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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무소유’라는 단어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 ‘무소유’는 법정이라는 승려가 쓴 책의 제목이며 그가 깨달은 자유와 행복을 위한 삶의 길이기도 하다.


‘무소유’는 말 그대로 하면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구조로 되어 있는 사회에 존재하는 인간에게 소유 없는 생존이 가능할까? 그래서 그런지 법정 승려는 자신이 말한 무소유를 단어 그대로의 의미인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으로 말한다. 아마 생존을 위한 소유는 필요할 수밖에 없음을 그도 부인할 수 없었으리라.


또한 그가 무소유라고 해서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쯤 하면 법정 승려가 말한 무소유는 그 의미가 조금 모호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되기에 소유한다. 다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이 소유한 것을 보고 ‘나도 갖고 싶다’는 충동적 욕망에 의한 것이 많았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충동적 욕망을 자제하는 절제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법정 승려는 무소유의 자유와 행복을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말한다. 그리고 그 계기를 난초에 집착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집착의 괴로움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었던 난초를 친구에 줌으로써 해방감을 맛본다. 난을 통해 무소유의 의미를 터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얘기 또한 나에게는 찝찝함을 남긴다. 왜냐하면 그의 생각대로라면 자신에게 집착의 괴로움이 되는 것을 친한 친구에게 떠넘긴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법정 승려의 친구가 난초를 기르지 않던 사람이라면 법정이 준 난초로 인해서 없던 집착을 갖게 되는 것이고, 난초를 기르던 사람이라면 집착을 더 추가하는 결과가 된다.  


그렇다면 결론은 법정 승려는 자신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친구에게 집착이라는 괴로움을 안겨주는 결과가 돼 버린다.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친구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집착과 번뇌로 밀어 넣었다는 이 같은 사실을 법정 승려 그분은 생각하지 못한 것인가?


그는 집착이라는 괴로움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인이 되는 난을 버린다. 그러나 그 버림은 또 다른 사람에게 집착을 안겨준 원인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해결책은 난을 마당에 심어 놓고 죽든 살든 관심도 주지 않던가, 아니면 죽도록 방치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것을 부처로 보는 불교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해결책은 없다. 따라서 인간이 알아야 하는 것은, 인간은 집착하며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법정 승려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큰 오류가 하나 있다. 그것은 무소유로 인한 자유와 행복의 삶을 사는 자신에게 집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정은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라는 말을 한다. 뭔가를 갖기 위해서 버린다는 아이러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복음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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