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5 09:01

믿음만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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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엄마가 마트에 가자고 하면 좋아서 따라 나서지만,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마트라는 것은 없고 그냥 시장이었다. 별로 놀 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에 장이 선 시장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나 토끼 등을 구경하는 것이 좋았고, 그날 엄마의 기분에 따라 붕어빵이나 사탕 몇 개를 손에 쥘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장이 선 날이면(청년들이 ‘장이 서다’는 말을 알려나?) 어김없이 등장하는 약장수는 최대의 볼거리였다. 약장수들이 빼놓지 않고 데리고 다니던 원숭이의 재주를 구경하는 것은 당시 동물원은 구경도 못해본 나로서는 정말 신기한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었고, 간단한 마술이나 차력술을 보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구경거리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고조되면 “얘들은 가라!”고 하면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약이다. 그런데 어떤 약장수가 와도 약이 다르지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약장수들마다 만병통치약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어떤 약장수는 감기약, 어떤 약장수는 두통약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하나같이 어떤 병이라도 다 낫는다는 만병통치약이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이 약만 잡숴봐”였다. 어떤 병이든 그 약 하나로 다 낫는다는 만능의 약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약장수들의 이러한 멘트를 오늘날 현대 교회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따름이다. 그것이 바로 소위 ‘믿음 만능론’이다.


믿음이 마치 무슨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처럼 어떤 문제도 믿음으로 다 해결되고, 병도 믿음으로 기도만 하면 다 낫는다는 ‘믿음 만능론’이 교회에서 외쳐지고 있는 것이다. 믿음에 대한 현대 교회의 오해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믿음이 성경을 기초로 하여 해석되고 설교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실용성에 기울어져서 설교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믿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믿음이 자신에게 만능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믿습니다’를 외치는 것이다.


하지만 믿음으로 기도해서 문제가 해결되고, 암과 같은 사람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무거운 병이 나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기도해도 안되면 ‘믿음이 부족해서’ ‘정성이 부족해서’ ‘하나님의 뜻이 아니어서’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이 전부인 현 상황에서 믿음의 능력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믿음의 능력은 인간이 원하는 만병통치약, 즉 만능의 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신자와 불신자의 차이가 없다. 신자라고 해서 오래살고 불신자라고 해서 일찍 죽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살아가는 모든 이치가 그렇다.


엡 3:17절에 보면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옵시고”라는 말을 한다. 즉 그리스도가 우리 마음에 계시는 것은 오직 믿음으로만 가능한 일이란 뜻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믿음을 주신 것은 우리 마음에 그리스도가 계시게 위함이며,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사랑의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온전히 그리스도만 신뢰하는 자로 살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이것이 믿음의 능력이다.


문제가 해결되고 병이 낫는 체험을 했다고 해서 영생을 얻는 것이 아니다. 영생은 하나님이 보내신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사고 당할 일이 생기면 사고를 당하고 죽을 일이 생기면 죽는다. 이것이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고, 이러한 이치에 신자라고 해서 해당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기도해서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의미이지 ‘믿기만 하면 다된다’는 믿음 만능론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현대 교회는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그 믿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믿음의 참된 능력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다만 가시적인 현상에 치우쳐 있고, 실용성에 기울어져 땅에서의 생활에 쓸모 있는 믿음을 좇고 있을 뿐이다.


믿음의 능력, 그것은 우리 마음에 그리스도가 계시게 하는 것이며 그리스도를 신뢰하는 자로 살게 하는 것이다.


(200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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