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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는 신문 보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문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기사를 쓴 기자의 생각과 시각에 끌려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은 사실적 보도를 그 생명으로 한다.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은 사건에 대한 기자의 생각과 시각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실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할 뿐이다.


그러므로 신문은 사실을 그대로 전달만 하면 되는 것이지 자신들의 시각과 사상을 기준으로 해서 사건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판단하여 보도를 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한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재하는 칼럼과 같은 것에서나 있을 일이다.


결국 신문이 신문의 역할을 벗어남으로 인해서 같은 사건을 두고도 신문마다 다르게 보도되는 것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사건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어야 한다. 그런데 신문이 자신들의 사상과 생각을 가미하여 사건을 자기들의 시각으로 멋대로 가공해서 전달해 버린다면 결국 독자는 신문의 판단을 강요받는 것이 되어 버린다. 난 그것이 싫은 것이다.


물론 신문마다 특징은 있다. 어떤 신문은 노동계의 소식에 비중을 둘 수 있고, 어떤 신문은 정치계의 소식에 비중을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자기들 시각으로 사건을 가공해서 전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왜곡보도이기 때문이다.


사실을 감추거나 다르게 보도하는 것만이 왜곡보도가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사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왜곡보도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목사의 설교 역시 다르지 않다. 목사는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자이다. 목사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설교가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가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설교인 것이다.

  
물론 성경을 해석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성경의 구절을 그대로만 읽어도 청중들이 이해하고 하나님이 말씀하고자 하신 바가 무엇인가를 바르게 깨달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성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은 성도들이 그렇게 하기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여 청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설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목사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자신이 목적하고 원하는 것을 교인들에게 강요하고 가르치고자 한다면 그것은 성경을 왜곡하는 것이 되어 버림을 알아야 한다. 성경에 없는 말을 하는 것만이 성경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자기 마음대로 가공해 버리는 것도 심각한 왜곡인 것이다.


그래서 설교를 할 때마다 설교가 나에게 안겨주는 숙제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 본의를 벗어나지 않고 최대한 하나님의 뜻에 접근하여 성경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버려져야 하는 것은 목사인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지금까지 설교를 해오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하나님이 신자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신자에게 원하는 것을 앞세우다보니 성경을 이용해서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목사 또한 말씀 앞에선 신자임을 생각하고 설교를 듣는 신자와 함께 하나님의 말씀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아니라 목사는 설교를 하는 사람, 신자는 설교를 듣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설교를 하는 사람으로서 신자들 위에 있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성경을 이용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설교를 하는 목사도 말씀을 듣는 자라는 사실을 놓쳐 버린 것이다. 이처럼 목사가 하나님의 본의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이 의도한 바를 전하려는 욕심 때문에 문장만 제대로 파악해도 황당한 말은 피할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를 못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런 황당한 말까지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고 아멘하면서 받아들이는 교인들의 수준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정말 말이 안 통한다. 함께 얘기를 해봐야 가슴 답답함과 속에서 솟아오르는 울분을 경험할 뿐이다.


기자나 목사는 사실을 사실 대로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기자는 사건의 본의를 벗어나서는 안되고 목사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본의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목사가 하나님의 본의를 벗어날 때 성경을 왜곡하게 되고 이것은 신자로 하여금 진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악을 행하는 것이 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2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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