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박음(갈 5:18-26) - 14강

밖을 나가보면 사방 곳곳에 교회가 있고, 교회마다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과연 저렇게 많은 교회들 중에 진심으로 십자가를 아는 교회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할 때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물론 우리 교회를 제외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 교회 안에서도 십자가의 정신을 찾아보기란 참으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너나 할 것 없이 교회마다 교회란 이름을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무시하고 모독하고 있는 것이 요즘 세태인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남이 한 것을 이용해서 자신이 이득을 보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은 고생하지 않고 편안한 가운데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들의 경제 원리입니다. 사람을 잘 이용하는 것이 사업 수완이고 성공의 비결로 되어 있습니다. 남에게 이용당하는 것은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버립니다. 그래서 이용당하지 않고 이용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이 땅의 모습입니다. 지금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능한 목사는 교인들을 잘 이용하는 사람입니다. 흔히 사람을 적시 적소에 잘 쓰는 것이 능력있는 목회자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회사 경영주에게도 같이 적용됩니다. 결국 교인도 그 재능을 잘 간파해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교회가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회사의 인사관리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십자가도 이용의 대상일 뿐입니다.

신자들에게 십자가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위해서 못박혀 죽으신 장소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죄를 위해서 죽으셨다는 것은 잘 아는데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해서 죽으셨으니까 우리는 그것을 묵상하며 감사하고 열심히 신앙생활하는 것이 주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는 거부합니다. 내가 십자가에 달리는 것만큼은 할 수 없다는 의도입니다. 즉 나에게 손해가 안되는 한도 안에서 주님을 믿겠다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십자가를 아는 신자는 24절의 말씀과 같이 자기의 정과 욕심까지도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내가 천국 가기 위해서 이용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목사일 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도구로 삼아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신자는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히고 그 안에 주님이 살아계신 자입니다. 내 안에 주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은 주님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본문에서 말하는 육체의 일이란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은 육체에서 나오는 열매들이고, 성령의 열매는 주님이 내 안에 살아 계시기 때문에 자연히 맺어지는 열매를 말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성령의 열매도 우리가 맺을 수 없는 것이고 주님이 계시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인 것입니다. 육체의 소욕에 의해서 움직여지지 않고 주님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사람이 신자입니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신자입니까?

주님이 죽으신 십자가를 말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함께 죽은 십자가를 말하는 사람은 참으로 적습니다. 자신이 십자가에 죽지 않은 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갑니까? 자기의 본성에 이끌려서 자기 마음대로 살아갑니다. 모두가 자기에게 유익이 되는 쪽으로만 움직입니다. 자기에게 유익이 된다면 교회도 뒤로하고, 주님도 뒤로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십자가는 주님만 죽으신 십자가지 자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천국은 우리의 힘으로 가지 못하고 오직 주님의 은혜로 가는 나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할 것은 주님의 은혜를 받거나 복을 얻거나 신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천국을 아는 자로서 십자가를 알고 하나님을 아는 자로서 세상에 관심을 두지 않고 천국에 관심을 가지고 살기 위해서 힘쓰는 것입니다. 자기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님 중심으로 움직이고자 힘쓰는 것입니다. 언제나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일인가?'를 생각하며 살자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십자가만 바라보는 삶이 되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만 바라본다고 하면서도 조그만 문제가 발생하면 금방 모든 관심은 십자가에서 그 문제로 쏠려 버립니다. 그 문제 때문에 세상 모든 행복이 다 사라져 버리고 자기만이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이 여겨버립니다. 진심으로 십자가를 알고 그 십자가에 인생의 모든 행복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어떤 문제와 환경에서도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은 변함이 없어야 하고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입니다.

결국 여러분은 내가 누구를 위해서 사느냐는 것부터 분명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 산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를 위해서 존재해 주기를 원할 것입니다. 하나님도, 예수님도, 교회도 자기를 위해서 있어 주기를 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위해서 산다고 생각하는 신자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기쁨을 위해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답을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내 인생에 대해서는 수없이 걱정하고 계획하고 모든 힘을 다 쏟으면서도 하나님의 기쁨을 위해서는 조그만 마음조차 두지를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십자가를 믿는다는 말은 합니다. 이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마지막 때 천국 가기 위해서 예비해 놓은 수단에 불과합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 아닙니까? 내 인생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 하고 반발하면서도 당장 그 십자가를 버리지 못한 것은 마지막 때 천국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신자라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 인생에 관심을 두고 살다보니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몸에 속한 지체가 되었다는 것은 한 운명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체가 각각 다른 운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몸의 운명이 곧 지체의 운명입니다. 따라서 몸의 지체들은 한 운명 안에서 움직여져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각자의 인생은 한 운명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주어진 각기 다른 역할과 환경에 불과한 것입니다. 때문에 신자는 그것을 가지고 서로 차별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다같이 하나님의 나라에 가는 존재로서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서로가 돕고 힘쓰는 것입니다. 성령의 열매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을 돕기 위해서 보여지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이러한 관계가 점차 사라집니다. 서로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고 모이는 것이 짐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지체라고 하는 것을 전혀 거부해 버리고 있습니다. 오직 나만 관심의 대상이지 그리스도의 몸안에서 지체라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나만 편하면 되고 나만 천국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남의 유익을 위해서 내 유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유익을 위해서 남이 유익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무시해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혹시 '내 하고 싶은 대로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13절을 보십시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고 합니다. 자유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기쁨으로 자기의 자유를 포기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참된 자유입니다. 결국 자유란 사랑 안에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십자가에 자신을 못박지 아니한 사람에게서는 전혀 보여질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왜 항상 자신의 육신의 문제만이 심각한 것입니까? 왜 주님의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함이 없습니까? 주님께 대한 심각함이 없기 때문에 지체의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십자가에는 나만 달린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달렸습니다. 그래서 지체입니다. 이제 옆에도 관심을 가지고 사시기 바랍니다. 정과 욕심은 못 박히고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살아 계시고 끊임없이 주님의 간섭을 받는 가운데 여러분들에게서 성령의 열매가 보여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진심으로 주님과 함께 사는 신자의 모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