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30 12:08

복음과 교회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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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독교 안에서 ‘교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다. ‘한국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여기저기서 개혁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그리고  ‘개혁을 외치니 기존 교회와는 뭔가 다를 것이고, 기존교회와 다르다면 그 교회는 바른 교회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교회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개혁을 들여다보면 결국 개혁의 중심에는 기존교회의 제도의 변화 또는 파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제도가 성경적으로 바르지 못하고, 또한 기존의 제도로는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막을 수가 없으므로 제도가 개혁되어야 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기존교회의 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출발한 서울의 모 교회를 본다면 2003년도 4월에 출발할 당시부터 소위 민주적인 정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교회의 정관에는 목사와 장로·집사 등 모든 직분에 3년의 임기제를 도입했고, 당회나 제직회라는 기존의 제도가 아닌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교인들이 교회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운영위원장은 목사가 당연히 맡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되도록 했다.

또 이 교회는 교회 전용 예배당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것을 정관에 밝혀 놓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기존의 교회 제도와 비교하면 아주 파격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기존의 교회가 바라볼 때는 아주 이상한 교회로 여겨질 수 있지만, 교회의 부패와 여러 가지 돌출된 문제로 인해 교회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새롭고 신선한 교회로 여겨질 것이고, 이런 교회야 말로 성경적이며 교회다운 교회이고 바른 교회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을 증명하듯 그 교회는 2년이 지난 지금, 교회에 대한 교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전 교인을 대상으로 한 교회운영평가에서 98%의 교인들이 "교회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또 교인 중 91%는 "우리교회가 자랑스럽다"고 느끼고 있으며, 86%의 교인은 "남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했다고 한다.

교인이 소속된 교회에 대해 만족감을 가지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가지 염려점은 있다. 그것은 복음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교회상이 충족된 것으로 인한 만족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으로만 연결된다. 복음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교회라면 그 교회가 어떤 제도를 채택한다 할지라도 교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복음으로만 연결된 교회라면 교회의 제도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로 만족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런데 획기적이고 소위 민주적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목사의 권위와 절대적인 순종을 요구하지 않고 재정이 투명하며 사회적으로 실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교회다운 교회, 참된 교회로 여긴다면 결국 인간이 구상하는 또 다른 교회상이 복음을 가리게 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기존제도의 파괴가 교회다운 교회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볼 수 없다. 가령 목사의 위임 제도가 목사가 교회를 마치 자기 소유인 것처럼 여기는 폐단을 가져왔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목사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한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목사의 부패를 막는 개혁적인 방법으로 볼 수 있지만, 목사의 부패는 제도의 잘못이 아니라 목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 위에 서 있지 않음으로 발생한 것이다.

목사가 진리 위에 있다면 목사직을 단지 설교를 하는 역할로만 보게 될 것이고, 결코 다같이 그리스도의 몸이며 지체인 성도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신을 성도들 위에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앞에서 모두가 같은 성도일 뿐이라는 시각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비록 위임이라는 제도 아래 교회를 시무한다고 해도 교회를 자신의 소유로 여길리 만무하고, 만약 교인들이 자신을 거부한다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살아갈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교회의 부패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진리에 관심이 없는 것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제도가 개혁적이고 신선하고 민주적이라 할지라도 교회의 제도에 만족하고, 그것을 자신의 교회를 교회답게 본다면 그 역시 진리에서 벗어나 있는 교회 아니 교회에 불과할 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복음은 교회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바꾼다. 신자는 교회의 제도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으로 만족하고 감사할 뿐이다.

(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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