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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한 약혼녀의 복수를 아주 잔인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얼마나 잔인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잔인스러운 장면 때문에 애당초 제한상영가(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는 등급. 우리나라에는 제한상영관이 몇 안 되기 때문에 이 등급을 받으면 영화는 개봉 못하는 것과 같음)의 등급을 받았다가 아주 잔인한 내용은 편집을 해서 겨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니 잔인하고 자극적인 내용이긴 한가보다.


영화를 왜 그토록 잔인하게 만들었을까? 단지 자극적인 내용을 통해서 세상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했을까? 적어도 영화를 통해서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감독이라면 그러한 의도로 영화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감독은 ‘악마를 보았다’가 세상의 현실을 반영한 영화라고 말한다. 세상은 연쇄살인범과 강력범죄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수시로 아이나, 여학생, 주부 등 연령을 가리지 않는 납치 사건, 그리고 수색 며칠 만에 차디찬 시신으로 돌아온 희생자의 이야기를 접한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세상이 무섭다’고 말한다. 그래서 무서운 세상으로부터 내 가족,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엄마의 시선이 있고, 무서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이러한 세상 현실을 영화에 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세상 현실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제목을 ‘악마를 보았다’로 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인간이 보지 못하고 있는 악마를 끄집어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악마’라고 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범과 같은 사람을 떠올린다. 유영철이나 강호순과 같은 사람을 ‘악마’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악마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연쇄살인범에게 사랑하는 연인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일을 겪어야 했던 사람은 이수현(이병헌 분)이다. 그는 국정원 경호요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약혼녀가 살해당하기 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그런 그가 약혼녀를 잃고 살인범을 찾아 잔인하게 복수를 시작한다.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악마가 된 것이다.


살인범이 악마라면, 그냥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잔인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이병헌의 악마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건 어디서 온 것이 아니다. 악마성은 원래 인간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의해 사랑하는 연인이, 내 가족이, 자식이 영화 속의 희생자들처럼 당했다고 한다면 이병헌처럼 복수를 하고 싶지 않겠는가?


당한만큼 고통 받은 만큼 똑같이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 다만 힘이 없고, 세상의 법의 제약으로 인해서 실행에 옮기지를 못할 뿐이다. 그러한 복수심을 영화는 이병헌을 통해서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유영철이나 강호순과 같은 살인범을 보면서 ‘악마를 보았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악마를 보지 못한 것이다. 또한 잔인한 복수극을 펼치는 이병헌을 보면서 ‘악마를 보았다’라고 한다면 그 역시 악마를 보지 못한 것이다.


얼굴이 선하게 생겼고 착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악마’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착각이다. 잔인성만을 악마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  정말로 악마를 본 사람은 ‘내가 바로 악마다’라고 말할 수밖에 밖에 없다.


내 안에, 그대 안에 유영철이 있고 강호순이 있다. 악마를 보려거든 자아에 지배받으며 내 자신에게 집착한 채 살아가는 그대 자신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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