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4 21:16

신자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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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때로는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몹시 일어난다. 사람이 인생을 살다가 결국 마지막 때 만나는 것이 죽음이다. 다른 만남은 싫으면 피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만나는 것만큼은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우리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나야 할 죽음이고, 또 어떤 죽음은 미리 감지하지도 못하고 짐작할 틈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오늘 만날 지 내일 만날 지 알 수 없는 만남이어서 궁금증이 더할지도 모르겠다.


대개의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솔직히 나라고 해서 죽음에 대해 담담할 수 있겠는가?
죽는 것이 좋고 반가워서 궁금하다는 것이라기보다는 피할 수 없고 분명히 만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궁금하다는 것이다.


죽음은 사람의 몸의 기능이 정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의 기능이 정지하고, 그리고 몸이 흙에 묻히고 썩어버리는 것이 죽음의 전부라면 궁금할 것도 없다.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인간을 또 다른 세계로 이끌어 간다. 그 다른 세계가 궁금하기에 죽음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물론 성경이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증거하기에 성경으로도 알 수 있다고 하겠지만, 성경이 증거하는 하나님의 세계를 물리적, 본질적 한계를 안고 있는 인간으로서는 완벽히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조금씩 더듬어 알아간다고 해도 그곳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도무지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지금 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사람에게 죽음이 두 번 있다면 나는 아마 진작 죽어봤을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진정한 현실과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거짓이라면 죽음은 나로 하여금 참된 현실을 만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 큰 거부감은 없다.


나에게 있어서 죽음은 아무런 조건 없이 무한하게 베푸신 하나님의 사랑을 완벽하게 알 수 있는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정직하게 말해서 사람은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의 깊이를 모두 담아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의 개념이 우리의 인식에 담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하나님의 사랑을 얘기하면서도 뭔가 부족함을 수없이 느낀다. 물을 계속 마시면서도 목마름을 느끼는 기분이랄까? 사랑을 얘기하면서 사랑이 속 시원하게 내게 인식되지 않는 목마름과 답답함이 어우러져 때로는 죽음에 대해 궁금증이 있게 하고 때로는 죽음을 기다리게도 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죄의 본질에서 해방되지 못한 인간에게 죽음은 해방을 맛보게 한다는 것이다. 죽음은 욕망으로 인해서 무거운 짐을 진 채 고통스럽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는 자유를 안겨준다. 세상에서 누릴 수 없었던 참된 자유의 세계로 나를 데려간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죽음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죽은 자체를 그렇게 거부하지 않게 한다는 것뿐이다. 즉 죽음 이후의 세계를 알지 못한 세상처럼 죽음이 저주나 불행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신자는 지금의 현실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참된 현실이 있음을 믿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죽음이 마지막도 절망도 아닌 것뿐이다. 신자에게 죽음은 영원한 세계로 들어가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결코 낯선 것이 될 수 없다. 때문에 신자로 산다는 것은 참 신비로운 일이다.

(20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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