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5 17:44

나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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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로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거나 또는 받기만 하는 관계는 아니다. 서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관계로 사는 것이다. 또한 주고받음의 관계는 혈통으로 맺어지거나 친분이 있는 관계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에게 주고 또한 받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벽에 쓰레기를 치워주는 미화원이 없다면 집집마다 쓰레기 처리로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그들도 월급 받고 하는 일이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미화원이라는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므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 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쓰레기에서 해방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로부터 우리가 받아 누리는 혜택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세금을 낸다. 이처럼 세금을 내는 사람이 있고, 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미화원 일을 하는 것이 사회적 구조이지만, 이것은 전혀 알지 못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주고받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루 세끼 먹는 밥도 다르지 않다. 돈이 있다고 해도 농사하는 분들이 없어서 쌀이 없다면 고가로 수입을 해서 먹든 아니면 밥이 아닌 다른 것으로 주식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쌀을 사주는 사람과 농사를 지어서 쌀을 공급하는 관계도 서로 주고받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주고받는 관계를 다른 말로 하면 ‘나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교회에서 이 ‘나눔’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나눔이라는 것은 결국 구제를 의미하는데, 구제라는 단어가 구제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뭔가 심적으로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눔’이라는 말을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구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든 나눔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든 중요한 것은 그 의미를 분명히 아는 것이다. 만약 구제나 나눔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어떤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다를 것은 없다. 나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주는 쪽과 받는 쪽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즉 ‘나는 주었고 너는 받았다’는 이런 의식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나눔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주는 쪽은 고개를 들고, 받는 쪽은 고개를 숙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사 서로 주고받는 관계라고 해도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너로부터 받는 것보다 더 크다’는 의식이 있다면, 역시 한쪽은 고개를 들고 다른 한쪽은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 역시 온전한 나눔은 아니다.


물론 신자에게 ‘나눔’은 참으로 귀한일이다. 그러나 이 귀한 일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상실된 채 인간적인 면만 부각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진정한 나눔에는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주는 자가 ‘내가 너에게 주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받는 자가 ‘내가 저 사람에게 받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때부터 그들의 관계는 삐꺽거릴 수밖에 없다.


준 자는 ‘내가 너에게 주었는데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라는 섭섭함을 가질 때가 있을 것이고, 받은 자는 또한 그의 눈치를 보거나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주는 자도 받는 자도 없는 나눔, 즉 구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도 기억되는 나눔이 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에 비춰 생각한다면 그 기억조차도 부끄러움일 수밖에 없다. 나눔은 내게 맡겨진 하나님의 것을, 다른 사람에게로 옮기는 하나님의 일이다. 그런데 나는 내게 있는 것을 붙들고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자는 나눔에서 자신의 욕심의 실체를 보게 된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난다.


‘나누는 일에는 주는 자도 받는 자도 없어야 한다. 오직 '나눔'이 있을 따름이다’

(200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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