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4 22:06

목사의 기쁨

조회 수 1741 추천 수 23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983년도에 거제도 조그마한 섬에서 전도사로 시작된 목회 생활이 어느덧 25년째다. 남해와 부산을 거쳐 대구에서 15년 세월을 지내면서 지금까지 목회자로서의 내 삶의 기쁨은 무엇이었을까?


내 경험상 목회자에게 큰 기쁨은 뭐니뭐니 해도 교인수가 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목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교인 수에 두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교인 수가 많아지면 그것이 곧 목사의 능력을 대변해 주는 것처럼 여기기 때문에 목사는 교인 수에서 쉽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래서 못 보던 사람이 앉아있으면 ‘어디서 왔지? 우리 교회에 등록할려나?’라는 궁금증이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잘 나오던 교인이 딴 교회로 옮기면 목사의 마음은 무거워 진다.


그러나 그러한 기분들도 잠깐 동안의 감정일 뿐이다. 새로운 교인이 등록했을 때의 기쁨도 잠시의 시간에 머물다 흘러가 버리고 교인이 다른 교회로 옮겼을 때의 무거운 마음도 역시 잠시의 시간 동안의 경험일 뿐이다.


그런점에서 나도 25년의 목회 생활 속에서 허망한 기쁨과 슬픔을 수없이 경험했다. 25년간 교회를 담임하면서 새로운 교인과 떠나간 교인을 셀 수 없이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면 목사에게 있어서 순간의 기분 좋음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을 맛보게 해주는 기쁨은 무엇일까? 어떤 목사들은 술고래에다가, 줄 담배를 피우고 집에서 폭력을 행사하던 그런 사람이 교회를 찾고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술과 담배를 끊고 폭력을 하지 않은, 한마디로 말해서 개과천선해서 새사람이 된 것을 간증으로 얘기하면서 기뻐하기도 한다. 은근히 자신의 설교 능력을 과시하기도 하고, 교회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역사하시는 증거로 내세울 수 있어서 기뻐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러한 일은 목사에게는 목회의 큰 보람이기도 하고 자랑거리기도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생각하면 그 역시 목사에게는 지속적인 기쁨이 될 수 없다. 교회 안에서 그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번 있는 일을 두고 평생을 우려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그런 일들도 목사의 기쁨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행실이 도덕적으로 변화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새 사람 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 구원의 증표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도덕적 변화가 새 사람 된 증거라면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서도 지극히 도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해야 하는가? 결국 도덕적 변화를 보면서 기뻐하고 목회의 보람을 느낀다고 하는 것은, 도덕적이든 뭐든 사람이 변화되는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바라보는 경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목사가 교회의 모든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목사는 목사로서의 기쁨을 교회에서 찾으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회의 여러 가지 알로 인한 기쁨은 늘 잠깐의 기분 좋음으로 끝나버리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목사의 기쁨과 행복은 교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고 바라봐야 한다. 즉 목사가 교회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이기 전에 하나님 앞에 선 한 백성으로서 하나님과의 관계와 만남에 얼마나 깊이 결부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목사가 설교를 준비하면서 그 말씀으로 먼저 자신을 바라보고 말씀 안에서 하나님을 만남으로서 하나님의 구원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목사이기 전에 하나님의 백성, 성도라는 실존적 의미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목사 또한 하나님을 만나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목사가 교회를 부흥시키고, 교인들이 도덕적으로 변화되는 등 가시적이 업적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반드시 하나님의 역사라고 할 수도 없으며, 그러한 업적으로 목사의 구원이 보장되는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목사가 자신을 목사로만 바라본다면 결국 교인들에게는 십자가를 외치면서도 자신은 십자가가 아닌 교회를 바라보게 될 뿐이다. 따라서 자신의 목회 세계에만 갇혀 있을 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세계에는 들어갈 수 없게 된다.


목사의 기쁨은 신자의 기쁨과 다르지 않다. 목사의 기쁨 역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그 내면에서 굳게 자리 잡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도 낮은 자리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낮은 자리에서 기쁨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 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5 개그맨과 목사 신윤식 2010.01.04 2022
354 (독후감) '사람에게 영적 리더쉽은 없다'를 읽고 신윤식 2010.01.04 2522
353 십자가와 예배당 신윤식 2010.01.04 1953
352 예배당을 옮기면서 신윤식 2010.01.04 1956
351 미국의 산불을 보고 신윤식 2010.01.04 2003
350 인간이 기대하는 성령폭발은 없다 신윤식 2010.01.04 1899
349 교회의 위기 신윤식 2010.01.04 1701
» 목사의 기쁨 신윤식 2010.01.04 1741
347 교회의 역할 신윤식 2010.01.04 1996
346 성령이 함께 하는 교회 신윤식 2010.01.04 2071
345 하나님과 동행하는 신자의 간증 신윤식 2010.01.04 2117
344 이것이 기독교의 사랑이다 신윤식 2010.01.04 1877
343 MBC 100분 토론을 보고 신윤식 2010.01.04 2036
342 이스라엘이 성지인가 신윤식 2010.01.04 1765
341 다른 복음을 분별하지 못한다면 신윤식 2010.01.04 1867
340 사단의 전도 신윤식 2010.01.04 1940
339 신자의 겸손 신윤식 2010.01.04 1914
338 간절함이 없는 신앙 신윤식 2010.01.04 2188
337 교회는 말씀으로 충분하다 신윤식 2010.01.04 1871
336 눈을 떴는가 신윤식 2010.01.05 2051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