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니라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멀리서 바라보는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 중에 막달라 마리아와 또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있었으니 이들은 예수께서 갈릴리에 계실 때에 따르며 섬기던 자들이요 또 이 외에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여자들도 많이 있었더라 (막 15:38-41)
<설교>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하나님이 지금 나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를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한다고 해봐야 어렵고 힘들 때 도와주고 힘을 주시는 하나님이 전부일 뿐입니다. 사실 그 외의 하나님의 일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나를 도와주시고 잘되게 해주시는 것으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본문을 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실 때 성소 휘장이 둘로 찢어졌다고 말합니다. 도대체 이 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입니까? 지금 우리에게 성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휘장이 가로막은 지성소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모든 것은 옛날 이스라엘과 연관된 이야기들일 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은 이야기를 오늘 우리에게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이미 흘러간 옛날이야기로 치부하면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소 휘장을 둘로 찢으신 그 하나님이 지금 우리의 하나님이시고 성소 휘장을 찢으신 그 마음으로 지금 우리에게 함께 하시고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성소 휘장은 성소와 지성소를 가로막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지성소는 하나님의 법궤가 있고 하나님이 계신 거룩한 곳이어서 대제사장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하나님만의 공간입니다.
이처럼 이스라엘 안에 휘장으로 가로막은 하나님의 거룩한 공간이 있음으로 해서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날마다 실감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성소 밖에서 제사도 드리고 하나님의 율법도 지켰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한다고 해도 지성소로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은 무엇을 가지고도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는 거룩한 존재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스라엘이 제사를 드리고 법을 지킨다는 것을 빌미삼아서 자신들을 의롭게 여긴다면 그것은 곧 지성소를 침범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하는 죄로 규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휘장이 예수님이 죽으실 때 찢어진 것입니다.
휘장 하나 찢어진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도 싶습니다. 차라리 마가도 마태처럼 땅이 진동하고 바위가 터지고 무덤이 열리고 죽은 자가 일어나는 그런 현상을 기록 한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마가는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는 예수님의 죽으심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의 사건인가를 휘장이 찢어진 것으로 말하고 싶어 할 뿐입니다.
히 10:19-20절을 보면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롭고 산 길이요 휘장은 곧 저의 육체니라”고 말합니다.
여기 보면 휘장이 찢어진 것을 새롭고 산 길이 열린 것으로 말합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길이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인해 열렸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성소의 휘장은 하나님의 거룩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이 차단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 누구도 무엇을 근거로 하던 하나님의 거룩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것이 휘장입니다.
그런데 그 휘장이 찢어짐으로써 하나님의 거룩의 세계로 들어가는 새롭고 산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리고 찢어진 휘장은 예수님의 육체, 즉 예수님의 죽으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휘장이 찢어진 사건 앞에서 신자가 관심 두어야 할 것은 새롭고 산 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예수님이 새롭고 산 길이 되신 하나님의 거룩한 세계가 아니라 나의 세계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죽으심보다는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을 원하고 그것을 기쁨으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이런 우리의 형편없는 소망을 이루도록 도와주시고 밀어주시는 분이 과연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려 죽게 하신 하나님의 일일까요?
오히려 하나님은 이런 우리의 관심을 예수님께로 돌려놓으시기 위해서 우리의 소망을 무참히 짓밟으시면서 일하십니다. 신자는 이러한 하나님의 일하심을 환영할 수 있어야 하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의 소망이 짓밟히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런 일이 주어지지 않고서는 새롭고 산 길이 되신 예수님에게 마음을 둘 내가 아님을 절실히 안다면, 나의 소망을 짓밟으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은 나 같은 자를 새롭고 산 길이신 예수님을 믿는 믿음의 길로 가게 하시기 위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에 대한 신자의 지식이 되어야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휘장으로 가로막힌 지성소는 대제사장만이 일 년에 한번, 하나님이 정하신 대속죄일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는 하나님과 직접 대면하여 하나님의 뜻을 들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는 대제사장의 말은 자연히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성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진리 자체에 부여되어야 할 거룩한 권위가 그 매개체인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진리의 왜곡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휘장은 사람들의 마음에 또 다른 휘장을 만들면서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다양한 미신적 장벽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성전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가야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고 죄를 용서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그것이고, 시간의 십일조와 소득의 십일조는 하나님의 것이라는 믿음이 또한 그것이며,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특별히 하나님이 세운 하나님의 사자를 통해야 한다는 믿음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휘장이 지금도 교회에 가득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죽으심과 함께 휘장이 찢어진 것은 바로 그러한 구분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십자가의 의미인 것입니다.
예수님만이 생명이시고 새롭고 산길이 되시고 거룩하신 분입니다. 때문에 예수님 앞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기존의 모든 휘장이 찢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 앞에서는 그 어떤 구분도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역과 사람의 영역, 거룩한 영역과 세속적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 완벽한 고통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지금의 교회를 보면 여전히 휘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목사가 설교하는 강단을 거룩한 제단이라고 하면서 한부로 근접할 수 없는 공간으로 구분합니다. 안식일은 주일성수라는 이름으로 거룩한 날로 살아났고, 우리가 가진 모든 소유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청지기 정신은 십일조 중심의 기복신앙으로 살아났습니다. 우리 몸이 곧 거룩한 성전이라는 진리의 자리에는, 예배당을 노아의 방주처럼 여기는 성전숭배사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전히 휘장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가려 놓은 채 예수님의 십자가를 말하면서 기쁘다고 말하는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까?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휘장이 찢어졌다는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과연 우리에게 예수님으로 찢어진 휘장이 다시 살아나 있는 것은 없는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에게 거룩한 세계는 예수 그리스도 안입니다. 그리고 예수님 안에서는 그 어떤 구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믿음이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입니다. 목사, 장로, 집사가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의 백성들,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들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함을 가지고도 타인과 구분하는 휘장으로 이용하려고 하지만 예수님의 죽으심은 인간이 의롭다고 여기는 모든 행함까지 찢어 버리셨음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피 흘리심은 바로 이런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단지 나를 구원하기 위해 흘리신 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나에게 일어난 사건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십시오. 내가 구분하고 있었던 거룩과 비거룩의 모든 영역과 구분이 찢어지고 무너진 사건이 십자가의 죽으심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휘장이 찢어진 사건은 신자로 하여금 세상을 새로운 안목으로 보게 합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예수 안에 있는 자와 예수 밖에 있는 자로만 보게 합니다. 그래서 나를 복주어 성공하게 하고, 내 교회를 부흥시키는 그런 예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새롭고 산 길이 되신 예수님이 기쁨의 전부가 되고 그래서 예수님으로 인해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신자임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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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강) 마가복음 15:40-47 당돌한 요셉
(89강) 마가복음 15:33-37 버림 받으신 예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