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신 칼빈의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 두 본성간의 교류에 관한 이야기는 아마 신성과 인성과의 상호 관계를 두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예수님에게는 인성과 신성이라는 두 본성이 있고, 이 두 본성이 ‘예수님’이라는 한 인격 안에서 드러난다고 주장하는 것이 신성과 인성의 상호관계입니다.
조직신학자들이 예수님을 인성과 신성으로 구분하여 인식하고자 하는 것은, 예수님을 인간의 논리를 동원하여 이해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하나님으로만 본다면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까지 흘리시는 고뇌란 말이 안된다고 여기고, 또 인성만을 가지고 계셨다면 예수님이 하신 기적은 단지 인간의 능력으로만 봐야 한다는 등의 모순이 발생한다고 여기고,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예수님을 인성과 신성으로 구분하여 놓고 이 두 본성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을 구원하셨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칼빈이 말하는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기독교강요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다"(요 8 : 58)는 구절이나,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니■■■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 1 : 15, 17)는 구절, 또 주께서는 창세 전에 아버지 앞에서 영광을 가졌다고 하시며(요 17 : 5),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신다고 하신다(요 5 : 17)고 말하는 구절들은 영원전부터 계신 구속자로서의 예수님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신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말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종"이라고 하며(사 42 : 1, 기타), "그 지혜와 그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 사랑스러워 가시더라"고 하며(눅 2 : 52), "자기의 영광을 구하지 아니하며"(요 8 : 50), "최후의 날을 모르며"(막 13 : 32 ; 마 24 : 36),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며"(요 14 : 10), "그 자신의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며"(요 6 : 38), 사람들이 그를 보고 만졌다고 한다(눅 24 : 39). 이 모든 말들은 전적으로 그리스도의 인성에만 관한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을 인성과 신성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구속사역을 어느 한쪽의 속성만으로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고 죽으신 예수님은 인성으로 죽으신 것이고, 사흘만에 부활하셔서 하늘로 가신 것은 신성으로서의 예수님이시기 때문에 결국 인성과 신성의 두 속성의 상호 관계에서 인간의 구속이 이루어졌다는 논리를 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두 속성간의 교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칼빈을 이것을 ‘신인 양성의 통일을 위해서 한 쪽에 속한 것을 다른 쪽에 주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예수님을 두 속성으로 분류하여 말하지 않습니다. 예수님도 사도들도 예수님을 이런 식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지 않습니다. 즉 예수님을 신성과, 인성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음식을 먹으신 것, 우신 것, 십자가 죽으심을 앞두고 고뇌하신 것 등을 가지고 하나님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인간적인 것들로 여기며, 할 수 없이 인성으로 구분하여 나눠 버리게 된 것인데, 그것은 예수님이 인성을 가지신 분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나오는 모습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 참 아들의 모습을 고난에도 순종하시는 것으로 보여주신 것들입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인자’로 말씀하셨습니다. 눅 19:20절의 “인자의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는 말씀처럼,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시기 위해 인자로 오신 것입니다.
따라서 십자가에 죽으신 분은 인성으로서의 예수님이 아니라 인자로 오신 예수님이시고, 하늘로 가신 예수님은 신성으로서의 예수님이 아니라 인자로 오신 예수님이 하늘로 가신 것입니다.
만약 예수님의 죽으심은 인성으로, 부활하심은 신성으로 구분해 버린다면 부활하신 예수님에게는 신성만 있고 인성은 없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인성의 예수님은 죽고 없는 것입니까? 그러면 예수님의 불멸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인자라는 용어는 하나님의 언약의 완성자로서 창세전에 택함 받은 자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신자가 인자로 오신 예수님에게서 바라볼 것은,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이 아니라 예수님이 하신 일입니다. 예수님이 하신 일이 우리를 생명으로 인도하였기 때문에 모든 관심이 예수님이 하신 일에 집중되어야 마땅합니다.
예수님을 인성과 신성으로 구분하여 분석하고, 그럴듯한 논리를 구축한다고 해도 그 논리가 구원의 능력이 되지를 못합니다. 구원의 능력은 예수님이 하신 일이 우리에게 어떻게 의가 되었는가를 알고 믿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령이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대상이 아니라 믿고 경배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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