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31 08:17

숫자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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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숫자는 곧 정의를 대변한다. 많은 수가 원하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옳은 것이 되고 상대적으로 적은 수는 그른 것으로 판단되어 밀리기 십상이다. 옳고 그름의 모든 것이 숫자에 의해 진단되어지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가 숫자에 놀아나고 있다. 교회의 옳고 그름이 숫자에 의해 판단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오직 복음에 의해 옳고 그름이 판단되어야 한다. 복음만을 증거 하는 교회가 분명 옳은 교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복음은 뒷전이고 모든 것을 숫자로 결판 지으려고 달려드는 것만 보인다. 복음의 결과 역시 숫자에서 찾으려고 한다. 복음만 전하면 교회가 부흥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는 것이 그것이다.


목사가 아무리 비 복음을 전한다고 해도 수단껏 교회를 성장시키면 그 목사는 비난을 받기는커녕 능력 있는 목사로 대우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순수하게 복음만을 전한다고 해도 교회가 성장되지 않으면 그 복음은 복음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며 뭇 사람들의 눈총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목사들은 항상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일 오전예배 때 몇 명이 참석했는지 숫자에 신경을 쓴다. 오후예배에는 몇 명이 참석하는지, 수요예배는, 새벽예배는, 구역모임은, 모든 것에서 오직 숫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많은 수가 모인다는 것을 곧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은 수가 모일 때는 ‘열심이 없다. 게으르다. 믿음이 없다. 말씀을 사모하지 않는다’등등의 말로서 교인들을 자극하여 모임에 참석하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실 때 과연 몇 명이 십자가 아래 모였는가? 오직 예수님을 죽이고자 하는 사람들만 있었을 뿐, 평소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도 멀찍이 떨어지지 않았는가? 이런 면에서 예수님은 숫자에 있어서는 실패하신 분이다.


이적을 보이실 때 예수님을 추종했던 많은 사람들을 관리를 잘했다면 꽤 큰 교단을 이룰 수도 있었는데 예수님은 오히려 그들을 다 쫓아 버리셨다. 결국 남은 자는 예수님 혼자였다. 겨우 함께 못 박힌 강도 중 하나가 예수님께 자기 영혼을 부탁하였을 뿐이다. 진리는 숫자로 그 결과를 말해주지 않는다.


세상 자체가 진리를 원하지 않는데, 그러한 세상에서 진리의 여부를 숫자로 판단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일 수밖에 없다.


교회의 교회다움을 숫자로 확인하려고 하는 자는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자다. 교회에서 복음을 발견하기를 원하기보다는 많은 숫자를 원하는 것이야 말로 복음을 기뻐하지 않는 자다.


복음의 능력은 많은 수를 교회로 불러 모으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을 불러내는데 있다. 그래서 교회는 복음을 선포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할 뿐이다.


복음이 교회 안의 사람들을 밀쳐 낸다고 해도 그 역시 복음의 기능일 뿐이다. 택한 자가 아니라면 복음은 듣기 거북한 소리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천 명이 모이든 열 명이 모이든 하나님의 관심은 숫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에 있다. 천 명이 모인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고 열 명이 모이는 작은 교회라고 해서 의로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만을 증거하느냐에 있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숫자에 민감하다면 그것은 교회를 자기증명의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기에 숫자에 의해 힘이 나기도 하고 낙심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숫자란 허구임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이 택한 백성만을 원하실 뿐, 많은 수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숫자란 늘어도 늘어도 채워지지 않는 밑빠진 독과 같은 것이다. 항상 뭔가 모자라고 아쉬운 것이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가 전부가 아닌 사람은 항상 숫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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