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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버림을 가치 있는 행동으로 인식한다. 소유지향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림을 실천하는 것은 소유하기 위한 일반적 행동과는 다른 우수한 인격적 행동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 역시 인격과 도덕이 그만큼 수준 높음을 증거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버림’을 실천하는 사람을 훌륭한 인격자로 칭송을 하면서 천국은 마치 그런 사람을 위한 곳인 것처럼 착각을 한다.


베드로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좇은 행위를 과시하면서 “그런즉 우리가 무엇을 얻으리이까”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도 세상의 시각에서 자기 행동의 가치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행동에는 그에 상응한 보상이 따른다는 것이 인간의 계산이다. 인간은 이러한 계산을 토대로 자신의 행동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이기에 모든 인간은 자기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결국 베드로의 버림이라는 행동도 법정 승려의 무소유를 위한 버림의 행동도 자기를 위한 행동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예수님의 이름을 위한 버림을 말씀한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자기 이름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의 삶의 방식과 충돌된다.


예수님은 이 충돌을 통해서 ‘버림’이라는 고상하고 훌륭한 행동조차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아니고, 구원을 확보해줄 수 있는 방편이 되지 못함을 드러내신다.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여러 배를 받고 또 영생을 상속하리라”(마 19:29)는 말씀은 베드로의 버림의 가치를 인정하시는 것이 아니고 또한 버림에 대한 실천을 요구하시는 것이 아니다.


집, 형제, 자매, 부모, 자식, 전토라면 인간에게는 자신의 전부를 의미한다. 그런데 자신의 전부를 자기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이름을 위해 버린다는 것은 인간에게서는 창출될 수 없는 아주 낯설고 생소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의해서 베드로의 버림은 버림이 아니며 자기 이름의 가치를 위한 인간의 여러 행위 중 하나로 드러난다. 법정의 무소유를 지향하는 행동 역시 자신을 위한 것이었기에 자기 존재 가치를 위한 인간의 여러 실천과 행위 중 하나로 규정될 뿐이다.


예수님은 예수님의 이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실천이 있는 인간을 원하시지 않는다. 만약 예수님의 버림의 의미를 자신의 수중에 있는 것을 개인적 결단과 의지에 의한 자기로부터의 단절, 또는 다른 사람에게로의 이동으로 이해한다면 베드로의 버림이나 법정 승려의 버림과 동일한 맥락에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예수님의 이름을 위한 버림이 구제와 같은 도덕적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버림을 실천하기 위해 모든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수중에 있는 것을 이방인들에게 내어 놓아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수중에 있는 것을 버림을 위해 가난한 다른 기독교인에게로 이동시킨다면 그 사람은 가진 자가 될 것이고, 따라서 그도 버림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에게 있는 것을 또 다른 이에게로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독교인끼리 주고받는 행동이 계속 반복되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방인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주어야 한다는 모순적 논리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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