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8 22:46

열광하는 월드컵

조회 수 1746 추천 수 25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열광한다. 아니 전 세계가 열광한다. 월드컵! 그게 도대체 뭔지 4년마다 한 번씩 온 국민을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한다.

수요일 새벽 엄청난 함성에 잠이 깨었다. 나이지리아 전에서 1:1로 동점이던 한국이 역전골을 넣은 것이다. 경기는 결국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이겨줌으로 한국이 16강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월드컵 원정 경기 사상 16강은 처음이라며 온 국민이 좋아한다. 일본도 16강에 오르게 되자 한국과 마찬가지로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란다. 이게 월드컵의 힘인가 보다.

전국 곳곳에서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빨간 티를 입고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 골 하나를 넣으면 서로 부둥켜안고 팔짝팔짝 뛰며 어쩔 줄을 모른다. 어느 곳에서는 머리가 허연 할머니가 태극기를 치마 삼아 두른 채 춤을 추며 응원한다. 종교인들은 너도 나도 한국의 승리를 위해 기도를 한다.

무엇이 저들을 그토록 춤추게 하고 열광하게 하는가? 무엇이 온 국민을 하나가 되게 하고 같은 목적을 가지고 거리로 나가게 하고 열광하게 하는가?  

그러고 보니 2002년 월드컵이 생각난다. 16강에 오르고, 8강에 오르고, 4강에 오르자 온 국민들은 그야말로 이성을 잃을 정도가 되었다. 괴성을 지르고 차들은 경적을 울려대며, 젊은이들이 저마다 차 위에 올라가 뛰고 야단들이어서 당시 범어 네거리 옆에 집이 있던 나는 길거리에 주차해둔 차가 걱정이 되어 야밤에 집 밖에 나와 있을 정도였다.

이제 내일(토)이면 우루과이와 8강전이 열린다. 뉴스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술을 펴야 할 것인지 얘기한다. 만약 승리하여 8강에 오르게 되면 온 나라는 더 크게 열광을 하며 대표 선수들은 영웅이 되어 돌아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잊고 있다. 설사 8강에 오르고 4강에 오르고, 기적처럼 우승을 한다고 해도 그 감격과 열광은 잠시 동안 머물다 사라지는 안개와 같은 허상이라는 것을.

8강, 4강의 감격과 열광이 그 순간만은 최고조의 기분을 맛보게 하겠지만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삶의 힘이 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나를 열광하게 해줄 수 있는 것에 열광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모든 감격과 열광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허탈해 할 것이다. 자신을 열광하게 해줄 또 다른 무엇인가를 찾지 못해 이제 무엇에 열광하고 감격해야 할지 몰라 순간 공허함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한국인으로써 한국이 승리하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열광은 하지 않는다. 한순간의 허상으로 끝날 일에 울고 웃고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16강을 기원하고, 8강을 기원하고, 4강, 그리고 우승도 기원하지만 월드컵의 승리가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지 못함을 알기에 열광이 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주님이 다시 오실 때 열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 대해 원하는 것이다. 하늘의 영원한 영광을 누리게 하시는 나의 주로 다시 오실 주를 사모하면서 다만 그 날을 소망하는 신자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5 악마는 내 안에 있다 ② 신윤식 2010.09.27 2220
214 악마는 내 안에 있다 ① 신윤식 2010.09.20 2181
213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완) 신윤식 2010.09.06 1837
212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⑨ 신윤식 2010.08.30 1851
211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⑧ 신윤식 2010.08.23 1767
210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⑦ 신윤식 2010.08.16 1594
209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⑥ 신윤식 2010.08.09 1819
208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⑤ 신윤식 2010.08.02 1835
207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④ 신윤식 2010.07.26 1760
206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③ 신윤식 2010.07.19 1726
205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② 신윤식 2010.07.12 1788
204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① 신윤식 2010.07.05 2003
» 열광하는 월드컵 신윤식 2010.06.28 1746
202 예수님의 치유 기적은 지금도 계속된다 신윤식 2010.06.21 2217
201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완) 신윤식 2010.05.31 2157
200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9) 신윤식 2010.05.24 1810
199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8) 신윤식 2010.05.17 1956
198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7) 신윤식 2010.05.10 2217
197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6) 신윤식 2010.05.03 2021
196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5) 신윤식 2010.04.25 1834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23 Nex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