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184 추천 수 29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법정 승려의 자기를 향한 집착은 그가 남긴 유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는 죽을 때 더 이상 글 빚을 지지 않겠다며 자신이 쓴 글을 출판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러한 유언을 두고 세상은 끝까지 무소유의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을 하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조문을 했다고 하니 법정 승려의 ‘무소유’라는 한마디의 말에 온 세상이 속고 있는 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자신의 글을 출판하지 말라는 그의 유언은 죽어서까지 무소유를 지향한 인간으로 남기를 원하는 지독한 집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자신이 자기의 주인이 되어서 자신이 원하는 인간으로 남겨지기를 원하는 욕망일 뿐이다.


또한 자신의 글을 출판하지 말라는 것은, 자신이 쓴 글까지도 자기 것으로 소유한 자의 말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글을 자신이 썼다고 해도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면 절판의 유언은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절판을 하든 안하든 그것은 세상에 남은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정 승려는 자신도 자신에게서 나온 모든 것도 자기 것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즉 법정 승려가 말한 무소유는 가짜라는 것이다.


법정이 진심으로 무소유가 무엇인가를 알았다면, 무소유의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에서 이미 자신이 자신을 소유하고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무소유는 자신조차 소유하지 않는 것임도 알았을 것이다. 이것을 알았다면 그는 감히 ‘무소유’라는 말은 하지를 못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까지 버리는 무소유는 실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법정은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걸림돌이 바로 자기 자신이며,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불행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다만 수중에 있는 것만 버리면 무소유가 실천되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앞의 글에서 언급한 대로 나는 그의 ‘무소유’에 냉소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이 법정의 ‘무소유’를 아름다운 삶이라고 추앙하지만, 만약 법정의 무소유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실천하고 따른다면, 아니 절반이라도 그렇게 한다면 세상은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까? 과연 어떤 사태가 일어날까?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삶을 실천하기 때문에 세상은 참으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말 그대로 천국 같은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세상의 발전은 무소유를 지향하는 인간이 아니라 더욱 발전하고 강해지기를 원하는 욕망을 가진 인간에 의해서 되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정 승려가 말한 무소유는 그냥 개인의 취향으로만 여겨주면 될 일이지, 마치 그것이 우리가 실천하고 따라야 할 삶의 덕목인 것처럼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법정이 말한 무소유가 소유 전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라고 해도, 그가 진심으로 무소유를 지향했고, 또한 무소유가 곧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면 한국의 모든 절과 승려들을 향해서 외쳤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장례식도 지내지 말라고 말할 만큼 무소유를 지향했다면, 해마다 석가탄신일에 떠들썩하게 벌리는 행사까지 모두 없애도록 요구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의 무소유는 단지 한 개인의 생활로 끝나 버리고 만다. 결국 세상에 ‘나는 이런 사람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어쨌든 무소유라고 할 수 없는 무소유에 온 세상이 들썩이는 모습이 어이없을 뿐이다. 그것도 절대로 법정의 무소유를 따르지 않을 사람들이 말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5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 (4) 신윤식 2010.04.18 1907
»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 (3) 신윤식 2010.04.12 2184
193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 (2) 신윤식 2010.04.05 1923
192 예수님의 무소유와 법정의 무소유 (1) 신윤식 2010.03.29 2407
191 삶에 대한 생각 신윤식 2010.03.15 2045
190 거듭남의 의미 신윤식 2010.03.07 2255
189 인간의 참된 변화는 신윤식 2010.02.28 1860
188 삶과 생명의 문제 신윤식 2010.02.22 1830
187 성령체험이 있어야 신자다 신윤식 2010.02.16 2278
186 거룩한 땅 밟기 신윤식 2010.02.08 2059
185 구원에 집착하지 말라 신윤식 2010.02.01 1996
184 목사와 복음 신윤식 2010.01.26 1924
183 인간과 죽음 신윤식 2010.01.18 1938
182 신자의 최선 신윤식 2010.01.11 1986
181 목사와 나 신윤식 2010.01.05 1863
180 짜증나는 진리 신윤식 2010.01.05 1913
179 예수를 죽이라 신윤식 2010.01.05 1904
178 복음과 신자의 교제 신윤식 2010.01.05 1980
177 하나님을 의심하라 신윤식 2010.01.05 2026
176 믿음과 강박관념 신윤식 2010.01.05 2146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3 Nex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