성들이 요구하는 대로 죄수 한 사람을 놓아 주는 전례가 있더니 민란을 꾸미고 그 민란중에 살인하고 체포된 자 중에 바라바라 하는 자가 있는지라 무리가 나아가서 전례대로 하여 주기를 요구한대 빌라도가 대답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가 유대인의 왕을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하니 이는 그가 대제사장들이 시기로 예수를 넘겨 준 줄 앎이러라 그러나 대제사장들이 무리를 충동하여 도리어 바라바를 놓아 달라 하게 하니 빌라도가 또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면 너희가 유대인의 왕이라 하는 이를 내가 어떻게 하랴
그들이 다시 소리 지르되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빌라도가 이르되 어찜이냐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하니 더욱 소리 지르되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여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 (막 15:1-15)
<설교>
사람이 예수를 믿으면서 예수님이 자기 인생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걸림돌을 제거해줌으로 평탄한 인생을 살게 해 줄 분으로 기대하면서 예수를 믿을 것입니다. 그런데 믿음의 길에서 만난 예수님이 그런 분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걸림돌을 제거해 주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님이 여러분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신다면 예수님에 대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본문의 유대인들, 그리고 빌라도는 예수님을 자기들 세계에서 퇴출 시켜 버리는 것으로 자기 인생을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누구신가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예수님이 유대인의 왕이든, 하나님의 아들이든 상관없이 지금 현재 내 인생에 방해되는 존재라면 행복한 내 인생을 위해 용납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을 지닌 것이 인간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그러한 인간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인간상 속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붙잡아 온 대제사장, 서기관, 장로들은 의논하여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넘겨줍니다. 예수님에게 빌라도에게 넘겨준 것은 유대인에게는 죄수를 사형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넘겨받은 빌라도는 예수님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고 묻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당시 로마 정부가 세운 헤롯이 유대인의 왕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보기에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한 젊은 사람이 유대인의 왕일 것이라는 생각은 도무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넘겨준 사람들의 말대로 예수님이 자신을 유대인의 왕으로 여기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어 했을 뿐입니다. 즉 빌라도에게는 예수님이 유대인의 왕이든 아니든 그것이 자기에게는 중요한 일이 전혀 아니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라는 존재가 자신의 육신의 문제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빌라도의 큰 착각이었음이 나중에 드러나게 됩니다.
예수님은 빌라도의 말이 옳다고 하고, 그것 때문에 또 다시 대제사장들이 예수님을 여러 가지로 고소합니다. 빌라도는 예수님이 대제사장들의 여러 고소에 대해 어떤 변명이라도 할 기회를 주었지만 예수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타협하여 그 상황에서 벗어날 생각은 추호도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람으로, 즉 전적으로 예수님 편이 되어서 이 말씀을 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눈에 유대인과 빌라도는 아주 나쁜 놈으로 비춰질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유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예수님은 말 그대로 유대인들의 신앙의 근간을 흔들고 허무는 위험인물이었습니다. 유대인의 왕인 헤롯이 통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유대인의 왕이라고 하는 것도 당시 사회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발언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들을 구원할 영웅과 같은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는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문에 유대인의 사회에서 예수님은 제거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이 아니었다면 조용할 유대 사회가 예수님 때문에 시끄럽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함께 한다면 자신들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었음을 감지한 제자들은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을 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인생에도 걸림돌이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제자들은 자기 인생에서 예수님을 제거하는 것을 예수님에게서 도망을 치는 것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라고 하는 자기 존재를 기반으로 해서 예수님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든든하게 세워져야 할 자기 존재 기반에 위협이 되고 방해가 된다면 가차 없이 단절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것으로써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구세주가 아니라 자기 인생에 도움이 되는 우상이었을 뿐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걸림돌이 아니라 없으면 안되는 존귀한 분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성령으로 인해서 새롭게 태어난 새 사람들입니다.
6,7절을 보면 “명절을 당하면 백성의 구하는대로 죄수 하나를 놓아 주는 전례가 있더니 민란을 꾸미고 이 민란에 살인하고 포박된 자 중에 바라바라 하는 자가 있는지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에 난데없이 바라바라고 하는 죄수가 등장합니다.
이 죄수는 민란을 꾸미고 살인을 한 사람입니다. 당시 명절이 되면 백성들이 원하는 대로 죄수 한 사람을 풀어주는 전례가 있어서 무리들이 빌라도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빌라도가 무리들에게 유대인의 왕을 놓아주기를 원하느냐고 묻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제사장들의 시기로 인해서 붙잡혀 왔다는 것을 눈치 채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빌라도는 예수님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물은 것입니다.
그런데 대제사장들이 무리를 충동하여 바라바를 놓아 달라고 하게 하고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아라고 소리치게 합니다. 빌라도는 결국 무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군사들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이처럼 예수님이 십자가에 넘겨지는 과정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죽으심은 모든 인간들의 합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제자들, 대세장과 서기관 바리새인들, 그리고 유대인의 무리들,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이방인인 빌라도, 이들 모두의 합작에 의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이 오심으로써 인간을 둘러싸고 있었던 모든 포장들이 벗겨지고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죄가 드러나게 됩니다. 즉 예수님이 오심으로써 세상이 왜 심판을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가 명백히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무리들이 바라바를 선택한 것은 바라바보다는 예수가 죽어 사라지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익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라바가 비록 민란을 주도하고 살인을 한 사람이라고 해도, 나나 내 가족을 죽이지 않는다면 사실 나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예수가 계속 자신들의 인생에 개입되어 있다면, 예수님은 여전히 기적을 베풀면서 이상한 말을 할 것이고 백성들의 관심이 기적을 행하는 예수에게로 집중이 된다면 자기들의 위치가 불리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자기 인생에서 제거해야 할 대상은 바라바가 아니라 예수였던 것입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이 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십자가에 넘겨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자신의 존재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 죄 없는 예수를 버린 것입니다. 만약 빌라도가 예수가 죄 없다는 자기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 예수님을 풀어주게 되면 유대인들과는 원수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유대인들의 총독으로서의 직무를 행하는 일에 큰 곤란을 겪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로마 황제에게 무능한 관리로 낙인찍히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빌라도는 예수님을 버리고 대신 무리들과 함께 바라바를 택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아라고 소리치는 무리들도 11절에 보면 대제사장들의 충동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무리들 중에 예수가 죄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예수님이 죽기를 원하지 않는 자도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까지도 대제사장들의 충동에 휩쓸려 예수를 죽이라고 소리친 것입니다.
사실 그런 분위기에서 누가 감히 ‘예수님은 죄 없다. 예수님을 풀어주고 바라바를 못 박으라’고 소리치겠습니까? 결국 무리들도 예수님을 선택하는 것은 곧 위험한 일임을 감지하고 대제사장의 충동에 함께 함으로써 세상의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인간들이 자기 존재 기반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예수님을 버리는 길로 간 것입니다.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이 내 인생에 걸림돌이 된다면 예수를 버리고 부인할 그런 사람들입니다. 목사들은 자신의 목회에 부담이 되고 걸림돌이 되는 예수는 거부합니다. 그리고 목회에 도움이 되는 다른 예수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바라바입니까? 왜 죄 없는 예수님을 풀어 달라고 하지 않고 악한 살인자를 대신 풀어 달라고 합니까? 그것은 둘 중에 누가 사라지는 것이 내게 더 이로운 일인가를 중점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세상은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예수는 거부할 뿐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분으로 오셨습니다. 나 자신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부담이 되고 걸림돌이 되는 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면서 우리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쉬지 않고 하실 것입니다. 내 인생을 붙들고 있는 것이 죄라는 것을 보게 하시면서 우리를 무너뜨릴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바라보게 할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은 걸림돌이 아니라 생명의 빛으로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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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강) 마가복음 15:16-32 조롱 받으심
(86강) 마가복음 14:66-72 베드로의 울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