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5 18:51

믿음과 강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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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나 지하도를 건널 때 구걸을 하는 사람을 간혹 만나면 ‘도와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신자인데 도와주는 것이 믿음이 아닐까. 그러면 구걸하는 사람을 만나면 모두 다 도와줘야 하나’ 이런 갈등과 고민을 하면서 500원짜리 동전이나 천 원짜리 지폐를 내어 놓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갈등이 없이 신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몇 푼을 적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신자이기 때문에’라는 생각에 의해 행동 하는 경우가 많다. 신자이기 때문에 전도를 해야 하고, 신자이기 때문에 기도를 해야 하고, 신자이기 때문에 성경을 봐야 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즉 전도, 기도, 구제, 헌금 등과 같은 행위들이 자신이 신자이기 때문에 믿음의 행동을 해야 한다는 주관적 생각에 의한 결과물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신자라는 생각을 갖고 신자다운 행동을 하려고 애를 쓴다면 분명 좀 더 나은 도덕적인 행동이 표출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신자다운 행동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믿음이 아닌 ‘강박관념’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어떤 신자가 평생 주일예배에 빠진 적이 없다고 하자. 또한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는 것을 빠뜨린 적이 없다고 하자. 만약 그런 분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탄복할 만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는 강박관념에 의한 실천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평생 교회를 다니면서 주일을 빠진 적이 없다면, 그 사람에게는 주일예배에 빠진다는 것은 평생토록 지켜온 자기 신앙이 무너지는 것이 된다. 때문에 자기 신앙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일은 교회에 나가려고 할 것이고, 이것을 신앙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다.


신앙의 행위는 강박에 의해 나오는 것도, 습관이 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과거 체험이나 자기 법도에 의해 조건화되거나 설계화되어 나오지도 않는다. 즉 기계적인 행동이 아니란 것이다.


신자라는 것이 자신에게 각인되어지고, 신자라는 단어가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을 일으켜 전도든 구제든 신자답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은 믿음과 거리가 먼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믿음에 의한 행동으로 착각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강박관념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믿음의 행위는 습관이나 ‘내가 신자이기 때문에’라는 강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의 은혜에 대한 반응의 결과다. 하지만 믿음의 행동을 기도나 구제 등으로 설계하여 구축해 놓아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에 대해 어떤 반응이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도에서 만난 구걸하는 사람을 여럿 만난다고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손을 내 밀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는 문화나 신자라는 조건에 의해 강박된 반응이어서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만나는 모든 걸인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고, 결국 걸인을 만날까 두려워서 지하도를 회피할 수도 있다.


이것은 자유가 아니다. 자기의 문화, 체험, 조건 등에 강박되어 있는 상태일 뿐이다. 그리고 현대 교회는 신자를 이러한 강박 상태로 만들어 가는 일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에 대한 반응이냐 아니면 강박에 의한 것이냐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문제다.

(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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