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30 11:00

삶의 맛

조회 수 1806 추천 수 2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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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운동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나는(생각만 있음) 작년에

몇 달간 등산을 다닌 적이 있었다. 집근처에 등산을 할 산이 없는지라 차를 타

고 앞산(대구의 산의 명칭)까지 가서 왕복 약 1시간 30분 거리를 오르내렸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처음 느끼는 공통된 기분은 산의 경치에 취하고 공기에 취

하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그랬다. 대구에 십 수 년째 살지만 한번도 가본 적

이 없는 산의 경치에 흠뻑 취했고, 산 냄새를 물씬 머금고 코를 자극하는 공기

에 취해버렸다. 푸른 숲 사이에 포장된 등산로를 따라 주위 경관을 구경하며

올라가는 일이 힘들지도 멀지도 않았다. 조금 더운 날에 시작한 등산이었기에

이내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그것 한 방울 한 방울들이 내 몸무게를

줄여주는 공신들이라 생각하니 기분은 최고였다.

그런데 등산이 반복되면서 나는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걸었던 등산로를 오늘도 걸어야 했고, 다음에도 그 길을 걸어야 했다. 똑같은

경치를 구경해야 했고 똑같은 숲을 통과해야 했다. 등산을 하면서 반복되는

이 일들로 인해서 나는 점차 등산의 맛을 잃어 갔고 처음에 나를 취하게 했던

공기의 그 맛도 점차  잃어갔다. 그리고 나중에는 시큰둥이라는 함정에 빠져

버리게 되었고, 그 함정에 빠진 나는 결국 산을 향한 발걸음이 뜸해지더니 급

기야 멈춰버리게 된다.

변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항상 그 모습 그대로 한 자리에 있는 산으로부터

새로움을 원했던 내가 잘못된 것이었겠지.

인생도 등산과 다를 바 없다 여겨진다. 똑같은 길, 똑같은 공기, 똑같은 숲을

지나는 것처럼 매일 변하지 않는 환경과 일속에서 사람들은 새로움이 없다는

이유로 권태를 느끼기도 한다.

등산의 맛을 잃고 산을 오르는 것처럼 인생의 맛을 잃어버린 채 삶의 바퀴를

끝없이 돌고 도는 것이다. 하지만 산에서 등산의 맛을 얻는 것이 아니라 산을

찾을 수 있다는 것으로 감사함을 얻는다면 변하지 않은 산을 찾아도 그 맛은

있지 않을까?

날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과 고마움을 발견한다면

일의 맛은 있지 않을까?

매일 먹는 밥 한 숟갈에 담긴 깊은 고마움을 알아채는 그것이 삶의 맛을 알게

하지 않을까?

(2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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