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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로 사는 것은 시공간적으로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즉 가정과 집을 떠나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면서 떠도는 것을 나그네라 하지 않는다.


나그네는 자기의 집을 잠시 떠나 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여행이 끝나면 돌아갈 집이 있기에 나그네로 살면서도 마음은 항상 돌아갈 집을 향한다.


만약 마음이 돌아갈 집으로 향하지 않고 여행지에 자신이 거할 단단한 터전을 만드는 것으로 채워진다면 그는 나그네가 아니다. 세상에 머리 둘 곳을 만들기 위해 사는 세상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그네의 길을 가는 신자는 세상을 보는 시각, 즉 가치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천국을 알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머리 둘 집이며 본향이다. 세상이 삶의 중요한 터전이 된다.


따라서 자신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다만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현재성만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기 때문에 오직 자기를 위한 삶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들의 걱정과 염려는 자연히 세상에 존재하는 자기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육신과 연관된 모든 것으로 이어진다. 돈, 건강, 자식, 사업, 명예, 권력, 자존심, 체면과 위신 등으로 자신을 지탱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무너지면 자기 존재 가치와 인생 자체가 무너지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을 알지 못한 사람들에게 ‘소유의 상실’은 두려움이다. 소유가 곧 힘이 되는 세상에서 상실은 힘을 잃은 약자의 자리로 내려앉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번듯한 머리 둘 집을 만들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 힘이 되고 자랑이 되어줄 집을 안식처로 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집이 무너지면 살 소망까지 무너지기에 세상의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는 이러한 집착으로 인해서 인간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나아가며 이것을 삼독(三毒)이라고 하면서 괴로움의 근본원인이 되는 것으로 말한다.


이처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은 수없는 갈등과 괴로움 속에 살게 되는 데 그것을 백팔번뇌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번뇌를 스스로 극복함으로써 평온한 열반의 경지에 다다른다고 보는 것이 불교의 이상이다.


이러한 열반의 경지를 위해서 불교는 끝없는 수행을 하는 것이고, 이러한 수행에서 가장 방해되는 것이 집착이기에 집착을 불러일으키는 소유욕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행의 또 다른 목적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법정 승려는 자신에게 집착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버린다. 버림을 통해 무소유를 이루고, 무소유로 인해 집착에서 해방된 자유와 평온을 얻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무소유라는 이상적 인간을 표방하는 말에 속아 열광한 것뿐이다.


육신으로 존재하는 인간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자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부활하여 영광의 몸이 되기 전까지 인간은 육신을 바라보면서 자기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다. 비록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는 벗어나고, 또 모든 소유를 버릴 용기는 있을 수 있어도 자기를 향한 집착은 이길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무소유는 천국이 본향이었던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이다. 부활의 몸만이 영광된 것이기에 육신은 단지 흙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부활의 주가 되신 그리스도를 믿는 삶이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의 세계에 있는 신자가 비록 지속적이지 못하고 완전하지는 못해도 삶의 자유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원한 자유의 세계를 소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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