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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승려는 보이는 사물이 자신을 집착으로 이끌어 간다고 여기고, 그 사물을 자기 수중에 두지 않음으로써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방을 맛보고자 했지만, ‘과연 인간이 수중에 있는 재산을 버린다고 해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가?’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봐야 한다.


불교 용어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겉으로 보면 빈손으로 세상에 태어난다. 즉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세상에 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육신의 시각으로 봤을 때의 이야기이지 영적인 시각으로 보면 인간은 죄의 본성이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


뱀이 인간에게 접근하여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으면 하나님이 된다’는 말을 함으로써 인간을 ‘되고자 하는 자신을 향한 욕망과 집착’으로 이끌어 간다. 이것이 죄의 본성이다. 이 본성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신을 향한 이 집착을 끊임없이 토해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것 역시 자신을 향한 집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법정 승려의 무소유 또한 인간의 죄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한 부분일 뿐이다.


법정의 무소유 개념은 소유가 집착을 부르고 집착이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는 것이지만, 사실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나’라는 자기 주체를 향한 집착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고 있는 죄에 대한 내용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나’라는 주체가 주장될 수 없는 것이 피조물인데도 불구하고, 아담 이후로 모든 인간은 오직 ‘나’라는 주체에 집착을 한 채 자기만을 위한 길을 가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것에서 감사가 있고 만족이 있는 행복을 놓치고 사는 것이다.


‘인간이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는 필히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을 있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야 죄의 문제와 인간의 현재성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과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하지만 불교는 인간을 있게 하신 분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분과의 관계에서 인간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은 존재 한다’는 실존으로부터 출발을 하기 때문에 인간이 중심이 되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게 된다.


때문에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 뭔가? 라는 문제가 나올 때, 인간 밖의 환경과 조건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게 되고, 법정 승려처럼 소유에 대한 집착이라는 답을 내리게 되면서, 결국 해결책으로 ‘인간을 집착으로 이끌어 가는 소유를 버리자’라는 사상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소유를 지향한 법정 승려의 삶 자체를 두고 평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의 무소유 사상에는 냉소를 던지고 싶다. 소유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구조에서는 관념적이고 이상에 지나지 않은 사상이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법정의 무소유 사상이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를 거북스럽게 하기 때문도 아니다. 냉소를 던지고 싶은 것은 집착은 인간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표출되고 있는 악이라는 것을 보지 못하는 그의 시각이다.


그래서 나는 내게 있는 것을 버릴 생각이 없다. 물론 어려운 이를 도울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집착에서 해방되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을 고의로 버릴 뜻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행복의 길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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