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군인들이 예수를 끌고 브라이도리온이라는 뜰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모으고 예수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씌우고 경례하여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 갈대로 그의 머리를 치며 침을 뱉으며 꿇어 절하더라 희롱을 다 한 후 자색 옷을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히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 마침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로부터 와서 지나가는데 그들이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를 끌고 골고다라 하는 곳(번역하면 해골의 곳)에 이르러 몰약을 탄 포도주를 주었으나 예수께서 받지 아니하시니라
십자가에 못 박고 그 옷을 나눌새 누가 어느 것을 가질까 하여 제비를 뽑더라 때가 제삼시가 되어 십자가에 못 박으니라 그 위에 있는 죄패에 유대인의 왕이라 썼고 강도 둘을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으니 하나는 그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없음) 지나가는 자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며 예수를 모욕하여 이르되 아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다는 자여 네가 너를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하고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서기관들과 함께 희롱하며 서로 말하되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가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우리가 보고 믿게 할지어다 하며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예수를 욕하더라 (막 15:16-32 개정)
<설교>
예수님께서 붙들려서 십자가에 못 박히십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조롱합니다.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찌어다”라는 말과 함께 갈대로 예수님의 머리를 치며 침을 뱉고 꿇어 절하면서 예수님이 왕이라는 것을 조롱합니다. 또한 “저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가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우리로 보고 믿게 할찌어다”라는 말로 예수님의 무능력을 조롱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유대인의 왕이고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로 왔다면 지금 당장 능력을 발휘해서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이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힘이 없는 연약함 때문인 것입니다.
때로 신자가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게 된 것 때문에 조롱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은 뭐하기에 당신이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는데도 가만히 있느냐’는 조롱입니다. 이러한 조롱은 눈에 보이는 표적과 힘을 믿음의 증거물로 여기는 사고방식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믿는 사람이 하는 일마다 성공하고 큰 부요를 누린다면 세상 누구도 그 믿음을 조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 또한 천사를 동원해서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을 심판하고 십자가에 내려오신다면 조롱은 사라지고 오히려 예수님을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로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전도의 지혜는 십자가가 아니라 힘이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은 그런 힘이 주어지는 믿음을 원합니다.
하지만 고전 1:18절을 보면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23-25절을 보면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오직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하나님의 미련한 것이 사람보다 지혜 있고 하나님의 약한 것이 사람보다 강하니라”고 말합니다.
이 말씀대로 하면 세상이 지혜로 생각하는 것이 하나님께는 미련한 것이고, 세상이 미련하다고 생각한 것이 하나님께는 지혜가 됩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지혜를 지혜로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십자가는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구원의 능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십자가는 우리의 성향에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힘 있는 믿음이고 예수님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증거도 성공으로 나타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믿음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철저하게 연약한 자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조롱을 받으심으로써 우리가 생각하는 믿음의 세계는 없다는 것을 보이십니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십자가라는 방법으로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고 예수님이 가신 그 길로 자기 백성 또한 가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십자가를 믿는 신자라면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하게 하실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믿으면 복을 주시고, 기도에도 응답하시며, 어려움도 해결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세상이 부러워할 만한 자로 만들어서 존재하게 해주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세상이 미련하다고 여기는 십자가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신자를 전혀 복이 아닌 것 같은 길로 인도하시면서 세상이 알지 못한 복을 누리게 하시고, 전혀 기쁨이 아닌 것 같은 길을 가게 하시면서 세상이 알지 못한 참된 기쁨을 맛보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자에게 세상의 조롱은 더 이상 조롱이 아니라 오히려 미련하고 어리석은 멸망의 모습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세상으로부터 배척을 받으신 것은, 세상이 원하는 유익을 제공하는 분으로 오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사장에게도, 빌라도에게도, 군중들에게도, 그리고 군사들에게도 힘없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은 그 어떤 유익도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 가까이 하는 것이 곧 자신에게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바라바는 놓아주고 예수님을 죽이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세상은 그 누구도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예수님을 유대인의 왕으로, 그리스도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왕다운 모습이 아니고 그리스도다운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메시야관이 따로 있었고, 십자가에 죽으시는 예수님은 그들의 메시아 관에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조롱을 받고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인해서 인간이 가지고 있던 메시야관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보이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메시야 관이 무너지고 십자가를 통해서 새로운 메시야 관이 정립됨을 뜻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살인강도보다 더 존재가치가 없는 분으로 오셨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예수님은 그런 분이었습니다. 세상에 있어도 전혀 유익이 안되고 오히려 함께 하면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분으로 오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를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이처럼 모두가 싫어하고 멀리 할 수밖에 없는 예수로 오신 것입니다. 우리가 믿고 증거해야 할 예수님은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그런데 지금의 교회는 누구나 좋아하고 함께 해주기를 원하는 예수를 만들어 냅니다. 누구라도 망설임 없이 ‘예수님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할만한 달콤한 예수를 만들어 제공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에게는 관심이 없고 복을 주는 예수에게 모든 마음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천국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살게 해주는 예수를 생각하면서도 천국을 소망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믿음일까요?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살고 싶어서 예수를 찾는 사람들에게 믿음은 그런 용도일 뿐입니다. 십자가와 연관된 믿음이 아니라 세상의 복과 연관된 믿음만을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 그리고 고난의 길을 가는 믿음은 조롱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를 바라보면서 하나같이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삶에 유익이 되어주는 예수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자연히 십자가로부터 마음이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말하는 십자가는 가짜일 수밖에 없습니다.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하는 십자가일 뿐이기에 예수님으로 인한 고난의 파편이 행여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믿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믿음의 세계에 대한 자기 생각을 갖고 예수님께 나옵니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믿음과 다른 세계가 전파되면 반발하게 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조롱하는 것도 예수님이 몰고 오신 믿음의 세계가 사람들의 생각과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기존에 생각하고 있었던 믿음의 세계가 버려졌음을 뜻합니다. 내게 유익이 되고 힘이 주어지는 그런 믿음의 세계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오히려 조롱과 고난을 받게 되는 것이 예수님이 몰고 오신 참된 믿음의 세계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믿음의 역사인 것입니다.
신자는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믿음의 세계를 짜 맞추지 않습니다. 세상의 복과 자기 구원과 육신의 편안함으로 보장되어 있는 세상의 믿음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신자는 다만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조롱을 받으신 예수님을 바라볼 뿐이고, 예수님의 조롱을 통해서 세상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믿는 믿음의 길은 세상의 성공이나 인정을 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챈 사람인 것입니다.
힘없이 십자가에 못 박히고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예수를 지금도 교회는 원하지 않습니다. 자기 교회를 위해서 능력을 발휘해주고, 믿음이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거리가 되게 해주는 그런 예수를 원합니다.
십자가를 말하는 것은 단지 기독교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갖춘 것일 뿐, 진심으로 십자가를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들의 죄를 보면서 예수께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항상 교회를 바라보고만 있기 때문에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신 예수님보다는 교회를 부흥시켜주는 예수가 더 필요할 뿐입니다.
지금도 이러한 교회는 십자가의 피를 말하는 것을 조롱합니다. 바라바를 원하는 것처럼 가짜 예수를 원하면서 자신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믿음의 세계를 지키려고 할 뿐입니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참된 복음은 분명 조롱을 받게 될 뿐이고 퇴출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생명에 속한 자와 사망에 속한 자는 구분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바로 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의 생각에 맞춰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각이 예수님의 십자가로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십자가로 생각이 맞춰진 그들이 천국 백성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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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강) 마가복음 15:33-37 버림 받으신 예수님
(87강) 마가복음 15:1-15 왜 바라바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