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5 18:54

목사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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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봉투를 열어 보니 누런 신사임당이 2장 들어 있다. 봉투가 얄팍해서 3만 원쯤 되겠거니 했는데 10만원이다. 10만원이면 내가 알기로는 공사장의 기술자 하루 일당쯤 되고, 그냥 잡일을 하는 분들에게는 이틀 동안의 품삯이다. 그런데 목사인 나는 약 3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의 수고의 대가로 10만원이라는 액수가 수중에 들어왔으니 목사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얘기는 한 달 전쯤에 모 교회 임직식에 참석해서 임직자 권면을 하고 받은 사례비에 대한 내용이다.
임직식과 같은 예배는 많은 순서 때문에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더군다나 그 날은 토요일이어서 마음이 바쁘고행사 시간도 이미 한 시간을 넘긴지라 권면은 짧게 하리라 마음먹고 약 3분 권면하고 끝냈다. 그리고 순서를 맡은 목사에게 의례히 건네주는 봉투를 받아들고 집에 와서 열어보니 10만원이 들어있는 것이다.


지금껏 많아도 5만원 정도가 보통이었는데 뜻밖에 10만원이란 거금이 들어있어서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권면은 길어야 5분 정도면 되는 것이기에 교회에서 설교를 준비하는 것처럼 마음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교회 행사에 참석하느라고 왕복 차타는 시간, 예배시간, 식사 시간 모두 해서 7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심하게 과한 액수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목사는 교회에서 생활비를 받는 것 외에 이런저런 일로 인한 부수입이 있다. 말한 것처럼 다른 교회의 행사에 기도나, 권면, 설교 등을 맡았을 때 받는 사례도 있고, 담임하는 성도의 결혼, 장례 등 애경사에 참석해서 예배를 드려주면 사례라며 받는 것도 있고, 조금 이름이 난 목사라면 교단 안에서 부흥회 강사나 청년이나 학생들 집회에 강사로 불려가기도 한다.


그런 경우 강사료로 몇 십만 원은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야 부흥회나 그런 행사에 강사로 불려 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나 역시 간혹 이런 저런 일로 교회에서 받는 생활비 외에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있다. 그런 경우 때로는 헌금을 하기도 하지만, 모아서 필요한 것을 사기도 하고 생활에 보태기도 한다.


물론 목사에게는 그러한 부수입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기도 하여 감사하는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돈에 재미 붙이지 않을지 염려된다. 아니 어쩌면 이미 재미 붙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목사로 20년째니 그런 식으로 들어온 돈도 꽤 되지 않겠는가?


그러한 돈은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다만 성도들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목사가 쉽게 생각하게 되지 않을지 염려스러운 마음에서다.


목사가 교회에서 받는 생활비가 적다고 해도 사실 성도들이 먹고 살기 위해 수고하는 것에 비하면 목사는 편안히 생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목사이기에 교회에서 생활비 받는 것이 당연하고, 또 교인들은 목사를 대접해야 하고, 그래서 이런 저런 사례 받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간혹 많은 액수를 받으면 교인들의 힘든 헌금을 그런 식으로 쉽게 받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보다는 오히려 그런 것을 기대하고 즐길 수 있다. 목사와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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