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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라면 누구나 ‘교회는 주님이 세우신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주님이 교회를 세우신다’는 말로 끝내지를 못하고 꼭 하는 말이 ‘주님의 명령을 받은 사명자를 통하여 세우신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유는 주님이 보이지 않고, 직접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님은 교회를 세우고 교회의 일을 할 사명자를 세우신 후 그에게 힘과 능력을 주시며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할 뿐 일의 주체자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이처럼 교회에서의 일의 주체가 인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강조되는 것은 열심이다. 인간이 열심히 일하고 봉사함으로써 예수님이 기뻐하시고 나중에 예수님이 재림하셨을 때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을 받고 상도 받는다는 것이다.


은사를 강조하는 것도 신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주어진 재주를 찾아내어 교회를 위해 사용하고 헌신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특기나 재주를 잘 활용하여 교회에 도움을 주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은사를 강조하는 그 의도가 수상하다는 것이다.


은사 문제에 있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달란트 비유’다. 이 비유에 등장하는 달란트는 흔히 ‘은사’로 해석된다. 그리고 받은 은사를 활용하여 주님의 일을 하지 않으면 주님이 재림하셨을 때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책망을 들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나중에 예수님께로부터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책망을 받고 지옥가기 싫으면 교회 일에 열심을 내고 헌신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달란트 비유는 그런 뜻이 아니다. 달란트 비유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이 멀리 타국으로 떠난 상태에서의 종들의 태도다. 종이란 주인에게 종속된 존재로서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을 위해 일한다. 주인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관없이 주인의 뜻이 무엇인가를 헤아리면서 오직 주인의 기쁨을 위해 일할 뿐이다.


누구든 주인이 자신을 보고 있을 때는 주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일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주인이 먼 길을 떠나고 없는 상태라면 문제는 다르다.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는 주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종의 모습이 아니다.


결국 달란트 비유는 주인에게 진정한 종은 누구인가를 보여주는 내용인 것이다. 주인에게 받은 달란트로 열심히 일해서 아무리 많이 남긴다고 해도 그 모두는 주인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충성된 종들은 달란트를 맡기신 주인의 뜻을 헤아리고 주인의 기쁨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이들에게 주인이 먼 길을 떠나고 없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언제 돌아오는가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주인의 뜻이 무엇인가를 알기에 그 뜻에 순종할 뿐이다. 주인이 없다 할지라도 주인이 함께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달란트를 땅에 묻어둔 종은 주인이 뜻보다는 자신에게 어떤 손해가 미칠까 두려워한다. 충성된 종들은 장사를 잘해서 칭찬을 받겠다는 의도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자신을 위한 일이 될 뿐이다.


지금 한국교회가 바로 이렇다. 열심히 충성해서 예수님의 칭찬을 받고 상도 받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뜻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고, 이것이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왜냐하면 악하고 게으른 종이 달란트를 땅에 묻어둔 것은 혹시 손해를 보면 책망을 받을까 두려웠던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의 뜻보다는 장차 주인에게 책망을 듣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결국 책망을 받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라는 것은 악하고 게으른 종의 길로 밀어 붙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종은 주인의 뜻을 헤아리고, 그 뜻에 순종할 뿐이다. 나에게 어떤 손해가 온다고 해도.  


(200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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