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4 20:27

괴물같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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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삐딱한 목사가 또 다시 삐딱한 소리를 한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 그런 타박을 해도 할 수 없는 일이고 어떤 생각을 하든 이 글을 보는 사람의 자유겠지만, 적어도 나를 향한 타박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러한 타박을 앞세우게 될 때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어떤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까 염려스러워서다.


타박이 싫거나 두려웠다면 아예 이런 글을 쓰지 않았으리라. 이런 제목으로 교회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현대 교회의 실상은 사람들을 진리로 인도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가 진리로 가는 길을 막아서서 방해하며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 들이고 삼켜 버리는 괴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괴물 얘기가 나오니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생각난다. 잠시 영화 ‘괴물’ 얘기를 해보자. 영화 괴물은 단순한 괴물 얘기가 아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사회를, 즉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괴물로 보는 감독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한강에 등장한 괴물에게 딸을 빼앗기고 넋이 나가있는 아버지에게 대한민국의 군인들은 10분 안에 삶의 터를 비우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고, 그 나라의 경찰은 모자라 보이는 아버지가 횡설수설하긴 했지만 괴물에게 잡혀간 딸이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그 나라의 공무원은 이러한 초유의 비상사태에서도 돈 나올 구멍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고, 그 나라의 의사들은 윗사람의 눈치에 마취도 안된 사람의 가슴팍에 주사기를 찔러 넣는가 하면 그 나라에 들어와 있는 어떤 다른 나라 군대의 사팔뜨기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없음을 알면서도 신무기 투입을 위한 당위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한 죄 없는 아버지의 머리에 구멍을 뚫어 놓으며,  그 나라의 학교선배라는 사람은 카드빚 때문에 현상금을 노리고 함께 동고동락했던 후배를 팔아넘긴다.


결국 그 나라는 딸을 잃은 한 가족의 아픈 마음을 철저하게 외면함으로 인해 참다못한 가족이 직접 딸을 구하기 위해 나서게 만들고 또 다시 국가는 그 가족을 막아서는 거대한 벽이 되어 최종적으로 그들의 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괴물은 한강에 등장한 괴물이 아니라 사회, 즉 국가 자체였다. 봉준호 감독은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를 괴물로 영화화하여 고발하는 것으로 영화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가 대게 그런 것처럼 봉준호 감독 역시 괴물이 사라지지 않고 또 다시 등장하는 것 같은 여운을 영화의 마지막에 남겨 놓고 있다. 이것은 괴물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가 이러한 사회와 다르다고 평할 수 있는가? 교회가 독생자 아들을 세상에 내려 보내서 온갖 고초를 겪게 하시고, 결국 십자가라는 형틀에 묶여 피 흘려 죽어가게 하신 하나님의 사랑의 마음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증거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사랑 앞에 무릎 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가 권력이 되고 힘이 되어서 사람들을 교회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고 교회에 충성하게 하고 목사에게 순종하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사람이 아닌 교회의 사람으로 목사의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야 말로 진리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막아서서 방해하고 있으니 교회가 괴물이 아니고 뭐겠는가?


교회는 교회를 넘어서야 참된 교회로 존재할 수 있다. 교회를 넘어서지 못하면 결국 교회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교회만을 바라볼 때 진리는 보이지 않게 된다. 교회가 곧 진리가 되어 버리고 교회를 위하는 것이 진리를 사랑하고 믿음으로 사는 것이라는 거짓말을 일삼게 되는 것이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보지 않게 되고, 다만 그들을 이용할 궁리만 가득할 뿐이다. 믿음이라는 명목으로 교회의 일군만을 양산할 뿐인 것이다.


그러므로 신자가 진리를 보고자 한다면 교회를 넘어서야 한다. 교회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교회에 붙들려서 그 교회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국 진리를 보지 못한 채 종교에 붙들릴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교회를 비판하는 말로만 치부하지 말고 오늘날 진리를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괴물 같은 존재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 괴물을 넘어서 참된 진리를 볼 수 있기를 소원하는 말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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