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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에 빠져 있는 인간이 깨끗한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한다고 해서 깨끗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궁창에 빠져 있는 것이 인간의 현실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다만 깨끗한 옷을 입고 화장을 해서 자신을 예쁘게 보이는데 관심을 둔다. 성경은 이런 인간을 향해서 ‘네 자신이 시궁창에 빠진 존재라는 것을 알아라’고 외친다.


이런 말을 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신자는 예수를 믿음으로 시궁창에서 빠져 나왔다는 말을 한다. 그것이 예수님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궁창에서 빠져 나온 신자답게 아름다운 삶과 선행을 통해서 신자다움을 증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인간의 선행이라는 함정에 빠진 사람들의 착각이고 환상이다.


선행이라는 인간의 행함이 향기로운 냄새가 되어 세상을 감동하게 하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모습을 지난 한 주간 목격한 바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한 사람의 죽음에 40만 명이 조문을 했다니, 그는 분명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 분명하다.


세상은 그를 사랑과 평화의 사도라고 하면서 그의 삶을 아름다운 것으로 치하한다. 그분이 죽은 후 두 눈을 기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기기증을 하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30배가 늘었다니 그의 사랑은 죽은 후까지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도 이 사람의 선행이라는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실까 생각해야 한다. 만약 예수님께서 인간의 선행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신다면, 사도들의 삶은 아름다웠다고 평가되기 어려울 것 같다.


상황을 봐가면서 적당히 꼬리를 내릴 줄을 모르고 곧이곧대로 예수님에 대해 설교하다가 사람들의 분노를 사서 돌 맞아 죽은 스데반이라는 사람도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삶에서는 세상이 말하는 선행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예수에 미친 사람들이었고, 자기보다 예수님을 더 높이고 예수님으로 인해 죽는 것도 두렵지가 않은 사람들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사람이 만약 예수에 미친 신부로서 그저 조용히 예수님으로 기뻐하면서 순수하게 복음만 전하며 살았다면 그의 죽음에 대해 세상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분명한 것은 사랑과 평화의 사도라는 말도 듣지 못했을 것이고, 40만 명이라는 숫자의 조문객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선행 자체를 행하지 말라는 것도, 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인간의 선행이라는 것에 눈이 멀고 코가 막혀서 선행에 가려진 인간의 악함을 보지 못하고 더러운 악취를 맞지 못한 채, 여전히 시궁창에 빠져 악취를 풍기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무엇이 중요한가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행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삶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나도 사랑을 실천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조문하면서, 그의 시신 앞에서 그의 선행만을 생각하는 그들에게 예수는 없다. 십자가의 피가 한 인간의 선행에 의해 부끄러움을 당하는 것이다.


김 추기경의 죽음 앞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되 우리의 행한바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지 아니하고 오직 그의 긍휼하심을 좇아 중생의 씻음과 성령의 새롭게 하심으로 하셨나니”(딛 3:5절)라는 말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의 새롭게 됨은 의로운 행위가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음이라는 것을......


의로운 행위를 하는 것이 새롭게 된 증거라고 말하는 것은 성경을 자기 상식을 가지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애당초 의로운 행위 자체가 인간의 새롭게 됨과 상관이 없는 것인데, 새롭게 된 증거로 의로운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선행을 의로 인식하는 악마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성령으로 새롭게 된 사람은 인간의 선행이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하신 주의 긍휼과 사랑을 바라볼 뿐이다.
선행에 감격해 하는 것이 아니라 시궁창에 빠져 냄새나는 나를 버리지 않으시고 받아주신 그 사랑에 감격해 해야 하는 것이다.


(200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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