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5 17:10

중국 방문기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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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특이한 중국의 교통문화를 구경하면서 성경공부 장소에 도착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들어가지 못하고 나와 사모님과 자매가 먼저 들어갔는데 먼저 와서 기다리던 많은 분들이 반겨준다.

어제보다는 조금 덜 어색한 분위기에서 인사를 하고 목사님을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약 10분쯤 지났을까 그때서야 목사님과 전도사님이 들어와 공안이 감시를 하고 있어서 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빙 둘러서 오느라고 늦었다고 한다.

내가 들어올 때는 공안이 보이지 않았는데 언제 공안이 있었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복을 한 공안이라고 한다. 잠시 잊고 있었던 긴장감이 다시 고개를 든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시간이 되기를 잠시 기다리며 변함없이 성경공부를 위해 자리한 분들과 대화는 못하고 그냥 눈인사만 주고받는데 어제 참석했던 유일한 예쁘장한 여학생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혹시 조선족인가 싶어서 고등학생이냐고 물으니 수줍어하면서 그렇다고 한다.

조선족이었다. 그 옆자리에는 아주머니가 앉아계셨는데 여학생의 어머니였다. 어제 전도사님께 학생들의 방학이 끝나서 등교를 했기 때문에 하교 시간보다 조금 일찍 마쳐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공부에 참석한 것이 이상해서 학교에 가지 않았느냐고 하니 어머니가 말하기를 성경공부 마치고 가려고 왔다는 것이다.

어머니 때문에 할 수 없이 온 것인지 아니면 성경을 듣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한참 다른데 관심이 쏠릴 나이인데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이 고마웠다.

책상을 보니 거의 모두가 필기 노트를 펴 놓고 있다. 갑자기 그들의 노트가 궁금해져서 가까이 다가가 여학생의 노트를 보는데 온통 한문으로 빽빽하다. 그런데 그것이 한문에 약한 내 눈에는 어린 학생이 마치 한문에 능통한 것처럼 보여서 신기하게 보인다.

어릴 때부터 한자를 공부하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 내 눈에는 대단한 실력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런 나를 보면서 예전에 부산에서 시무할 때 모 장로님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 장로님이 미국을 다녀왔는데 나에게 미국 얘기를 하면서 ‘전도사님(그때는 전도사였음) 내가 미국을 가보니까요 거기는 네댓 살 되는 어린애들도 영어를 아주 잘해요’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 들을 때는 ‘대단하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우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여학생의 노트를 보면서 순간 그런 느낌이 든 것이다.

필기 내용이 어떤지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당연히 해석불가다. 더군다나 중국에서는 한자를 간체(한자의 복잡한 획수를 줄여 만든 글자. 우리는 흔히 약자라고 함. 반면 대만과 홍콩 등에서는 전해져 내려온 획수를 그대로 살린 번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최근 중국의 간체와 대만의 번체 사이의 한자 정통성 논쟁이 뜨겁다고 함)로 사용하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는 글이 거의 없었다. 옆에 여학생 어머니의 노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학생 어머니의 글씨체가 또박또박 쓴 것이 보통이 아니다.

그들 노트를 보면서 문자로 소통될 수 없는 현실이 새삼스레 안타까움으로 자리한다. 그러고 보니 어제 강의 도중에 나도 모르게 화이트보드에 글을 쓰려고 펜을 들었다가 ‘아차’하고 다시 내려놓은 기억이 난다.

그래도 비록 문자로는 소통이 힘들지만 하나님께서는 통역을 통해서 서로 복음 안에서 소통하게 하시고 유익이 있게 하시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주기도문에 대해 강의하기로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눈에서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열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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