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6 16:32

중국 방문기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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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알게 된 것이지만 등받이를 바로 하고 테이블을 원위치 하고 창문 덮개를 열어 놓아야 하는 모든 것이 비행기가 비상 착륙했을 때 신속히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이었다.

비행기에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면 목숨과도 연결될 수 있는 것들인데 지금은 안전하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설마 내가 탄 비행기에 문제가 생기겠느냐’는 생각으로 승무원의 방송을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다.

마치 지금 평안하다 하여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불필요한 말로 여기며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하는 지금의 세태와 같다고나 할까.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로 이동을 하기 시작하고 조금 후에 승무원이 내 앞의 의자에 와 앉는다. 그런데 그때부터 시작된  어색함은 순진한(?) 나를 난감한 상황으로 밀어 넣는다.

승무원과 무릎 간격이 약 60센티 정도 밖에 안되는 가까운 거리에 서로를 마주하고 앉아 있으려니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곤란하다. 눈을 앞으로 둘 수도 없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목이 뻐근해진다.

승무원과 대화라도 나누면 좀 나으련만 도통 그런 쪽으로는 젬병이라서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쪽을 바라보는 척 하며 슬쩍 승무원을 보니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시선을 창 쪽으로 약간 돌려서 아무렇지 않게 앞을 보고 있다.

나는 결국 아이패드라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낫겠다 싶어 전원을 켜려는 순간 이륙할 때는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승무원의 안내 방송이 떠오른다. ‘이것도 안되나’싶어 승무원에게 ‘아이패드 사용해도 되나요?’라고 물었더니 사용해도 된단다.

그런데 인터넷이 안되니 별로 할 게 없다. 이어폰을 가져오지 않아서 음악을 들을 수도 없어 할 수 없이 그냥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목사님이 승무원에게 좌석을 바꿔줘서 고맙다며 사탕을 하나 건네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목사님이 ‘승무원으로 일한지 얼마냐 됐느냐’고 하자 일 년 쯤 됐다고 한다. 목사님이 계속 국제선은 주로 어디를 가느냐고 묻고 나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면서 어색함은 그렇게 해결되었다. 역시 사람 사는 사회에서 대화의 기술은 필요한 것 같은데 나로서는 늘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승무원도 업무를 위해 자리를 뜬다. 창문 밖 바로 밑에는 커다란 비행기 엔진이 보이고 생전 처음 본 하얼빈 공항은 서서히 시야에서 까마득히 멀어진다. 비행기가 고도를 높였는지 밑에는 어느새 구름이 가득 펼쳐지고,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뛰어 내리면 구름이 나를 받아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서서히 시장기를 느끼고 있는데 드디어 기내식이 나온다. 하얀 쌀밥과 함께 소스에 버무려진 새우튀김이 있었는데 맛은 역시 조금 느끼해서 올 때처럼 고추장에 비벼 먹었다.

그런데 식판에는 빨간 색깔의 조그만 빈 컵이 하나 있었는데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다. 생수가 일회용 컵에 밀봉되어 있었는데 혹시 생수를 따라 먹는 용도인지 아니면 기내식과 함께 서비스 된 주스를 따라 먹는 용도이지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그 둘 다 왠지 미심쩍다.

그래서 그냥 주스 잔을 그 빈 컵에 넣어 놓고 있었는데 기내식이 끝나갈 무렵 저 앞에서 승무원이 포트를 들고 ‘커피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으며 다가온다. 그리고 승객들은 빨간 조그만 컵을 내밀며 커피를 받는 것이다. ‘아 이게 그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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