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4 20:34

(영화평) 밀양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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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영화배우 전도연 씨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영화라서가 아니라 우연히 인터넷에서 영화의 줄거리를 본 후 호기심이 일어서 보게 되었다.


밀양(密陽)은 바람난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신애(전도연)가 아이 하나를 데리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왜 신애는 아이를 데리고 죽은 남편의 고향을 찾아가는 것인가? 영화는 시작 처음부터 나에게 이런 궁금증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대개 남편을 잃은 주부들이 정착지를 정한다면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 즉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정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애는 생면부지의 곳인 밀양을 단지 남편의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신애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때문에 남편을 잊지 못해서 남편의 고향을 찾는 것이 아니다. 만약 영화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밀양은 그야말로 김빠진 사이다처럼 맛없고 시시한 영화가 되버렸을 것이다.


30대 주부에게 있어서 바람난 남편의 죽음은 여느 주부들이 다 갖고 있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으로서의 환상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본다면 신애가 밀양을 찾아가는 것은 파괴된 행복을 봉합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애가 봉합시키고자 하는 행복은 남편과 함께 단란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파괴된 환상이었기에 새로운 행복으로 봉합시키고자 한 것이다. 신애가 봉합시키고자 한 새로운 행복은 밀양 사람들에게 바람난 남편을 미워하지 않고 남편의 고향이라고 찾아온 여인으로서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애는 자신이 겪은 비극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알린다. 그런 비극을 겪었으면서도 남편을 못 잊고 고향을 찾아온 여인으로 자신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신애가 만들고자 했던 환상의 무대인 것이다. 신애는 이 환상의 무대에서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신애는 자신을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약국을 운영하는 교회 집사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불행한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나는 불행하지 않다’는 말을 함으로써 자기 환상 속에서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신애는 남편을 사랑하는 미망인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돈 많은 여인으로 보이기 위해서 일부로 땅을 고르러 다님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에 서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상은 신애를 돈 많은 미망인으로 오해한 학원 원장이 준(신애 아들)이를 유괴하여 살해함으로써 무참히 깨어지고 만다.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교회를 찾게 된 신애는 부흥회 시간에 울부짖음으로써 뭔가 속이 후련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열성적인 신자가 된 신애는 또 다시 깨어진 행복을 봉합할 환상의 무대를 만든다. 그것은 신의 세계 속에서 자신이 중심에 서는 것이다.


남편이 바람이 나고, 교통사고로 죽고, 하나밖에 없는 아이마저 살해당한 참으로 기구한 운명의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관심의 중심에 있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겪었던 모든 비극적인 일들이 자신을 하나님께로 인도하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었음을 간증했을 때, 그 말은 들은 모든 교인들은 아멘하면서 신애를 위대한 신앙인으로 인정을 했던 것이다. 이것이 신애가 다시 찾은 행복이었다.


신애는 자신의 행복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아이를 죽인 살인자를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간다. 주위 사람들이 그냥 마음으로 용서하면 되지 찾아갈 필요가 있는가? 라고 말했지만, 신애로서는 그냥 마음으로 용서하기보다는 찾아가서 직접 ‘내가 당신을 용서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용서에 살인자가 감격하면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음으로써 더욱 큰 행복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신애는 용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인자를 용서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살인자를 만나고 그 행복조차 무참히 깨어진다. 왜냐하면 용서한다고 하면서 하나님을 믿으라고 전도하는 신애에게 살인자는 이미 옥중에서 하나님을 만났으며 하나님이 자신이 용서했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인자는 신애를 위해 기도했다며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줘서 신애가 하나님을 믿게 된 것으로 얘기를 한다.


신애는 이러한 신의 섭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살인자를 용서할 자격은 자신에게 있으며, 자신이 전도해서 살인자가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되는 것이 신애가 꿈꿨던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신애는 면회실을 나오자 혼절하고 만다. 그리고 신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신을 향한 신애는 복수는 야외에서 부흥회를 하는 곳에 몰래 들어가서 ‘거짓말이야’라는 노래 시디를 틀어 놓기도 하고, 교회 장로를 유혹하여 들에 누워 장로에게 몸을 맡기면서 하늘을 향해 ‘하나님 보고 계시지요’라고 비웃기도 하고, 자신을 위해 철야기도회로 모이고 있는 가정집에 돌을 던지기도 한다.  자신이 추구했던 행복이 모두 깨어진 책임이 신에게 있다는 것처럼 복수를 하는 것이다.


신애는 결국 자살을 시도하게 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을 하는 날 미용실을 찾아간다. 그런데 하필이면 살인자의 딸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그가 자신의 머리를 자른다. 결국 참지 못하고 미용실을 뛰쳐나온 신애는 자기 집에서 자신을 따라다니던 종천(송강호)에게 거울을 맡긴 채 손수 머리를 자른다.


지금껏 신애는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통하여 행복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행복은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달린 문제라는 것을 손수 머리를 자르는 모습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는가 생각해 본다.


영화 처음에 신애는 종천에게 ‘밀양이 어떤 곳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종천은 “밀양이라고 뭐 다르겠어요? 사람 사는 데가 다 그렇지요.”라고 대답한다. 결국 세상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라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 환경과 사람을 잘 만나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깨어질 환상에 불과함을 영화처음부터 암시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는가 생각해 본다.


영화의 마지막은 종천이 들고 있는 거울을 통해서 신애의 얼굴을 비춰준다. 마치 거울에 비친 신애의 얼굴이 우리 자신들의 모습임을 말해주는 것처럼.


신애를 밀양으로 오게 한 비밀의 볕(密陽)은 신애가 그토록 추구하는 행복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오늘날 세상 사람들에게도 밀양은 행복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세상에서 경험할 것은 무참히 깨어지는 행복이란 환상일 뿐이다. 세상 어느 한구석도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없는데, 세상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은 마당 한구석을 비취는 것으로 끝난다.그런데 거기에는 막힌 곳을 뚫을 때 쓰는 약품을 담았던 빈 통이 뒹굴고 있다. 마치 이 세상이 인간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시원하게 해줄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 자체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반발을 하는 이상 평생토록 환상이 깨어지는 것을 경험할 뿐이다.


사람은 자신이 죽인 예수를 만났을 때, 그리고 자신의 무너짐을 경험했을 때 자신이 벌레와 같은 존재임을 알게 되었을 때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신자에게 있어서 희망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리고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야 말로 세상에서 얻을 수 없는 행복이다.

(2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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