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31 08:59

강도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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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십자가 현장에는 두 명의 강도가 있다. 한 강도는 맥없이 붙들려 죽는 예수님을 조롱한다. 그리스도라면 자기와 자신을 구원해 보라고 한다.


반면에 다른 한 강도는 예수님을 조롱하는 강도를 나무라면서 자신들은 죄의 보응으로 죽는 것이 마땅하지만 예수님은 죄 없이 죽으시는 것임을 말한다. 그리고 예수님께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한다. 자신과 똑같이 죽어야 하는 상황에 있는 예수님께 자신을 부탁하는 것은, 예수님이 죽으심으로 모든 것이 종결되는 것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죽음 이후의 자신을 함께 죽어가는 예수님께 부탁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 강도에게 ‘네가 낙원에 있으리라’는 말을 하신다. 강도의 구원을 의미하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도의 구원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구원을 받았다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강도의 구원과 바울의 구원을 구분하여 생각한다. 구원을 받되 하늘나라에서 대접받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바울이 대접받는 것과 강도가 대접받는 것이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 받는 것에 구분을 둠으로써 좀 더 좋은 상, 좀 더 많은 상을 받고자 한다면 비울처럼 열심히 충성하라고 말한다. 사도 바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전혀 없는데, 자신의 열심과 공로를 포기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상의 차이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들의 열심과 공로와 행위들이 의로운 것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강도의 구원을 싫어한다.


예수님이 친히 낙원에 있으리라고 말씀하셨으니 강도의 구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라도 어떻게든 수준 낮은 구원으로 매도하려고 기를 쓴다. 자신의 구원과 강도의 구원을 같은 것으로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강도의 구원을 자신의 구원과 같은 것으로 여긴다면, 결국 수많은 날들을 예수님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살아온 세월들이 아무런 남는 것도 유익도 없는 세월로 전락될 수밖에 없기에 손해 보기 싫어서 강도의 구원을 같은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십자가에 매달린 그 현장에서 구원받은 강도를 자신과 같은 수준의 존재로 인정하기가 매우 껄끄러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열심과 노력의 가치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결국 인간의 공로와 열심이 아무 가치 없는 헛된 것으로 전락되는 것을 거부하는 마음이 강도의 구원을 같은 것으로 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구원을 말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자들이다. 십자가를 말하되 그들 속에는 십자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들이 바로 예수님을 조롱한 강도들이다.


예수님에게서 자신을 이롭게 할 능력만을 바라본다. 예수님이 누구신가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다.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 능력으로 자신을 이롭게 해주면 예수로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을 이롭게 하지 못하는 예수는 거부한다. 그리스도도 아니고 메시아도 아니다. 그냥 조롱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구원 받은 강도에게는 자기가 없다. 그리스도만 있을 뿐이다. 그리스도가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자신을 생각해 준다면 그것으로 감사할 뿐이다.


우리는 강도에 불과하다. 우리 죄로 인한 보응으로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존재들이다.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이 함께 하시고 우리를 대신해 죽으셨다. 그 분 앞에서 아무것도 내 놓을 것이 없는 강도로 서야 한다. 자랑할 것도 높일 것도 없는 자로 서야 한다.


십자가 앞에 서게 되면 자연 그렇게 된다. 십자가는 우리가 자랑하는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강도의 구원은 인간이 공로로 여기는 모든 것을 헛된 것으로 돌려 버린다. 그리고 오직 주님의 십자가만이 구원의 능력임을 외친다.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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