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31 08:07

목사의 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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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모 교회가 한국 교회에 유래가 없는 장로 당회장을 세운 일로 인하여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사건이라며 떠들고 있다. 이 교회는 장로 8명이 매년 돌아가며 당회장 직을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목사의 권위를 벗어버린 개혁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교회의 헌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보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한국교회 사상 유래가 없는 장로 당회장 직을 시작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는 문제이지만 과연 이것이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사건이 될 문제인지, 그리고 굳이 장로 당회장을 세워야 하는 것인지가 의문이다.


물론 장로 당회장을 세우면 안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무엇을 의도하고 장로 당회장을 세웠는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 교회 담임목사는 장로 당회장을 시행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장로가 당회장이 되는 것은 신학적으로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며 단지 한국교회의 목사 중심적 리더십 구조의 문제이다"는 것이다. 즉 한국교회의 목사 중심적인 리더십 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의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장로 당회장을 세움으로써 목사와 장로가 다르지 않고 차별이 없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모순이 있다. 목사 장로가 다르지 않다면 장로 집사도 역시 다르지 않음을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장로 당회장이 아니라 집사 당회장도 세워야 하지 않는가?


결국 가장 좋은 것은 교인들이 투표하여 목사, 장로, 집사 평신도 가리지 않고 누구든 당회장을 세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한국교회의 제도와 틀과 헌법을 벗어난 시도라면 당회라는 것에도 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로 당회장이라는 것도 겉으로는 권위를 벗어버린 개혁적인 시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넘어설 수 없는 차별에 갇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당회장이란 단지 당회를 사회하는 사람일 뿐이다. 교회 운영을 좌우하는 권세를 가진 사람이 아니란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목사, 즉 당회장이라는 직책을 교회의 우두머리쯤으로 여기는 폐단에 빠짐으로써 당회장을 권세 의식을 가지고 대하게 된 것 뿐이다.


성경을 바르게 아는 목사라면 결코 이런 폐단에 빠지지 않는다. 목사는 단지 복음을 선포하는 역할자일 뿐, 교회에서의 그 어떤 권세도 부여받은 적이 없음을 너무나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목사는 강단에서 내려오면 사실 목사의 역할을 마친 것이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성도라는 것이다. 예수는 목사 아닌 성도만 바라봐야 할 대상이 아니라 목사 역시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봐야 한다. 예수님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가를 잊음으로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목사의 폐단에 빠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목사 중심적인 교회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 흘리신 십자가에 모든 것을 내 걸고 살아가지 않는 것에 있다. 언젠가도 말했듯이 교회의 제도를 파격적으로 바꾸고 이상적인 교회를 만든다고 해서 참된 교회 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만을 소망하는 성도로 살아가는 것이 참된 교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로서 중요한 것은 바른 복음 선포다. 오히려 교인들로 하여금 내 교회의 제도나 구조 개선을 바라보며 참된 교회된 것처럼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내 교회를 바라보며 마치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만을 믿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사의 폐단은 목사의 관심이 복음이 아니라 교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세우는 것을 자신의 전부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내 교회를 세우는 것을 최고의 목적으로 여기는 것이 목사의 폐단인 것이다.


교회를 든든히 세우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종교 욕구다. 이 종교 욕구는 타인에 대한 지배욕과 함께 나타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결국 해결점은 그리스도에게 있는 것이다. 교회에 매이지 않고 그리스도에게 매이는 것만이 목사의 폐단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교회의 온갖 폐단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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